용꼬리냐 뱀 머리냐
최근 일반인 대회에 같이 뛰었던 파트너와 갈등이 생겼다. 처음으로 장년부, 일반부 아마추어까지 같이 뛰었다. 파트너는 이번처럼 일반부, 아마추어부에서 상위권이면 앞으로는 장년부, 일반부는 뛸 필요 없고 아마추어도 건너뛰고 바로 프로 부문에서 뛰자는 것이었다.
프로로 몇 번 뛰고 나면 “프로”소리를 듣는데 왜 장년부, 일반부에서 고생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마추어도 프로 못지않게 잘 하는 사람과 젊은 사랆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니 아마추어나 프로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요즘 동호인들의 추세가 일반부에서 바로 프로로 전향한다는 것이었다. 챔피언까지는 어렵겠지만 “프로” 호칭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것이다.
‘프로’ 호칭을 받아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프로’ 호칭을 받으면 각종 댄스 행사에서 프로 대접을 받고 수강생이 생기면 레슨 단가도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단 프로가 되면 장년부나 일반부는 물론 아마추어 부문도 출전할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여러가지 뛰면서 고생할 것 없이 프로나 뛰자고 했다. 뛴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프로나 몇 번 뛰자는 것이 그녀의 의중이었다. 혼자는 프로가 될 수 없으니 남자 파트너에게 업혀서 가야 하는 됫박 팔자인 셈이다.
이것이 한국 댄스 계의 문제점이다. 이웃 일본만 해도 각 계층 별 등급이 있어서 프로로 출전하려면 어느 정도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냥 프로 부문에 출전 신청을 하면 받아 준다. 순위는 개의치 않는다. 그러고 나면 ‘프로 선수’ 호칭이 붙는 것이다. 물론 프로의 실력이 되어 프로로 뛰는 동호인도 있을 수 있고 프로로 뛰다 보면 실력이 더 빨리 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 장년부, 일반부, 아마추어로 뛰는 것에 만족한다. 프로에서 하위권을 맴도느니 같은 레벨 사람들끼리 일반부, 장년부, 아마추어에서 겨루며 즐기는 것이 낫다고 본다. 용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낫다는 생각이다.
실력으로 봐도 프로로 전향하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프로 선수라면 파트너가 확고하게 확보 되어 있어야 하고 같이 부단한 연습을 해야 한다. 기량 향상을 위해 개인 레슨도 받고 시간도 더 많이 할애해야 한다.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된다.
이미 여러 경기를 통해 낯익은 심사위원들이나 구경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력도 안 되면서 프로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손가락질 받을 일이다.
그녀의 생각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나 나나 그전에 같이 댄스를 하던 사람들 중에는 이미 프로 선수로 뛰는 사람들도 많고 심사위원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경력으로 봐서 모자랄 것도 없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내가 몇 년이나 댄스 경기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는지는 모른다. 현재로는 한 대회에서 5종목을 3~4개 정도 소화해 내서 대단한 체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댄스 기량이 지금보다 훨씬 향상되고 나면 더 이상 체력 소모전으로 경기를 치르기보다는 깔끔하게 프로 한 부문만 출전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프로' 소리를 못 듣고 댄스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별 일 아니다.
지금은 격한 숨을 몰아쉬며 여러 부문에 출전하는 것이 더 즐겁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을 것이고 그맛에 하는 것이다. 어울리는 짓을 해야 맞는다고 본다.
-글;강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