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렇게 새롭게 태어난 것 같은 기시감 속에서 살고 있다. 다음 까페 <마음의 고향, 후곡>
☆ 겨울 비(후곡리 日記 146)
비가 온다. 겨울 비가 온다. 겨울과 비를 띄어 써야 하는지 붙여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가 오면 혹은 날이 흐리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다. 이 번 주엔 온전히 나 혼자 후곡리에서 백수로 지내보고 있다. 이런 자유! 참 오랜만이다.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한 자유! 내적으로도 자유스럽다. 예전엔 후곡리에서 홀로 지내도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생각이라기 보다는 뭔가를 해야할 것 같은 무의식적인 압박감이 나롤 사로잡고 있었다. 녹차밭의 말라가는 잡초도 정리해야 하고, 배추밭에 짚을 덮어줘야 봄동으로 먹을 수 있을 텐데 하는 둥의 여러 잡다한 일들이 나를 다그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봄에 집을 정리하고 새롭게 고치느라 이곳저곳 일을 하면서 오른 어깨에 무리가 왔던 것 같다.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오고 힘이 들어 일하기 어렵다. X레이를 찍고 검진을 받아봐도 별 이상이 없다는데 통증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나는 그런 일을 겪고 나서야 나의 한계를 깨달았다. 내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것이 무슨 영웅이나 되는 듯한 마음에 마구 일을 해댔던 치기, 덕분에 나는 내 나이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60년을 살아버렸으니, 한 생애를 마감했다. 작년 8월에 태어난 손자보다 나는 이제 한살 더 어린 나이로 갓 태어난 것처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어깨가 아팠으니, 나는 육체적으로도 한계를 깨닫게 되었고 차라리 잘 되었다 싶어 아예 정신 노동 조차도 힘든 일은 모두 한 쪽 구석으로 미뤄버릴 핑계가 생긴 셈이다.
내 나이가 몇인데,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하는 마음에 그렇게 게으름을 부려도, 백판 들어누워 빈둥거려도 마음이 가볍고 자유스럽다. 오늘은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더더욱 마음이 자유롭다. 아직 정년을 맞지 못하고 일터로 가는 아내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그도 광주에 떨어져 있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견딜만 하다. 모데스타 씨!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한 살이다. 앞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비내리는 후곡리의 아침이 행복하지만 홀로라서 심심하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맘껏 발성 연습이나 해야겠다. 아무리 소리를 높이 올려 목청 껏 성악가들을 흉내 내보아도 높은 '레' 혹은 '미'에서 목이 닫혀버릴 것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후련하고 시원할 것이다. 60년 만에 처음 해보는 발성 연습이 요즈음 나의 가장 중요한 일과이다. 묵주기도와 요가, 그리고 하루 두 끼 정도 먹는 일을 빼놓고는. / 2015.12.10. 목 /
오스트리아? 독일의 어느 산골 마을 풍경 다음까페 <마음의 고향, 후곡>
첫댓글 화이팅!!! 사랑합니다
오랜만에 마음의 고향, 후곡을
방문하였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