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동북부에 있는 등려군의 무덤 균원 筠園
중화권 최고 여가수 등려군에 관한 추억
등려군(덩뤼진, 鄧麗君 Teresa Teng, 1953- 1995)은 대만 남서부 윈린현(雲林縣) 태생의 중화권 최고의 여가수이다. 영어 이름은 테레사 텡인데, 테레사는 그녀의 가톨릭 세례명이다. 1965년부터 1995년까지 중국, 대만, 홍콩,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미모에다가 노래실력도 출중했다. 심지어 낮에는 등소평, 밤에는 등려군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중화권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미국 타임 지에서는 한때 그녀를 세계 10대 여가수로 꼽기도 하였다.
사실 그녀가 부른 <월량대표아적심>, <야래향>, <첨밀밀> 등은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 아닐까? 사실 이 노래들은 등려군의 선배 여가수들이 먼저 불렀으나 등려군이 부름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더욱이 첨밀밀은 본래 인도네시아의 민요였다.) 등려군은 일본에서도 큰 활약을 했으나 불행히도 한국에는 방문한 적이 없다. 세계 최고의 샹송 가수 프랑스의 미레이유 마티외(Mireille Mathieu, 1946-), 그리고 1980년대 최고의 섹시 걸그룹이었던 아일랜드의 5자매 가수 더 놀란즈(The Nolans) 가 아직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등려군은 2011년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사랑해 테레사>라는 뮤지컬로 대상을 받으면서 한국팬을 찾았다. 이 뮤지컬은 라이브 연주에 무대장치도 훌륭했고, 중국 무대 예술의 높은 수준을 괴시한 작품이았다. 그런데 등려군은 1995년 14세 연하의 프랑스 애인과 태국 치앙마이에서 지내던 중 호텔에서 졸사했다. 불과 42세였다. 그래서 등려군의 노래는 그녀의 노래를 잘 부르는 다른 중국 여배우 두 명이 하루씩 번갈아 불렀다. 그중에서 왕찡이라는 여배우가 최우수주연여배우상을 받았다. 두 명의 중국여배우들은 정말 미모에다가 노래를 잘 불렀고 뮤지컬 극 진행중에 관객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았는데, 척척 못해내는 노래가 없었다.
2024년 1월 실력과 인품이 빼어난 문우들과 함께 대만의 <임어당문학관> 그리고 <대만국립문학관>을 찾았다. 대만문학인들과 뜻깊은 교류를 가진 뒤 우리는 타이베이 동북쪽에 있는 이 위대한 여가수 등려군의 무덤을 참배하였다. 대만 최대의 호화 국립묘지 안에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멋진 무덤이 바로 등려군의 무덤이었다. 등려군의 본명이 鄧麗筠 이기 때문에 그녀의 무덤은 <균원 筠園> 이라고 불리웠다, 즐겁고 행복한 참배였다.
2024년 5월 1일 우리는 중국 산동성 까오미 시 (高密市)에 있는 2012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 Mo Yan 莫言 의 생가를 찾았다. 1955년생으로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엔의 생가 (莫言 舊居) 와 그가 다니던 소학교를 고쳐 만든 <모옌 박물관> 그리고 모옌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장예모 감독이 연출하여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영화 <붉은 수수밭>. 그 <붉은 수수밭 문화원>과 <붉은 수수밭 영화 촬영장>을 찾은 감동 역시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과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칭다오 시에서 까오미 시에 있는 모옌의 생가를 방문할 당시 전세 택시 운전수가 수시로 등려군의 노래를 틀어주고 또 자기가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편도 각 1시간 50분씩의 왕복 여행길을 보낼 수 있었다. 더욱이 등려군이 부르는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恰似你的溫柔 흡사니적온유> (다정했던 그대처럼 정도로 의역)를 자꾸 틀어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택시 운전수에게 섭섭지 않은 팁도 주었다.
Just Like Your Tenderness 라고 영역되는 이 노래는 대만 최고의 작시, 작곡가인 양홍지 梁弘志 리앙 흥치, Vincent Liang (1957-2004)의 작품이다. 그는 본래 이 노래를 나이와 고향 (대만 까오슝 시)이 같은 명가수 채금 蔡琴 Tsai Chin (1957~ )에게 주어서 크게 성공하였다. (한국에 K Pop 이 있듯이 중화권에는 만다린 Pop 이 있다.) 채금은 대만 5세대 영화의 기수로 불리우는 양덕창 梁德昌 (1947-2007, Edward Yang)과 10년간 (1985-1995) 부부였다.
<흡사니적온유>와 같이 좋은 노래를 욕심많은 등려군이 지나칠 리가 없다. 그리고 등려군이 불러서 이 노래는 더욱 유명해졌다. 채금의 목소리는 서정이 풍부하고 등려군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꾀꼬리같이 아름답다. 곡도 좋고 가수들도 좋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또한 정말 일품이다. 참 아름다운 詩이다.
다정했던 당신처럼 양홍지 작시, 작곡
모년 모월의 어느 날 일그러진 얼굴로 잘가라는 말도 못한 채 그냥 모든 걸 떠나게 했었죠
이별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 둘 다 울지는 알았지요 사랑이 담담하게 왔듯이 보낼 때도 고이 보내어야죠
지금까지 해가 가고 또 바뀌도록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고 당신이 보고싶고 옛날이 그립습니다 바닷바람이 다시 불어와 살짝 물보라가 닿았으면 합니다 마치 다정했던 당신처럼
김성태 1993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경맥문인협회, 대구북구문인협회, K펜문학회 회장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II>, <신경영과 IMF> 등 저서, 번역서 다수 네팔 히말라야 국제문학상, 일본 홋카이도 국제문학상, 대만 임어당 국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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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등려군 노래 종말 좋았어요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