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피’를 아시나요? 과일에 당을 부어 만든 프랑스 요리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70년대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지게 한 어떤 커피를 당시 언론에서 꽁피로 저주했습니다. 요즘 거의 볼 수 없는 다방이 시내에 한 집 걸러 하나 있을 때, 손님이 비벼 끈 담배꽁초를 활용한 커피였습니다. 담배꽁초를 풀어놓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물은 새까맣게 됩니다. 그걸 커피와 섞어 손님에 내주었던 추악한 사건입니다.
‘납꽃게’를 기억하시나요. 중국산 꽃게에서 납이 발견된, 오래지 않은 사건입니다. 꽃게의 무게를 늘리려는 욕심이었을 테지요. 우리 언론은 당시 중국 어부를 몹시 규탄했습니다만, 그 꽃게는 중국에서 잡a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평소 우리 서해안에 모이는 중국어선은 주로 우리 어선에 잡은 고기를 팝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꽃게는 서해안에서 잡아 우리 어선에 인도했을 겁니다. 꽃게 속의 납이 중국산인가 아닌가, 납을 넣은 이가 중국 선원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그런 못된 행위를 요구했는지 여부입니다.
딸기 철은 5월이지만 12월이면 시장에 나옵니다. 커다란 딸기는 계란 만합니다. 한입 베어 물면 가운데가 텅 비었습니다. 딸기는 참외처럼 원래 가운데가 비는 채소가 아닙니다. 남자 성인 엄지손가락만큼 커지는 딸기는 가운데가 꽉 차건만 사람이 바른 성장호르몬 때문에 과잉으로 자랍니다. 그런 까닭에 미처 가운데를 채우지 못한 겁니다. 그 딸기는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피운 뒤 가루수정을 했을 텐데, 그때 벌은 날아다니지 않습니다. 비닐하우스 용 벌을 따로 사와야 합니다. 그리고 화학비료를 듬뿍 뿌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딸기가 커다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겨울철 딸기는 겉보기 싱싱합니다. 그래도 먹기 전에 반드시 물에 잘 씻어 먹어야 한다더군요. 싱싱한 자태를 오래 유지시키려고 인체에 유해한 화학약품을 뿌리기 때문이랍니다. 식탁에 반나절 놔두면 그 딸기는 어떤 몰골을 할까 궁금해집니다. 남보다 많은 돈을 먼저 벌어들이려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려는 욕심은 경쟁을 부추겼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보일러를 가동해야 하고, 지베렐린이라고 하는 식물 성장호르몬을 발라야 하고, 농약까지 뿌려야 합니다. 제철보다 먼저 출하되면서도 전에 없이 커야 하는 복숭아, 사과, 배에도 지베렐린은 어김없다고 합니다. 그런 인간의 욕심은 누가 부추기는 것일까요.
꽁피 사건은 한 번의 끔찍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납꽃게 사건은 비슷한 유형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냉동 해산물의 배에 돌덩이가 들어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검역이 느슨해지면 다시 발생할 개연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농약에 전 딸기는 어김없이 시장에 선을 보일 것입니다. 파리도 외면하는 과일만이 아닙니다. 유해한 첨가물이 숱하게 들어간 과자는 이 시간 어느 슈퍼마켓에도 그득합니다. 차라리 아이에게 담배를 주는 게 더 낫다고 어떤 전문가는 한탄하건만 그러합니다. 기업은 물론 정부마저,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기준치 이하!”라면서 안심을 강요할 따름입니다. 과학적 근거가 들쭉날쭉한 기준치는 노약자에게 한계치보다 두려울 수 있건만 마치 권고치처럼 들립니다.
멜라민 분유는 이런 판국에 등장했습니다. 중국에서 나왔다고 언론은 전합니다만, 반드시 그런 것일까요. 1976년 단둥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다친 몸을 무릅쓰고 이웃을 구하려 애쓰던 중국인의 모습은 세상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때 중국은 요즘처럼 돈이 많지 않았습니다. 인민은 모두 평등했습니다. 같은 해 십계명을 줄줄 외는 세계 최고 부자들의 동네, 뉴욕에서 10시간 정전이 밤에 발생했습니다. 약탈과 강간.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당시 언론은 고개를 저었지요. 얼마 전, 사상 최대의 올림픽을 치룬 중국은 어느새 돈이 많아졌는데, 올림픽이 화려했던 건 가난한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다방의 경쟁을 넘어섭니다. 경쟁은 규모가 큽니다. 국경을 넘을 정도입니다. 경쟁은 추악할수록 사고가 고약합니다. 멜라민 분유 파동에서 보듯,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준치라는 교활한 수치를 내세우는 자는 파고의 피해를 용의주도하게 비켜나가지만 어수룩하면 감당할 수 없습니다. 열에 강한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멜라민에는 질소가 많아 그걸 분유에 넣으면 단백질 함유량이 높게 검사결과가 나옵니다. 추악하기에 앞서 교활했다면 멜라민의 기준치를 먼저 고려했을 텐데 그만 어수룩했을 겁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영아들이 고통받았고, 엄청난 식량이 버려질 것입니다.
비닐하우스 딸기는 일본 특허라고 합니다.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값이 비싸겠으나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해야 합니다. 그런 딸기. 꼭 겨울에 먹어야 하나요? 5월에 먹으면 안 되나요? 희한하게, 강화에서 5월 딸기를 팝니다. 인기가 그만이라고 합니다. 본말이 뒤집혔습니다. 이제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멜라민보다 훨씬 교활하고 추악한 첨가물과 화학약품이 농작물과 식품에 첨가되는 시대를 자연스러움으로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자연의 청지기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멜라민 파동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움’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가톨릭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야곱의 우물>이라는 잡지인데 11월호이니 아직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멜라민 파동을 중국만의 문제로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멜라민을 주제로 하는 글을 부탁하더군요. 멜라민이나 납꽃게나 담배꽁초를 넣은 커피나 돈벌이를 위한 짓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다는 의미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입덧하면 제철에 나지도 않은 과일이 먹고 싶어해 입덧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지금이야 언제 어디서라도 맛볼수 있으니 없어서 못먹었다는 얘기는 잘 듣지를 못한것 같습니다.경쟁이란 괴물이 모든것을 파괴하는데 더 경쟁사회로 몰고 가고 있으니 자연스러움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까요
풍경님, 저도 참 그 문제에 딱 걸려서 엉거주춤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엉거주춤. 답답하죠 ....
그렇군요, 자연을 거스르는 것에 과감하게 고개 돌릴 수 있는 우리의 자세, 자연스러움, 그게 해법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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