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도 막바지다. 봄에도 남쪽지역부터 쑥이 올라올 것이다. 봄을 연상시키는 식물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쑥은 전국 곳곳에 강한 향을 풍기는 친숙한 식물이다. 어디서나 쑥쑥 올라올 정도로 잘 자라 재배도 쉽다. 덧붙여 쑥은 봄철 별미에서 웰빙 산촌작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봄이면 지천이던 쑥, 다 어디로 갔을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봄이 오면 산이나 들에서 쑥내음을 맡는 일이 많았더랬다. 사먹기는커녕 캐서 먹기에도 차고 넘칠 정도로 지천에 널려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농·산촌에서는 아직 웬만큼 쑥을 볼 수 있지만 그도 예전만 못하다. 아파트니 도로니, 심지어 비닐하우스 등 여러 시설이 땅을 덮으면서 쑥이 자랄 빈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작물 관리니 도로·주택가 정비니 하여 약을 뿌리다 보니 ‘먹어도 되는’ 쑥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반면 쑥에 대한 관심은 전보다 높아졌다. 빛깔도 칙칙하고 맛도 뻣뻣해서 손이 잘 안 가던 쑥떡이 웰빙건강식이 됐고, 각종 부인과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유명세도 탔다. 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햇빛만 잘 드는 곳이라면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밭 주변뿐 아니라 집 근처나 길가·빈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다. 쑥은 이른 봄부터 나오는데 무리를 지어 자란다. 땅속으로 뿌리가 계속 뻗어 나갈 정도로 번식력이 상당하다. 줄기높이는 50~100cm, 잎은 어긋나서 깃처럼 갈라지는 모양을 띠고 있다. 또한 쑥은 풍매화, 즉 바람을 통해 번식한다. 한 장소에 터를 잡기만 하면 해마다 다시 심을 필요도 없고 특별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알아서 세를 넓혀가며 잘 자란다. 그와 동시에 자기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다른 식물의 침입을 막는다. 재배하기에 무척 편리한 작물이다. 재배가 쉬우니 소득원으로선 가치가 없지 않겠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오래전부터 쑥을 식용했기 때문에 친숙한 먹을거리라는 점, 토종의 재발견이니 추억의 맛이니 하여 과거의 먹을거리가 새삼 주목받는 사회 분위기가 된 점, 그리고 고부가가치화의 핵심인 의학·건강기능 효과가 밝혀진 점이다.
여성 건강에 독보적인 효과, 소비 늘어
쑥을 식용한 것은 단군신화에도 나와 있을 만큼 오래됐다. 쑥에는 비타민은 물론 식물로는 드물게 단백질이 5%나 들어 있다. 겨우내 충분히 먹지 못한 조상들로서는 쌉싸래한 향이 입맛을 돋우고 영양보충도 되는 음식재료였던 것이다. 쑥국이니 쑥떡이니 먹을거리로는 물론이고, 단옷날 부정을 씻어내기 위해 쑥을 사립문에 걸어놓는 등 쑥의 살균력과 정화기능도 인정받은 지 오래다. 또한 중요한 약재이기도 하다. 주로 배가 아플 때 쑥을 많이 달여 먹었는데, 특히 냉(冷)을 몰아내는데 효과적이라 알려져 있다. 냉은 체온에는 상관없이 몸이 늘 차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혈액 흐름이 좋지 않거나, 분만 뒤에 바람을 맞았을 때, 찬 곳에 오래 있을 때, 위에 이상이 있을 때 생긴다. 예전에는 주로 출산 이후 여성들에게 나타났지만, 다이어트나 계절에 관계없는 얇은 옷차림 등으로 요즘은 젊은 여성들에게서도 많다. 남자들에게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전립선 관련 기관에 이상이 함께 오므로 문제가 된다. 더욱이 현대인이 겪는 대부분의 질환이 냉기나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쑥뜸이다. 이런 이유로 뜸이 치료방법의 하나인 한의학에서 관련 연구나 가치평가가 새롭게 이뤄지고 있다. 쑥 특유의 향을 원치 않는 이들을 위해 냄새 없는 쑥뜸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 덕분에 앞으로 한의원에서의 쑥뜸 활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각종 부인과 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방법으로 쑥을 찾는 일이 늘고 있다. 이에 집에서 직접 뜸을 뜰 수 있는 제품도 늘어났다. 쑥을 분쇄 정제해 섬유질만을 모아 집에서도 안전하고 편하게 뜸을 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발맞춰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품이 개발되고 있으니, 쑥 가공제품 시장은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생산량에 따라 가공·판매 길 달리하자
쑥은 전국적으로 나고 수확할 수 있는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가공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생산규모가 작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가공설비를 갖추기 어렵다. 다행히도 쑥이 이용되는 분야가 많으니 생산량에 맞춰 가공과 판로를 달리하면 된다. 대부분은 쑥만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쌀이나 잡곡류, 각종 산채류 등 다른 작물을 함께 생산한다. 이럴 땐 함께 재배하는 작물의 형태와 비슷하게 제품을 만드는 것이 판매에 유리하다. 곡류라면 분말이나 떡 가공품이 잘 어울릴 것이고, 산채류라면 역시 건조한 쑥 형태가 잘 어울린다. 국거리용 산채와 함께 쑥국용 쑥 가공품을 판매하거나, 쑥인절미나 콩인절미 등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각보다 가공 가능한 범위가 넓으니 재배작물과 고객 특성에 따라 선택할 것을 권한다. 현재 가공에 있어선 식품 분야가 가장 활발하다. ‘쑥분말’ 제품은 기본, 여기에 최신기술을 더해 쓴맛은 줄이고 향과 건강기능성은 살려 소비자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개선했다. 미세분말 형태로 만들어 일반적인 음식에 첨가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쑥차·쑥밥·쑥떡·칼국수·수제비·만두피 등 건강과 색, 맛을 더하고 싶은 모든 음식에 넣어 먹을 수 있다. 가루녹차를 만드는 공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쑥의 유효성분에다 대추·생강·감초·엿기름 등을 첨가해 부드러운 맛으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쑥 진액’ 등 음료 형태의 제품도 업그레이드됐다. 인천 강화군의 경우 지역특산품 약쑥을 이용해 가공품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다. 약쑥추출물에 상황버섯·벌꿀 등을 넣어 만든 건강음료 ‘약쑥차’, 강화약쑥이 함유돼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은 ‘쑥호두과자’, ‘쑥찐빵’까지 아이디어 제품이 수십 가지나 된다. 쑥이 들어간 전통주도 몇 가지 나와 있다. 강화군 내 전통주 제조업체 ㈜칠선은 약쑥을 첨가한 ‘쑥막걸리’를 개발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쑥막걸리는 약쑥을 첨가해 가공한 생막걸리로 맛이 부드럽고 순해 인기가 좋다. 이외에도 ‘약쑥와인’이라 이름 붙인 쑥와인도 등장했다. 미용제품도 제법 늘었다. 좌훈·미용 비누·뜸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판매 중이다. 경북 영천시 영천인진쑥영농법인은 쑥을 원료로 한방팩 ‘맑은햇살 미소지움’을 만들었다. 인제대학교 바이오헬스소재 연구센터와 공동연구를 통해 쑥 등 10가지 한약재를 분말 형태로 섞어 담은 제품이다.
쑥이 지역경제를 이끄는 인천 강화군
여전히 쑥이 소득원으로 부족하다 생각한다면, 인천 강화군의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강화군은 지난 2006년 강화약쑥특구로 지정된 이후 5만여 ㎡ 부지에 약쑥 생산·홍보·판매시설 등을 짓고 2009년 강화약쑥 테마파크 ‘아르미애월드’를 열었다. 이곳에는 강화약쑥 한우 전문식당, 약쑥테마체험장, 강화농특산물브랜드 제품판매장이 있는 ‘약쑥웰가’, 농경문화관 등이 들어서 있다. 핵심시설은 ‘약쑥웰가’다. 강화약쑥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과 테마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약쑥체험방에는 약쑥황토불방과 약쑥숯찜질방, 약쑥 황토볼족욕, 약쑥 좌훈체험이 가능하다. 제품판매장에는 강화약쑥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더불어 인삼·순무·고구마·화문석 등 강화도 농특산물이 함께 전시 판매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쑥으로 테마파크라니, 게다가 인삼·순무 등 특산물을 홍보하는데 쑥이 앞장선다니 놀랄 만하다. 이는 강화약쑥을 생산·가공·관광이라는 6차 산업으로 고부가가치화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강화약쑥 소비가 늘어나면서 강화군 내 약쑥 재배면적은 2008년 55ha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재배관리부터 남다르게 하고 있다. 사자발쑥, 싸주아리쑥 등 우량품종을 심고 색택을 잘 내기 위해 비료를 주지 않고 키운다. 수확은 6월 초와 7월 중순, 그리고 10월 중순에 맞춰 1년에 2~3차례 하고 건조작업은 색택과 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그늘에서 서서히 말린다. 보다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공업체를 집중 육성해, 현재 강화군 내 약쑥가공업체수도 10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강화약쑥이 국내 당뇨병 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에 미치는 항당뇨 영향, 항알레르기 영향을 연구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당뇨병 개선을 위한 기능성 식품은 개발에 한창이다. 또 위생용품 기업 ㈜예지미인과 ‘고품질 강화약쑥 안정적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생리대, 좌훈 쑥찜질패드 등 강화약쑥을 이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 및 상품화·유통망 확대 등에 상호 협력 중이다. 약쑥축제도 해마다 열어 수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과거 쑥을 먹는 방법이 서너 가지였다면 지금 쑥을 먹는 방법은 그 10배가 넘는다. 남녀노소, 건강과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쑥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미용 및 한방에서 관련 기술이 계속 개발되는 중이다. 소비시장이 쑥쑥 커지는 있다. 쑥, 다시 볼 일이다. |
첫댓글 좋은자료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