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설악산, 속초 앞바다 한눈에 들어오는 미시령옛길...
‘빨리빨리’ 일상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환상의 하늘길
▲ 이른 새벽 미시령에 운해가 드리워진 가운데 자동차 한 대가 고개를 넘고 있다.
▲ 해질녘 미시령 서쪽의 노을이 장관이다.
▲ 모터바이크 동호인들이 미시령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 미시령 계곡에 있는 도적소 폭포.
▲ 설악산 울산바위는 미시령의 ‘랜드마크’다.
'슬로 라이프(Slow Life)' 바람과 함께 옛길이 뜬다. 미시령·대관령·이화령 옛길 등 지금은 시원스레 터널이 뚫려 잊혀진 도로다.
느리고, 건강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옛길은 ‘성지’가 된다. 이들은 주말이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른다. 여유가 있는 자동차 운전자들도 매연이 가득한 터널 대신 옛길을 이용한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는 것이다.
한때 시간은 돈이었다. “세계의 10년은 우리의 1년”이라는 슬로건이 등장하고, 초(秒) 단위 경영이 유행어가 됐다. 시공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건 박수를 받았다. 터널을 뚫고, 통신망을 깔았다.
시간은 사람들을 바쁘게 내몰았다. 앞만 보고 사는 고단한 삶이 됐다. 습관은 무섭다. 여유가 생겨도 습관적으로 빠른 길과 지름길을 찾는다.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탓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천천히’가 대세다.
이른 새벽 미시령 옛길 정상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본 동해와 설악산 자락의 풍경이 장관이다. 속초 앞바다에서 뿌연 안개가 구름이 돼 몰려온다. 울산바위를 휘감으며 밀려오는 운해(雲海)가 미시령 허리춤에 걸쳐진다. 순간 발 아래는 구름바다다. 점점이 머리를 내민 산봉우리가 섬들처럼 봉긋하다.
자전거 한 대가 운해를 뚫고 올라온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구릿빛 허벅지에 건강미가 넘친다. 해가 뜨고, 인제 방향에서 넘어온 자동차가 한 대가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아… 천상(天上)의 드라이브다! 미시령은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이들에게 환상의 하늘길이다.
▲ 이른 아침 한 바이크족이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고 있다.
글·사진: 주기중 ▶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0937938423
백두대간의 자연과 정기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길, 미시령옛길
미시령터널이 개통되기 전, 서울에서 속초까지 가는 길 마지막에는 관문처럼 미시령 휴게소가 있었습니다.
꼬불꼬불 험준한 산길을 힘겹게 오르다가 이곳에 다다르면 탁트인 동쪽 바다와 속초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감동과 함께 성수기에는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곳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차량들이 터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미시령옛길에는 뜨문뜨문 관광객들이 몰고 올라오는 차들과 가끔 보이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전부입니다.
기념품 가게와 간이 식당, 작은 찻집이 있었던 정상의 휴게소는 이제 철거되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폐허가 된 쓸쓸한 공터가 유적처럼 적막함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휴게소 주차장과 갓길 여기 저기 차들이 세워져 있고 백두대간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미시령터널이 개설되었지만 의외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시령옛길을 이용합니다. 터널통행료를 아끼기 위한 분도 계시겠지만, 느림의 미학에 빠져 있는 저의 눈에는 느리게 이동하며 천천히 눈과 마음을 호사시키며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보입니다. 미시령의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느끼며 한적하게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기길 원한다면 미시령을 넘을 때 미시령옛길을 이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옛길을 넘으려면 시간과 연료가 조금 더 소요되지만, 겨울철 폭설로 통제되는 시기를 제외하면 미시령옛길은 한적한 차량통행과 구절양장의 수려한 산세와 계곡을 바라 볼 수 있고,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아름답고 정겨운 고갯길입니다. 빠른 길을 따라 고속도로와 터널을 이용해 속초에 오신 분들도 돌아가실 때에는 구름과, 바람과, 옛 추억을 벗삼아 여유로운 마음으로 미시령옛길을 이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디지탈 세상 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곳, 힐링과 낭만, 마음의 여유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는 곳, 느릿느릿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산책하듯 돌아가다 보면 우리의 마음에도 평화가 깃들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옛 추억을 찾아 속초와 동쪽 바다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미시령옛길을 추천드립니다!!
▲ ▼ 미시령옛길로 오시면 미시령의 아름다운 풍광과 설악산 울산바위를 가까이에서 천천히 바라 볼 수 있습니다.
미시령옛길 관련 글 더 보기:
* 가을 색이 짙어 가는 '미시령옛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
▶ https://cafe.daum.net/misiryeong/U00C/280
*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꿈꾸는 백두대간 미시령(彌矢領)
▶ http://cafe.daum.net/misiryeong/U00C/225
* 느림의 지혜와 즐거움을 생각하면서 미시령옛길을 넘습니다
▶ http://cafe.daum.net/misiryeong/U00C/174
* 미시령옛길 정상의 미시령 휴게소 건물 철거 시작 (2016년 7월 18일~)
▶ http://cafe.daum.net/misiryeong/Tzsf/44
첫댓글
힐링(Healing)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둡고 답답하고 매연에 찌든 터널(Tunnel)에서 벗어나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백두대간의 능선과 계곡을 바라보며 오늘도 천천히 미시령옛길을 돌아갑니다! 그 누가 아무리 우겨도 진정한 힐링도로는 미시령옛길입니다.
미시령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미시령옛길은 단풍철 동해안을 찾아 밀려드는 차들로 몸살을 앓던 도로였지요. 새로운 길(터널)이 뚫리면서 북적되던 인파와 차량들에서 벗어난 덕분에 오히려 미시령옛길의 청정함과 아름다움을 호젓하게 누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세태가 변해도 대자연의 풍경마저 바뀌겠습니까. 미시령 굽이굽이 백두대간 고갯길이 보여주는 장쾌한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늘 그자리에서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