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사는길<훌팩의 기고문중 발췌>

매년 이맘때쯤 되면 대학측과 학생회측의 등록금 인상협상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된다. 이 소모적인 논쟁은 항상 대학재단측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해마다 증가하는 막대한 등록금으로 인해 무전무교(無錢無敎)의 사회적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학은 대학재단측과 학생조합의 집합체로서 어느 한쪽의 우월한 지위가 인정되면 균형을 잃고 그 대학은 경쟁력을 상실하게되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대학의 현실은 대학재단측의 우월한 지위가 관행상 계속 이어져오고 있고 학생조합측(편의상 전체학 생의 모임을 조합이라 칭하겠다. 이하동문)은 학교의 실질적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당 한 지위를 억눌려오고 있다. 반면 대학재단측과 학생조합의 관계와 유사한 기업과 노조의 관계, 즉 노사관계를 보면 사용자측과 노동조합측은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임금협상, 근로조건, 고용조건들을 상호의 의견교류속에서 민주적관계설정을 통하여 타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민주적 타협 이 결렬되어 파업으로 이어지는 행태도 종종 볼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민주적 타협을 보루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어진다. 이러한 관계를 설정케 할 수 있는 동력은 바로 정부의 개 입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노사관계법을 제정하여 기업의 실질적 주체인 사용자측과 노조측 의 이해관계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며, 그에대한 반사이익으로서 형식적 평등의 관계 였던 사용자측과 노조측은 실질적으로도 평등한 관계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학재단측과 학생조합측도 형식적 평등관계에서 실질적 평등관계로 나아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대학의 자율성 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있어서 마치 정부의 개입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대학의 자율성이란 대학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평등이 담보되어진 상태에서만 상정할 수 있는 개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개입은 대학재단측과 학생조합측의 형식적평등관계를 실질적 평등관계로 전환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교육자원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고 분쟁없는 학내분위 기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를 해야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했다. 민주적 사상과 국가발전의 근원이 되는 것이 바로 대학인데 이러한 대학이 오히려 민주적 사상을 억누르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바람직한 국가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국가는 새만금 간척사업, 행정도시 건설 등 막대한 국가세출을 통해 안개속을 질주하는 상태 에서 국가발전의 틀을 마련한다는 망상을 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실질적 민주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고 적극적인 대학재정보조를 통해 나날이 늘어만 가는 등록금을 통제하는 대안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단 그것이 독일과 프랑스와 같이 개인교육부담 의 완전해방이 아니라 할 지라도 지금과 같은 현실은 하루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