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유행시킨 말이 있었다. 바로 '똥 덩 어 리'....말하는 의미는 다르지만 그 단어가 외과의사가 흔히 접하는 단어다. 즉 그런 똥덩어리가 말썽을 부릴 때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외과의사에겐 아주 흔하게 있다. 그런데 왜 외과의사가 유난히 그런 일이 많은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막장과라고 하나?
단단한 대변 덩어리가 항문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걸려 있어서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 그것을 분변매복 이라고 한다고 일전에 한번 글을 쓴 적이 있다. 대변을 볼 수가 없어서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라고....
그런 경우 일반적인 관장으로 해결이 되는 것이 힘들다. 관장약이 직장내로 주입이 잘안되고 주입이 되더라도 다시 주루륵 흘러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직접 손가락으로 파 내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단단한 대변 덩어리를 파내기 위해서 윤활제를 충분히 묻힌 다음에 해도 항문점막에 상처가 나는 것을 완벽히 막기는 어렵다. 당연히 파 낼때 환자가 아파하지만 그 정도 통증은 참아야 한다.
먼저 포스팅에서 가늘고 긴 손가락이 유리하다고 말을 했듯이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진 의사라면 좀더 깊은 곳의 대변 덩어리도 파 낼 수가 있다. 직장에 가득한 단단한 대변 덩어리만 일단 제거하면 그 다음엔 대변이 수월하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파 낸 다음엔 다시 관장액을 넣어서 남은 대변을 좀더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노인 분들의 경우엔 액체로 된 관장액이 직장내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참지 못해서 불가능 한 경우도 있다. 관장을 추가로 해서 대변을 더 제거하는데 또 다시 단단한 대변이 밀려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다시 몇번 손가락으로 파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이런 처치를 하고나면 병원 가득하게 구수한(?) 냄새가 퍼져나간다. 방향제를 뿌리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 하지만 그게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보통 지낸다. 이런 경험이 별로 없는 직원들은 인상이 구겨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의사가 무감각하면 직원들도 별로 내색을 안한다. 의사가 인상쓰고 호들갑이면 직원들도 호들갑이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기도 하지만 겨울엔 창문을 열기가 쉽지는 않아서 그냥 놔둔다. 처치실 침대에 남은 처치의 흔적들... 시트는 제거하고 세탁을 하게되고...아무튼 그런 처치 한번 하고나면 병원은 완전 엉망이 된다. 파 낸 대변의 양이 너무 많아서 변기가 막힐까봐 변기에 한번에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처치가 20분이 넘게 소요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급하게 서둘러서 하면 환자의 고통이 그만큼 크기때문이다. 여름에는 파내는 일을 하다보면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한다. 이런 치료를 받고나면 환자는 두가지 경우로 보통 나뉜다. 너무너무 고마워 하는 환자와 창피하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너무도 병원 들어설 때랑 다르게 완전 안면을 바꾸는 환자. 어떨땐 진료한 내가 무안할 정도로...
묘하게 한번 이렇게 치료를 하고 간 환자는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기면 창피해서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지만 또 같은 병원을 찾아서 보통은 같은 의사를 찾게 된다. 선배가 하는 의원에서 봉직의로 있을때 내게 치료를 받은 할머니 환자분이 늘 나만 찾으셨다.
그리고 전공의 시절엔 이런 일도 있었다. 대변을 잘 못보아서 응급실로 왔던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를 손가락으로 대변을 파서 치료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외래를 통해서 입원한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 보호자 말이 " 이 병원에 가면 치료 잘해준다고 누가 얘기해서 왔다. 우리 친정 어머니가 늘 변을 잘 못본다. 그래서 검사도 할 겸해서 모시고 왔다."...알고보니 응급실에 왔던 환자의 소개였다. 그리고는 스탭이 아닌 나를 찾았다. 그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는 순간 대변이 아닌 뭔가 걸리는게 있어서 끄집어 내어 보니 좌약식 관장약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껍질이 그대로인 채 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작하기 전부터 환자가 너무도 아파하고 피가 많이 나오길래 물었더니 보호자말이 손으로 할수는 없어서 쇠젓가락으로 해드리다가 안되어서 소개받고 왔다고 했다. 하마터면 직장 천공이 될 뻔한 사건이었다. 좌약도 껍질도 까지 않은채 넣어드린 그 따님...전공의 주제에 보호자를 나무랄 수도 없어서 그냥 웃어 넘겼던 기억이 있다.
혹시라도 집안에 어르신이나 자녀중에서 단단한 대변덩어리가 걸려 있어서 항문이 열려 있고 대변 덩어리가 보이는 상태라면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당장 그럴 수가 없는 형편이라면 다음과 같이 시도해보기 바란다.
1) 1차로 40도 정도 되는 온수를 받아서 그 물에 엉덩이를 담그고 있는 채로 배변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항문이 좀더 이완이 되어서 변이 빠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2) 그래도 안되면 2차로 손톱이 길지 않은 사람이 1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 로션같은 것을 윤활제 삼아서 잘 발라준후 조심스럽게 파내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절대로 예의 그런 젓가락을 이용한다는지의 행위는 금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3) 마지막은 당연히 병원으로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신없으면 그리고 빨리 병원에 갈 수 있으면 1차 2차는 섣불리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춮처;하늘만큼 땅만큼
|
첫댓글 가늘고 힘들면 항문 확장 수술 추천합니다.
직장암 환자들도 가능한가요?
직장의 길이가 짧은디?
전문의가 아니라 잘모르나 저는 항문에서 13cm위에 수술해서 인지
가능 했어요.
상담 받아보세요.
너무 편해요.
보호자의 대처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