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사회복지를 생각하고 싶습니다. 공부할 때만 사회복지에 집중하고, 일할 때만 사회복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사회복지가 흐르면 좋겠습니다. 길을 걸을 때에도,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에도 시시콜콜 가벼운 이야기도 좋지만, 가끔은 사회복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저녁밥을 먹으며 에디선생님과 함께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 ‘사람」을 읽었습니다. 책 속 여러 주제 가운데 ‘악마사회복지사의 업무일지가 발견되다’를 골라 한 장씩 낭독하며 읽었습니다. 낭독이 끝날쯤, 초밥이 나왔습니다. 초밥을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 나눴습니다.
노예의 비명 속에서도 맛있게 식사하는 엄마와 마리아. 그들은 노예의 고통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마리아는 그저 자신의 성숙과 액세서리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이런 일상의 조각이 모여 악녀라 불립니다. 마리아는 자신에게 붙은 악녀라는 말에 억울해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의식 없이 저지른 일에도 무거운 책임을 지웁니다. 스스로 악녀가 된 이를 벌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상황을 바로 알지 못한 이에게도 같은 죄를 묻습니다. 의식없이 살아온 게 죄가 될 수 있다니, 섬뜩합니다. 7쪽.
에디선생님은 태극집회 참석하는 어르신 행위를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에디선생님 관점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살펴보면 지금 그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부분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살아온 배경이 있을 테고, 그들에게 잘못되었다고 한들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라 했습니다. 역사 흐름에 따라 관점이 달라집니다. 노예 시절에는 마리아 모습이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을 테지만 오늘날 마리아를 보며 우리는 악마라 부릅니다. 우리가 마리아를 보며 악마라 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태극집회를 보며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에디선생님 역시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의식은 깨어있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노예 시절에도 깨어있는 사람 덕분에 노예해방이 되었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의식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의식한다는 건 인지하는 것이고, 인지한다는 건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별이라는 모양은 동그라미 모양을 통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 배워야만 구별할 수 있고, 구별해야만 인지할 수 있고, 인지해야만 의식할 수 있습니다.
에디선생님과 함께 노예사회와 현대사회에 관해 이야기 했습니다. 노예사회에서는 모든 결정은 한 사람(강자)이 하며 모든 사람과 합의하지 않은 사회입니다. 현대사회는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변화와 희망을 논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가 악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노예사회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노예를 물건으로 취급하던 노예사회, 오늘날 한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노예로 만들지 않습니다. 에디선생님은 잘못된 걸 당연시하는 환경을 경계했습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각자의 몫이 중요하다 했습니다.
에디선생님이 어떤 강의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히틀러가 부하(아이히만)를 시켜 기차에 탄 유대인을 학살시킨 사건. 시간이 흐르고 히틀러 부하가 재판을 받았을 때 왜 잘못했습니까? 물음에 그는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나는 상사 지시에 따르는 군인이었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에디선생님이 공동체는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간다고 했습니다. 리더는 의견을 모으고, 구성원은 목소리를 내고 밀고 당기며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했습니다. 공동체는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에디선생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잘못된 걸 알고도 상사 명령이라며 따른 부하는 처벌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걸 왜 해야 해? 우리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자기 행위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디선생님은 월드비전 후원홍보가 불편하다 합니다. 아이를 오로지 장애와 마른 몸을 부각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했습니다. 일상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을 만나면 거부감이 없지만, TV 속 아프리카 아이들은 절망이고 불행하기만 합니다. 월드비전 홍보방식이 우리는 불편합니다. 이러한 홍보방식이 그들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선입견과 편견으로 보게 합니다.
악녀일기는 사람 사이 관계가 왜곡되었을 때 벌어지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사회사업은 ‘관계’로 시작해 ‘관계’로 끝나는 일입니다. 책은 그런 우리에게 악녀란 오명을 듣고 싶지 않으면 현장에서 만나는 이와의 관계, 그 당사자와 둘레 관계가 왜곡되지 않았는지 살펴보라고 합니다. 8쪽.
월드비전 후원홍보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겁니다. 후원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그렇게 아프리카 친구들을 표현했어야만 했나 의구심이 듭니다. 아이 일상과 아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보여주지 않은 채, 그저 한쪽 면만 부각하는 홍보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에디선생님에게 독서노트 읽자고 제안했을 때, 에디선생님은 말했습니다. “내가 상사라고 배운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에디선생님과 저녁밥을 먹으며 긴 시간 동안 사회복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대화를 나눴을 뿐입니다.
첫댓글 손규태 선생님이 이렇게 복지관 동료 한 명 한 명 만나
책 읽고 식사하며 나눈다는 말씀이군요!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요?
복지관 새내기 사회사업가로, 선배들과 나누며 배움이 크겠습니다.
선배들에게도 도전과 자극이 되는 귀한 시간이겠어요.
이런 새내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손규태 선생님 대단합니다.
1, 2,..
이렇게 정리하는 것을 보니
복지관 선생님들과 꾸준히 나눠가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군요.
강금희 선생님, 박영유 선생님과 어떤 주제를 어떻게 나눌지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