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세벌식을 위한 담대한 제안

[보름달]

글을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도 이왕 쓴 글이니 올리겠습니다.

혹시,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갈마들이 방식에서의 중성 조합 ㅗ, ㅜ=

먼저, 메탈리쟈 님의 말씀처럼 중성 조합 ㅗ, ㅜ를 왼손으로 같이 누르는 것은 현재의 갈마들이 방식으로는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ㅗ, ㅜ 다음에 모음이 붙을지, 받침이 붙을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모음과 받침이 따로 있지 않으면,
모음이 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받침이 붙고,
받침이 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모음이 붙을 수 있겠죠.


3줄 형식의 배열에서 왼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쇠(아랫글쇠)는 총 15개입니다.
ㅆ을 제외하더라도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종성이 총 14개니까,
종성과 따로 배치할 수 있는 모음은 딱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에 반해 중성 조합 ㅗ, ㅜ와 붙을 수 있는 모음은 ㅏ, ㅓ, ㅣ, ㅔ, ㅐ 이렇게 5가지입니다.

물론, 갈마들이 방식에 '사용되지 않는 조합'을 걸러내는 기능이 있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이러한 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네요.

게다가, 구분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표현력에 있어서 한계'가 존재합니다.
구어나 방언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구어나 방언의 입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입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의 갈마들이 기술로는 한계점이 있기에,

중성과 종성을 각기 따로 놓는 방법밖에는 없겠네요.


=순아래로 배치하는 경우=

안종혁 순아래 자판의 경우를 예로 드셨는데요.
순아래 방식으로 배치가 가능한지 한번 계산해 볼게요.

4줄 형식의 배열에서 왼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쇠(아랫글쇠)는 21개고,
오른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쇠는 18개입니다.(쉼표, 마침표 자리는 제외)
왼손과 오른손을 합치면 총 39개가 나옵니다.

종성 ㅆ
중성 ㅢ, ㅖ, ㅒ
중성 조합 ㅗ, ㅜ
이렇게 6개가 빠진다고 가정해 볼게요.

초성은 총 14개
종성도 총 14개
모음은 총 12개가 나옵니다.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ㅔ, ㅐ)

총합이 40개가 나오니,
딱 1개의 자리가 모자라게 됩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게 가능하다고 하셨을까요?


=모음 ㅔ, ㅐ가 빠지는 것에 대해=

정답은 모음 ㅔ, ㅐ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직접 올리신 자판에도 ㅔ, ㅐ가 존재하지 않고,
'가급적 최소의 자모'를 주장하고 계시기에 해당 내용이 맞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ㅔ, 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아마,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공세벌식은 왼손의 부담이 크다고 하시면서,
오른손에 배치된 중성 조합 ㅗ, ㅜ를 빼고,
모음 ㅔ, ㅐ까지 빼는 것을 주장하시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의 비율에 대해서=

오른손에서 중성 조합 ㅗ, ㅜ를 빼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ㅚ, ㅟ 등을 입력할 때 왼손에서 2타가 나오고,
받침까지 누른다면 3타가 나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2:1 또는 3:1로 나오는 겁니다.

반면에 오른손에 중성 ㅗ, ㅜ가 있으면,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1:2 또는 2:2로 나오게 됩니다.

오히려 오른손의 비율이 높아지죠.


게다가, ㅢ, ㅖ, ㅒ에 더해서 ㅔ, ㅐ까지 빼고 조합으로 입력하면,
왼손에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2:1 또는 3:1로 나오는 조합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만일, ㅙ, ㅞ를 조합으로 입력하면 몇 타가 나올까요?

ㅙ는 ㅗ+ㅏ+ㅣ의 3타가 나옵니다.
ㅞ 역시도 ㅜ+ㅓ+ㅣ의 3타가 나옵니다.

그냥 받침도 없이 모음만 입력했을 뿐인데,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3:1로 나오는 겁니다.


'왠'의 경우는 어떨까요?

왼손에서 ㅗ+ㅏ+ㅣ+ㄴ의 4타가 나옵니다.
그러면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4:1로 나오는 겁니다.

'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왼손에서 ㅜ+ㅓ+ㅣ+ㄴ의 4타가 나옵니다.
그러면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4:1로 나오는 겁니다.

'왼손에서 글쇠 4개의 조합'이 발생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걸 대체 어떻게 입력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네요.


만일, 오른손에 중성 조합 ㅗ, ㅜ가 존재하고,
ㅔ, ㅐ가 따로 있다면 어떨까요?

ㅙ, ㅞ의 경우는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1:2의 구조로 나오게 됩니다.
오히려 왼손에서 더 적은 타수가 나오게 되죠.

'왠', '웬'의 경우는 왼손:오른손의 비율이 2:2의 구조로 똑같이 나오게 됩니다.


=배치의 효율에 대해서=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과연 이렇게 만들어진 자판이 제대로 만들어진 자판일까요?


ㅔ, ㅐ를 포함한 일반적인 경우로 가정해 볼게요.

4줄 형식을 기준으로 왼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글쇠(아랫글쇠)는 총 21개죠.
종성과 모음을 모두 합하면 14개+12개로 총 26개입니다.
그러니 왼손에서 5개의 글쇠가 모자라게 됩니다.

즉, 오른손에 있는 숫자 줄 7, 8, 9, 0, -(빼기)까지 중성 혹은 종성이 차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일, ㅔ, ㅐ를 뺀다고 가정하면,
오른손 숫자 줄 7, 8. 9에 중성 혹은 종성이 차지해야 한다는 말이고요.

종성 ㅆ
중성 ㅢ, ㅖ, ㅒ, ㅔ, ㅐ
중성 조합 ㅗ, ㅜ

이렇게 8개가 빠진 이점이 과연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또 다른 경제성에 대해서=

본문의 내용은 '가급적 최소의 글쇠', '가급적 최소의 자모'로 경제성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요.
글쇠가 줄어들고, 자모가 줄어들수록 경제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말씀하시는 것 외에도 '또 다른 경제성'이 존재합니다.

'글쇠를 서로 조합하면서 나타나는 피로'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1. ㅔ, ㅐ처럼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는 것을 ㅓ+ㅣ, ㅏ+ㅣ로 두 번에 나눠서 입력함에 따라 왼손에 나타나는 피로
2. ㅙ, ㅞ처럼 ㅗ+ㅏ+ㅣ, ㅜ+ㅓ+ㅣ로 세 번에 나눠서 입력함에 따라 왼손에 나타나는 피로
3. '왼손과 오른손 비율의 불균형'이 발생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피로
4. 글쇠 조합 시에 '이동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피로
5. 글쇠 조합 시에 '이동 경로가 복잡해지면서' 발생하는 피로
6. 글쇠 조합 시에 '빠른 손가락 이동이 필요함에 따라' 발생하는 피로
7. 3개 이상의 글쇠가 조합되면서 '손목이 꺾이면서' 발생하는 피로

글쇠를 무조건 줄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것에 대한 총량적인 분석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wigglymapp]

'글쇠를 서로 조합하면서 나타나는 피로'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을 세워서 수치적으로 비교를 해야 할거 같아요. 물론 미묘한 손의 부담들을 모두 정교하게 수치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정량적인 접근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더 객관성과 타당성을 갖출 수 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돌려볼 수 있게 되고요. 영문 대안 키보드 레이아웃 만드는 여러 커뮤니티들 참고해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정량화된 기준과 방향성이 있긴 한데 제 본업이 바쁘고 저도 더 연구를 해야 해서 아직 글을 못 쓰고 있네요.

[보름달]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쇠를 서로 조합하면서 나타나는 피로에 대해 정량적인 접근이 가능하고 수치화할 수 있다면,
자판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연구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서도 나중에 정리가 되고 공유를 해주시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푸른솔]

좋은 내용 많음을 인정합니다.
정말로 AI적인 배치를 뽑아내면 세벌식과 다른 모양이 될겁니다. (중성을 좌우로 나누는 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성이 있는 우 초, 좌중 중, 좌단 종..의 공병우 개념은 받아드릴수 밖에 없을겁니다.. 세벌론자들은 좌우 균형이 좋다고 하는데 왼손 부하가 약1.5배 커요.(두벌식도 왼손이 약1.5배 큼. 세벌식과 다른 배열원리임에도!)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한쪽에서 연타가 발생하는 것은 적은 비율이지만 어떤 타자기에서도 발생합니다.
쿼티 예를 봅시다. water strike search wet number 등등 한쪽에서 3타 이상 발생해요 water search는 한쪽 5자죠. 이 단어는 빈도도 상당해요.
어떤 겹자나 완성자(영어라면 자모연쇄나 음절이나 단어..)의 "효율"보다 종합적 "효과"를 추구하자는 것이 요체입니다. 특별대우를 하다보면 종합효과를 잃습니다. simple is beautiful! (simple은 우측에 5자 연타네요. 이런 단어의 "효율"을 해결할순 있겠죠. 그러면 직접적이지 않은 잇점을 놓칠수 있는 것이죠)

[보름달]

의견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답글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도 푸른솔 님의 글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소중한 지식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모르고 있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푸른솔]

아주 어렵습니다. 공병우는 위대하죠. 공 세벌식의 철학을 받아드리되 개선하는 것이 공병우를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봐요.

[wigglymapp]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한글 자판 특성상 초성 중성 종성 셋 중 둘을 한쪽 손에 몰아 배정하기 때문에 양손 부담이 다른건 어쩔수 없는거 같습니다. 아니면 양손에 각각 초중종성을 분할해서 골고루 배치할 수도 있겠지만 잘 상상이 가지 않는군요.

[보름달]

네, 저 역시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철학을 받아들이되,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 개선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맞죠.

[푸른솔]

세벌식에서 초중종을 골고루, 두벌식에서 자음 모음을 골고루 분할할 수 있지만, 세벌식은 초-종 의 동형 때문에 안되고, 두벌식은 앱솔뤁리 가능하지만 역시 파격이 받아드릴수 없을겁니다. 내가 말하는 담대함은 "원리"를 따르면서 개선하자는 것 뿐이죠. (하지만 여러곳에서 대화하다보면 개선은 절망적이라고 느낌)

[wigglymapp]

세벌식으로도 신세벌식으로 중성을 담당하는 키가 조건에 따라 종성도 담당하게 한다면 구현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양손 각각의 영역을 어떻게 초성 및 중성+종성에 맞게 분할하느냐에 대해 엄두가 안 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