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고(病苦)와-유마경
더운 여름을 보내며.. 예전에 써 놓았던 논단 하나를 띄워봅니다.
인간의 병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 몸에 나타난 병은 우리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내려지는 시련이기에 어떤 문제보다도 먼저 온 힘을 다하여 물리쳐야 하는 일차적 과제가 되기도 한다.
현대의학에서도 치유하기 어려워 죽음선고처럼 느껴지는 각종 암이나 에이즈 등은 병명(病名) 그 자체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투병 의지마저 약화시켜 공포에 쌓여 최후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건강과 치유가 육체적 조건보다는 마음자세에 따라 좌우됨을 알아 투병의지를 다지고, 병고를 돌보는 자세를 유마경(維摩經)에 나오는 보살행(菩薩行)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유마경에는 부처님이 비야리성 암라나무동산에서 출가수행자 8천여 명과 함께 지내실 때, 재가 수행자 ‘유마힐’이라는 장자가 병이 들자 부처님이 문수보살을 보내어 문병하는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수보살이 유마힐을 문병하여 병이 난 경위를 묻자 유마거사는 "중생의 병은 사대(地, 水, 火, 風)에서 다 일어나는데, 중생이 병이 있으므로 나도 병이 났나이다"라고 하여 몸의 형성과 붕괴가 사대의 법(法)작용임을 전제하고있으며, 자신의 병은 중생들의 병고를 함께 하고있는 대승(大乘)적 보살행임을 고백하였다.
병의 근본에 대해서는 반연(攀緣)함 때문이라 말하고, 반연을 끊으면 병도 사라진다 하였다.
반연함은 사물에 대한 애착, 즉 얻고자 하는 욕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을 여의(놓음, let go)는 것이 보살의 길에 필요한 덕목이라 하였다. 또한 유마거사는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을 끊는 것이 보살의 길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아무리 행을 닦고 번뇌를 다스린다 해도 지혜의 칼날을 세우지 못하게 됨"을 강조하였다.
유마거사는 "중생의 병을 대할 때는 애견대비(愛見大悲)를 일으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살은 객진(客塵)번뇌를 끊고서 대비심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상이한 면으로 병고에 시달린 중생에게 애처로운 마음에서 인술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즉 "애견대비는 나고 죽는데 염심(厭心*싫을 염)을 동반하기 때문에 애견대비마저 여의어야 고달픈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마거사는 "어느 곳에서나 애견대비의 얽힘이 없어야 중생에게 바른 법문을 펴 얽힌 것을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마치 부처님 말씀에 "스스로 얽힘이 있으면 남의 얽힌 것을 풀 수 없고, 자기에게 얽힘이 없어야 남의 얽힌 것을 풀어줄 수 있다"라고 하신 것과 같다.
첫댓글 인연에 대한 집착도 버려야 온전해 질 수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