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지기 물이 아니라 큰 호수 물이 되십시오.
서초성당의 주임신부이신 임병헌 베드로 신부님의 영명 축일이 6월 29일 입니다. 이번 기회에 이렇게 훌륭한 신부님을 서초성당에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또한 서울교구에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톨릭대학 총장을 역임하신 임 신부는 자신의 영명 축일을 축하하는 6월27일(일) 미사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신도들에게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에겐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래서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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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에 있는 사찰에 큰 스님과 스님들 몇 분이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스님 중에서 한 분이 모든 것에 대하여 불만과 짜증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었던 신부님였습니다. 이를 알게 된 큰 스님이 말했습니다. “종지기에 물을 담아 한 주먹의 소금과 같이 가져오너라!” 이 불만덩어리 스님은 어쩔 수 없이 큰 스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주먹의 소금과 종지기를 가져 온 스님에게 이번에는 큰 스님이 그 소금을 종지기에 넣고, 마시라고 하셨습니다. 이 불만덩어리 스님은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그래 맛이 어떻더냐?” “씁니다”
며칠 후, 이 짜증덩어리 스님은 큰 스님과 함께 산꼭대기에 올라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큰 스님의 명령으로 이 스님은 또 소금 한 주먹을 가져갔습니다. 그러자 큰 스님이 소금 한 주먹을 산꼭대기에 있는 큰 호수에다 뿌리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호수 물을 마시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그래 맛이 어떻더냐?” 산에 오르느라 땀을 많이 흘린 스님이 말하였습니다. “시원 합니다”
그러자 큰 스님이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래, 시원하다. 같은 량의 소금을 넣어도 종짓 물은 짜고, 호숫물은 시원하다고 했겠다. 나는 네가 모든 것을 용서하는 큰 호수 물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종지기 물보다 큰 호수 물이 되거라.” 그리고는 큰 스님이 앞서서 사찰로 내려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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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나이가 들면 속이 좁아지고 잘 삐 지며 화도 잘 내요? 그게 대사를 몇 번씩 했다는 사람의 행동이요?” 성당을 나오자 말자 “차보다 당신이 먼저냐?”라는 식으로 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사에게 화를 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온 집사람의 코멘트다. 그리고 집사람의 코멘트는 이어진다.
“제발 신부님을 닮아 가세요, 신부님 좀! 우리나라에는 당신보다 못한 자리에서 은퇴한 분들이 많아요! 당신의 논리에 따른다면, 이제는 당신이 그 분들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차례라는 말입니다!”
한바탕 기압을 받고 보니, 벌써 집 앞이었다. 그렇다. 나는 운이 좋았다. 세상을 어항 속에서만 살아 온 것 같다. 은퇴한 이후에도 곧 잘 “출세 못 해서 그러느냐?”고 집 사람과 티격태격 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소리가 나온 것이다. 집사람은 정말이지 양 푼보다도 넓었다. 40여 년을 같이 살다보니 그렇게 보였다.
집사람으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또 하나 있다. “집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샌다는 말입니다!” 집에서의 욕쟁이가 밖에서도 욕쟁이라는 이야기로, 이제 그 이야기를 또 한 번 들으면 백번째가 넘는다. 그 소리를 안 들으려면 성당엘 자주 나가 신부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하고, 하라는 대로 잘하고 전혀 욕도 하지 않는 사람 좋은 “허허 권 서방”이 되어야 한다.
까짓거, 그렇게 하자. 죽은 사람의 소망도 들러 준다는데, 집사람의 희망을 한번 못 들어주랴! 이 '소망과 희망' 이야기 역시 평생을 살면서 매번 집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아니던가!
그렇다, 커지자. 종짓 물보다 호숫물이 되는 거다! 아내로부터 언제 또 욕을 바가지로 듣는 날이 오더라도, 일단은 속 크게 다짐을 해 놓고 보자. 나는 하늘을 쳐다보고 허허대며, 이유 없이 웃고 있었다.
<권영민/순천향대 교수/전 주(駐)독일대사, 덴마크 대사. 애틀랜타 총영사 역임>
첫댓글 종지기의 물이 아니라 큰 호수의 물이 되십시오.
요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중에 니편내편이 나누어져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분위기 싫습니다.
냉철한 판단으로 어느것이 국가와 국민이 편안하게 잘 생활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 해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