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연연하지 마시라!
몇날전 일이다
그날은 너무 노곤해서 일찍 퇴근
전철을 타고 자리에 앉자마자
탈탈거리는 리듬에 맞춰 깊은 잠에 떨어졌다
잠이 덜 깬채 엉겁결에 내린 역이 생소하다
손이 허전해 아차! 책이든 쇼핑백을 놓고 내렸네
전철은 떠나가고 횅-하니 역사는 텅비었다
다음차가 곧장 이어 들어와 얼른 집어타고 뒤따라갔다
쇼핑백 찾으러... 세 정거장을 지나고나서야
잠에서 확- 깨어났다 영 따라 잡지 못할 것을 알아차렸다
전철을 내려서 열차가 몇차례 지나가도록 대기의자에 앉아
분실물센타 전화번호를 찾아 간신히 연결했더니 기다리라네
이럴게 아니지, 앞선 역에 전화해서 열차번호8240을 알려서
타는곳 8-4번의 경노석 의자를 살펴 보아달라고 할까
역 사무실 전화번호 찾는사이 열차는 지나가 버렸겠다 ㅎㅎ
무료하게 주저앉아 한탄하는 소곤거림
나도 이제 늙었나 봐
손에 쥔 것은 절대로 놓지는 법이 없었는데
칠칠 빠뜨리고 다니는 쑥맥은 아니었는데
정말 꼼꼼하고 정확한 사람이라고 칭찬 받았드랬는데
'잃은 것은 미련없이 버리라'는 명언을 잊고
놓쳐진 손가방 찾으러 허둥대고 있는 꼬락서니 하고는
언제였더라, 기억도 잘 나지않는 꽤 오래 전 일
아파트 문 열쇄를 잃어먹었던 그때
아니 잃었다가 다시 찾았던 그때
무슨 영감이 있었던지 왔던 길, 앉았던 돌바위를 더듬어 내려갔다
그런데 바로 거기 돌바위에 열쇄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자그만치 3km나 떨어진 그곳에
집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와! 하늘님이 돌봐주신 거지
쇼핑백 찾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내려서 집으로 가는 골목 길에서 낯선 전화번호가 문자로 떴다
재수 없을라니까 '보이스피싱까지 뜨네' 받지않고 그냥 지나쳤는데
다시 똑같은 전화번호가 바로 이어 떴을때
옳지, 잃어진 쇼핑백 예감이 팍- 스쳤다
"김민수씨 전화입니까?" 대답없이 뜸 들였더니 "아니 김만수씨 맞습니까?"
그렇지 전에 열쇄를 찾았던 영감이나 지금 예감이나 딱 맞아 떨어지네
반가왔다 자기가 내릴 가까운 역 안내센타에 맡겨 놓을테니 찾아가란다
기대 반, 포기 반이었는데 기여히 찾아주시네
'그런데 어떻게 내 전호 번호를 알아냈지?' 그게 또 의문이다 의심이다
쇼핑백을 찾았을때 물건이 제대로 다 있는지 점검을 하다가 아하! 놀랍다
책 사이에 내 명함으로 책갈피를 했던걸 잊고 있었네
아! 그걸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걸어준 선인善人이 나타나다니
귀하고 귀한 세상 인연이 맑고 밝고 푸르고 아름답고 환해지더라니
하늘님과 착한 사람이 있어 아직도 살맛나는 세상이야 그렇지
'여기에 맡기고 갑니다' 선인善人의 전화 소리가 하늘의 소리였던거야
2024.6. 아가동장김만수
미래촌(美來村)-품마을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