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정 / 김윤자
울타리도 없는 소슬한 언덕에서 오백년 세월, 바람만 먹고 자랐을텐데 반들반들 다리가 곱다. 저 팔십 그루 동백나무 어디서 시집온 각시일까. 밑둥에서부터 번져 오르는 그리움 동그랗게 빈 가슴에 품고 고운 입술로 여기가 내 고향이란다. 화력발전소 높은 굴뚝이 아버지고 동백정 정자가 내 님이고 솔수펑이 소나무들이 벗이란다. 정절로 다듬은 서천 바닷가 얼마나 파고 또 팠으면 저리도 가파른 절벽이 되었을까 낯모를 어선이 지나갈 때면 눈길조차 죄가 될까봐 철조망으로 마음을 꼬옥 묶고 서 있다. 가을의 풍어가 낚싯줄에 올라와도 각시는 부끄러이 돌아앉아 님을 부른다. 등줄기 시리도록 굳은 절개로 솟은 동백정, 고고한 님을
동백정-월간문학(한국문인협회발행) 2005년 5월호
동백정
김윤자
울타리도 없는 소슬한 언덕에서 오백년 세월, 바람만 먹고 자랐을텐데 반들반들 다리가 곱다. 저 팔십 그루 동백나무 어디서 시집온 각시일까. 밑둥에서부터 번져 오르는 그리움 동그랗게 빈 가슴에 품고 고운 입술로 여기가 내 고향이란다. 화력발전소 높은 굴뚝이 아버지고 동백정 정자가 내 님이고 솔수펑이 소나무들이 벗이란다. 정절로 다듬은 서천 바닷가 얼마나 파고 또 팠으면 저리도 가파른 절벽이 되었을까 낯모를 어선이 지나갈 때면 눈길조차 죄가 될까봐 철조망으로 마음을 꼬옥 묶고 서 있다. 가을의 풍어가 낚싯줄에 올라와도 각시는 부끄러이 돌아앉아 님을 부른다. 등줄기 시리도록 굳은 절개로 솟은 동백정, 고고한 님을
동백정-월간문학(한국문인협회발행) 200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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