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 회고(松京懷古)
오백 년 내려오던 왕기가 끝났으니 / 五百年來王氣終
삼한을 통일한 공은 끝내 어디 있는가 / 操鷄搏鴨竟何功
영웅이 떠나도 산하는 남아 있건만 / 英雄一去山河在
인물이 남으로 가자 저자가 텅 비었네 / 人物南遷市井空
가랑비 내린 후 상원에 꽃 피고 새 우는데 / 上苑鸎花微雨後
석양 속에 여러 왕릉 초목이 우거졌네 / 諸陵草樹夕陽中
가을바람에 나그네 한 얼마나 많은가 / 秋風客恨知多少
지난 일 아득한데 강물은 여전히 흐르네 / 往事悠悠水自東\
철원(鐵原) 취전주(聚錢州)에 당도하여[次鐵原聚錢州]
학과 돈과 양주를 세상에 겸하기 어렵거니 / 世上難兼鶴錢州
이 다락의 좋은 경치 사람의 시름을 풀어주네 / 此亭形勝解人愁
청산이 그림처럼 평야를 둘렀고 / 靑山似畫圍平野
녹수가 바람을 풍겨 가을 기운 움직이네 / 綠樹含風動素秋
용을 탔던 여조는 지금 어디 있는고 / 麗祖乘龍何渺渺
사슴을 잃은 궁왕도 길이 가고 말았네 / 弓王失鹿亦悠悠
난간에 의지하니 활짝 트이는 가슴 속 / 憑闌賸得胸中豁
구태어 저 구름밖에 신선놀이 해 무엇하리 / 雲表何須汗漫遊
자탄시 /탄무자(嘆無子)
인도가 인회에서 생긴 뒤로 / 自從人道起於寅
부자가 서로 전하여 이 몸에 이르렀다 / 父子相傳到此身
내 죄 어떠하기에 하늘에 버림받아 / 我罪伊何天不吊
남의 아비 못돼 보고 머리털이 희어졌나 / 未爲人父鬢絲新
○ 이맹균(李孟畇) 공은 목은(牧隱)의 장손으로서 벼슬이 이상(貳相 좌우 찬성)에 이르러 세업을 계승하였으며 문명(文名)이 있고, 더욱이 시에 능하였다. 일찍이 〈비송도(悲松都)〉라는 시를 지었는데, 그 시에,
5백년 내려온 왕기가 끊어지니 / 五百年來王氣終
닭을 잡고 오리를 잡았으나 마침내 무슨 공을 이루었냐 / 操鷄摶鴨竟何功
영웅은 이미 가고 산하만 의구한데 / 英雄已逝山河在
인물은 남쪽으로 옮겨갔으니 시정은 비었구나 / 人物南遷市井空
비원의 앵화는 이슬비 뒤에 피었고 / 上苑鶯花微雨後
여러 능의 풀과 나무가 저녁 놀에 비치는구나 / 諸陵草樹夕陽中
내가 이날 와서 보고 자못 느낌이 많으니 / 我來此日偏多感
지난 일은 유유한데 물은 스스로 동쪽으로 흘러가누나 / 往事悠悠水自東
하였다. 또 자식 없음을 근심하여 시를 지었는데,
인도가 인에서 일어남으로부터 / 自從人道起於寅
아비와 자식이 서로 이어져 이 몸에 이르렀도다 / 父子相傳到此身
내 죄 어떠하기에 하늘이 불쌍이 여기지 않아 / 我罪伊何天不弔
아직도 남의 아비가 되지 못하고 살쩍만 새롭도다 / 未爲人父鬢絲新
하였다. 그 뒤에 질투심이 많고 독살스러운 부인 때문에 집 안에 우환이 있었는데 공도 이 일로 인하여 죄를 얻어 마침내 귀양살이를 하다가 죽었다. 동생 맹진(孟畛)은 벼슬이 판중추(判中樞)에 이르렀으나 그 아들이 난을 음모하다가 피살되어 중추도 이에 연좌되여 또한 귀양살이를 하다가 죽었다. 용재총화
보은현(報恩縣) 제영
새벽밥 먹고 회인(懷仁)을 떠나니,
만첩 산을 뚫고 왔네.
갑자기 평평한 들 보이니,
넓적하여 내 마음에 드네.
관사(館舍)는 굉장하고,
여러 봉우리 모두 읍(揖)하는 것 같네.
기름진 땅 천 이랑이 이어 있으니,
백성들 살기 편안하네.
또
듣건대 풍속이 순후하여
불러 음식을 서로 대접한다네.
황홀하게 도원(桃源)에 노는 것 같아서,
다시 찾을 때 길 잃을까 두렵도다.
신라 때 삼년성(三年城)은,
당시에 몇 번이나 습격당했던가.
고려 말년에 바다 도둑이 잦아서,
전쟁이 오랫동안 쉬지 않았네.
지금은 임금의 은택 깊으니,
안심하고 살면서 명절을 즐기네.
왕명(王命) 받들고 와서 무엇하였나,
부질없이 길을 달리네.”
蓐食離懷仁
行穿山萬疊。
忽此見平野,
曠然心已愜。
館宇正輪奐,
群峯如拱揖。
云云,
民居得安業。
又聞風俗淳,
招携相挈榼。
怳若桃源遊,
重來恐迷入。
羅代三年城,
當時幾相襲?
麗季海寇繁,
干戈久未戢。
如今聖澤深,
高枕送伏臘。
持節復何爲?
空自馳原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