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리쿠기엔으로 갑니다. 역사적인 도시 에도에서는 꽤나 중요했던 리쿠기엔은, 도쿄를 대표하는 다이묘정원이기도 하고, 에도의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하는데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명승입니다.
물론, 우리는 몇 시간이고 느긋하게 둘러볼 틈이 없는, 빡빡한 둘째날 일정의 첫단추를 잘 꿰고자 부득이하게 여기서도 한 시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자유롭게 소요하며 스케치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인 듯하여, 사전에 단단히 집결시간 숙지를 요청하고는 각자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져 정원을 톺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의 눈으로 어느 조망이 더 맘에 들까 고민해보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시간 안에 모일 수 있는 정도의 긴장감만 가지고, 자유롭게 공원 거닐 듯 여유를 부려보기도 하고, 우리는 그렇게 리쿠기엔을 맘에 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원의 주인공은, 도쿠가와 막부 5대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의 중신이었던 야나기사와 요시야스(柳沢吉保)입니다... 권세가이기도 했고, 당대의 문화를 주도했던 문화인이기도 했던 요시야스는 만년을 이 곳에 머무르면서 소요하곤 했다고 하니, 여기저기 숨었을 그 에도 시대 정취도 함 느껴보면 좋을 듯 싶었네요.. 물론 창건 당시의 88경의 일부만 58경이란 이름으로 복구된 채로 오늘날에 이어졌다고 하니, 남은 경물을 찾아다니며, 그 시절의 시흥을 함 떠올려봄직도 한데, 당췌 여유가 없었네요==;;
그리고, 이 멋진 다이묘 정원의 주인은 근대에 이르러 미츠비시 그룹의 창업주 이와사키 야타로였기 때문에, 그 점도 이번 답사의 각별한 한 포인트가 될 듯 싶었습니다. 일본 근대화의 한 축이었던 재벌가가 어떻게 공공재인 공원 기증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사실 전날 들를 수 있었다면, 기요스미 공원과 어떤 점이 유사할까 느낌도 비교해볼 법한 상황이었지만, 아쉽게도 들르지 못했고, 리쿠기엔이 이와사키 가문이 소유했던 정원 중 우리가 처음 답사하게 되는 정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요스미 정원을 마지막날 극적으로 들를 수 있게 되면서 나중에라도 비교해볼 수 있게 되어서, 참 우연이 곂치고 곂쳐 필연이 되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신신당부드리기도 했지만, 워낙 빡빡한 일정을 먼저 이해하고 신속하게 소요해주신 덕에 예정했던 시간에 무사히 답사를 정리하고 다음 답사지인 구 후루카와 정원으로 제 시간에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이렇게 빡빡한 일정 중에 시간 엄수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면서, 뭔가 자신감이 들었네요^^;; 인원수와 답사일정으로 계속 불안감이 없지 않았던 준비과정의 피로도가 싹~ 가시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