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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5)
계곡물이 흐르는 식당 건너 시 낭송회 장은 백여 평 정도의 이 씨 옥외 매장이다. 그곳은 두세 사람이 지날 폭에 길이가 2 미터 반 정도 되는 구멍이 송송 뚫린 철물 판과 통나무로 엮어져 만든 작은 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꽤 넓은 공터를 빙 둘러 심어진 오래된 머루 나무 넝쿨들이 지주를 감싸 올라가 가로지른 들보를 제멋대로 칭칭 감아 산만하게 하늘을 드문드문 가린 곳이다. 종종 가느다란 실 빛만을 밝게 지상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넝쿨 잎사귀는 예쁘게 물들어있고 주위 채색된 단풍과 야외 식탁이 어우러져 그윽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주변에서 풍겨 나오는 오롯한 분위기는 낭송회를 하기에는 딱 떨어지는 운치가 충분한 장소였다. 두 사람은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식탁에 앉아 아무 말 없이 협소한 계곡에 흐르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며 동상이몽에 젖어 있다. 태준은 물방울이 작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거품에 자기가 뭔가에 얽매인 것에서 떠나 판단이 이젠 확실 해저야 한다 생각했다. 그러나 혜영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무감각하게 멍하니 있다가 급히 자신이 가져야만 하는, 뭔가를 다시 찾은 당연함을 작은 바위에 부딪혀 튀는 물의 거품 속에서 헤매는 듯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사람을 7 년을 넘게 못 보고 이제 겨우 만났는데 확인이 안 되는 어떤 것들에 의해 아직 안갯속에 있는 듯한 자신이 답답하다. 그가 가버리고 또다시 혼자 남겨지는 것도 안타깝지만 다시 또 못 볼 것 같은 염려에 불안하기만 하다.
"형 다음… "
"참! 좋은 곳이… "
둘은 동시에 말을 하며 서로 어긋난 상황을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이어 태준이 턱을 추켜올린다.
"네가 먼저 말해 봐."
그녀는 멋쩍은 표정에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어깨를 한 번 들썩인다. 그리고 한참을 뜸을 들이 듯 가만히 있다가 차분하게 말한다.
"응, 그러니까…… 다음 주 토요일 여기서 낭송회 행사를 하는데 형이 꼭 왔으면 해요. 혹시…… 형이 못 온다고 할까 봐 자신이 없어 지금까지 말도 못 하고…"
어렵게 말을 꺼내는 혜영이 애처롭다. 그녀에게 그동안 소홀과 함께 아픔을 주었다는 게 너무나 미안하고 안쓰럽다. 지금 이 순간 그의 감정이 어딘가 어설퍼 그녀를 추슬러 주지 못하는 자신이 못마땅하다. 태준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뭔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모를 모호함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그녀의 안타깝게 느껴지는 마음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감싸주고 싶었다. 지금 그녀와 자기가 어떤 관계이든 상관하고 싶지 않다. 어제오늘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그냥 평범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지금 그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혜영의 애타하고 불안해하는 심정을 보듬어 주고 싶을 뿐이다.
"난 네가 말 안 해 줄까 봐 괜히 걱정했잖아. 나도 궁금하다. 낭송회를 꼭 보고 싶다."
그녀로서는 뜻밖이었다. 강렬한 자기감정 표현을 할 수 없었던 혜영은 태준의 말이 자기 의지로 바뀌어 뭔가가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다가오는 듯한 희열이었다. 지금 그녀의 발밑에 떨어져 있는 반쯤 물들어 가는 낙엽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태동해 본성인 초록의 싱그럽고 참신한 그 옛날로 돌아가 마치 오래전 학교에서 그의 졸업 작품 전시회 때 그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달뜨는 감정에 싸인 듯 가슴이 심하게 울렁거림을 느꼈다. 그동안 그가 없을 때 느껴왔던 걱정, 불안, 시련 등이 단조로운 추억이 된 듯 그것들 마저 면역이 되어 기쁨으로 다가온다.
"토요일 오후 5 시에 시작하니까... 오전에 안 되나? 점심같이 먹고 싶어요."
태준은 안겨있던 그녀의 등을 토닥이고 다시 떨어져 그가 그녀의 팔에 팔짱을 끼고 애스코트 하듯 철 다리를 건너며 귀에 대고 속삭이듯,
"그날 별일 없으면 그렇게 할게."
혜영의 차를 타기 때문에 춘천역으로 가 서울까지 가기 쉬운 전철을 타기로 했다.
역사 건물이 덩그러니 서있는 황량한 풍경은 별 시설이 없어 흔한 영화에 나오는 세트장처럼 쓸쓸했다. 둘은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앉을만한 곳을 찾았다. 몇 개의 벤치만이 있고 급조한 듯 심어진 정원수들이 풋풋한 기미 하나 없이 보조 막대에 의지한 체 힘없이 서 있다. 가장자리에는 옅은 보라색을 띤 한 색상뿐인 국화가 덩어리로 피어 있고 그 흔적을 그리는 듯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혜영은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는 이곳에 몰상식하게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린다는 푸념을 한다. 남은 빈 벤치가 하나뿐이어서 그들은 거기에 앉아 이별을 하고 있다. 내려주고 돌아가라는 그의 말을 곁 귀로 듣는 둥 마는 둥 막무가내로 차 타는 걸 봐야겠다는 혜영은 이제는 환한 얼굴로 약간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날씨에 자신 있게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잔뜩 움츠린 자세로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행복에 취해 있다. 그러면서 그녀가 생각해 둔 것처럼 그에게 동의를 구한다.
"형, 나 아마 다음 주 금요일 서울 갈 일이 있을 것 같아, 집에도 다녀올 겸 방배역 옆 현대 아파트에 우리 고모 사시잖아, 고모가 한 번 오라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녀올까 봐요. 그때같이 오면 안 될까?"
태준은 어색해 무렴해 진다. 지금 어떻게 처신을 해야 혜영이 상처를 안 받는 옳은 방법일까? 미안한 마음으로 그녀의 쓸쓸한 마음을 위로했는데 그런 혜영의 모습에 벙어리 냉 가슴 앓듯 자신이 딱하기만 했다. 주춤하는 그는 딱 잘라 말하는 것도 이제 와서는 그의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묘연해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떤 표현을 해야 하는데 그녀의 아파하던 약수골 모습이 떠올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혜영이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참! 담 주 금요일 누구 만나기로 했지, 깜빡 잊었네."
"그래, 준비도 해야 하고 바쁠 것 같은데……"
"……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요. 김 교수, 은영이도 있고…… 담에 가야겠다."
서울에 가겠다는 혜영의 마음은 정말 인간적인 마음이다. 다시는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사람이 아쉬울 때 가질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솔직하고 초조한 마음이었다. 혜영은 그러는 자신이 멋쩍은 듯 그의 등산 점퍼 후드의 모양새를 고쳐주며 시계를 본다.
"이제 시간 된 것 같은데, 그만 일어설까?
일어서는 그를 바라보며 아쉬운 듯 그녀는 가벼운 신음을 한다.
"아! 아!"
이어, 할 수 없다는 듯이 체념하며 다짐한다.
"토요일 출발하면서 전화하세요. 시간 맞춰 역까지 나올게요."
태준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개찰구까지 가겠다는 그녀를 말리고 돌아갈 때 운전 조심하라는 당부와 손을 흔들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또 한 번 손을 흔들어 준다.
혜영, 그녀는 태준이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하는 딱 한 사람이다. 이해가 넓고 소박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오직 한 남자라 생각했다. 그와 함께 한을 남기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오직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그 남자와 함께하는 후회 없는 사랑을 하고 영원히 같이 있고 싶다. 그와 같이하는 그녀의 사랑은 더 갈 데 없는, 더 생각할 수 없는 막다른 궁극적 차원이라 생각했다. 그건 그녀의 거짓 없는 수수한 사랑이라 누구한테든 말하고 싶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뭐라 하건 말건……
6
혜영은 태준과 헤어진 뒤 춘천에 나온 김에 다음 주 행사 일정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기 위해 김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다음 주 토요일 태준을 픽업하러 오는 일에 차질이 없게끔 하기 위해서다. 마침 강의가 없는 그와 쉽게 통화가 됐다.
"김 교수 안녕, 지금 좀 만날 수 있어?"
휴대폰에서 장난기 많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나의 예쁜 인형, 이렇게 야한 낮에 전화도 하고 웬일이야?"
혜영보다 두 살이 아래인 그는 춘천 K 대 교수이고 서울에서 혜영, 또 은영과 같이 계절마다 만나는 동인 그룹 멤버였다. 성격이 호탕하고 거리낌 없는 게 혜영과 성격이 비슷했다. 혜영이 성 씨가 인가여서 마음에 들 때는 늘 '예쁜 인형'이라 했고 마음에 안 들 때나 그게 아닐 때는 나이가 아래인지라 '그냥 인형'이라 불렀다. 그도 아직 결혼 전이라 혜영을 잘 챙겨 주는 편이었다. 좋아서인지 아니면 서로 편해서인지 몰라도 수시로 그녀에게 전화하거나 약수골에 들어와 식사도 같이하고 차도 마시곤 했다. 혜영도 따뜻하고 살갑게 챙겨주는 게 좋아서 그와 가끔 만나 데이트도 하고 어려운 일이나 곤란한 문제에 있을 때 상의하곤 했다. 하지만 항상 혜영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 교수도 태준을 기다리고 있는 혜영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그녀의 연인을 찾지 못해 침울해하고 애타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고 어떤 때는 술을 마시고 우는 것까지 보았다. 그런 혜영의 강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한편 나약한 모습에 김 교수는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후 수업 있어? 없으면 소양 그 카페로 나와 지금 난 역이야."
"아이구, 예쁜 우리 인형이 나오라면 나가야지, 5 시엔 다시 학교에 와야 돼."
강가로 전면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환한 실내는 꾸밈이 화려함을 거부한 모던하고 심플했다. 오후의 한가한 시간인지라 학생인 듯 보이는 몇 사람만이 노트북을 펼쳐 놓은 체 열심히 손놀림이나 턱을 괜 체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모습이 대학생인 듯 보여 괜히 약속을 이곳으로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혜영은 되도록 그들과 멀리 떨어진 창가 쪽 구석에 앉아 그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 지 20여 분도 안 돼 묵직한 통유리로 된 도어를 열고 들어오는 그는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매대 쪽으로 가 라테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번호표를 들고 비로소 혜영에게 와 앉았다.
"웬일로 오늘 여기까지 납셨나? 그렇잖아도 내일쯤 갈려고 했는데……"
"우선 행사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하구, 성우는 섭외했어?"
김 교수는 어이없다는 듯 빤히 혜영을 쳐다보면서 마침 들려오는 호출 소리에 일어나면서 장사 한두 번 하느냐 하면서 매대 쪽으로 가버렸다. 커피 쟁반을 들고 온 그는 혜영에게 오늘 할 말이 겨우 이거냐 하고 핀잔을 주며 말한다.
"우리 과 학생 게 있잖아 우 소희, 게가 저번같이 여자 둘, 남자 한 사람 세 명 섭외하기로 했대. 알간!"
혜영은 굴하지 않고 또 묻는다.
"인쇄물은? 전 번에 오자 투성이었는데 확실히 해. 알간!"
뭔가 돼 갚었다 하는 통쾌함에 혜영은 어깨를 들썩이며 우쭐해하면서 마지막 일침을 놓는다.
"저렇게 엉성하니 장가도 못 가지 알간, 호호호"
항상 둘은 만나면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 농담을 반쯤 섞어 한치 양보도 없다는 듯 허물이 없었다. 어떤 때는 공감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끼듯 서로 어울림이 묘할 때도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낯이 익고 막역한 둘의 커뮤니티는 남들이 보기에는 꼭 허물없는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싸움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그만큼 서로에게 편한 상대였다.
"아쭈! 자기는 어쩌구 저번에 시 한 편 읽으면서 질질 짜면서, 그러니까 아직 시집도 못 가지."
혜영이 피식 웃으면서 동시에 정색한다.
"김 교수, 그가 왔어, 여기에 왔었어, 지금 역까지 바래다주고 오는 길이야."
김 교수는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녀의 진지한 상항에 어렴풋 무슨 말인지 짐작했다. 겨우 알아차린 그는 혜영이 정색하는 것조차 믿을 수 없어 농담인지 사실인지 도통 감이 안 온다는 표정이고 한편으론 솔직히 그녀의 말이 불편했다. 이번엔 오히려 그가 정색을 하고 돼 묻는다.
"농담이야, 뭐야?"
혜영은 그러는 그가 언짢았지만 개의치 않고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다가 한 모금을 마신 뒤 더 진지하게 말한다.
"음, 어제 오후에 왔어. 은영이 때문에 만나게 됐어. 지나던 길에 운수골에 들린 것 같아."
혜영은 어제 태준을 만날 때부터 아까 떠나보낼 때까지의 줄거리를 차분하고 되도록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말하는 내내 행색이 초라했던 태준이 안쓰러웠던지 눈물을 글썽이며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 교수는 듣는 동안 커피도 마시지 않은 채 그의 가슴에 두 팔을 포개고 때론 혜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때론 창밖 호수의 출렁이는 물결을 보며 질문도 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듣고 난 후 그는 그동안 혜영에 대한 이해가 진지했었나, 아니면 친한 친구같이 평범했었나를 잠깐이지만 생각도 해봤다. 그녀를 대학 때부터 알게 돼 오늘까지 그 숱한 계절들을 보냈지만 사실 예전에는 진지하다거나 다른 감정은 갖지 않았었다. 그러나 시 낭송회를 시작할 때부터 돌보고 싶은 막연한, 자기도 확실히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마음이 생긴 건 사실이었다. 그녀가 한없는 기다림으로 애타하는 것을 아는 그는 그것이 둘의 사랑인지, 아니면 일방적인 짝사랑인지를 어렴풋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감실감실했던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쉽게 다가가고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나날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어떤 일을 꾸며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차였다.
"잘 됐네, 그렇게도 기다리던 사람인데…… 그래, 진심으로 좋은 일만 생기길 기대할게…… 하지만 서두르진 말어"
마지막 말은 안 해도 될 말이지만 기어이 말을 내뱉어 참견했다고 그는 곧 후회했다. 김 교수는 다 식어버린 커피 컵 홀더를 벗겨버리고 뚜껑까지 열어 단숨에 마셔 버린다. 아주 많은 아쉬움이 남은 행동이었다. 조금 전의 유쾌했던 서로의 분위기가 조금은 경직되어 서로 해맑던 모습이 카페의 드넓고 냉랭한 허공으로 스며 버려 어색함만이 닦아세우 듯한다. 혜영은 그가 단숨에 들이켜는 모습을 바라보며 따라서 커피를 천천히 마신다. 그리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듯 조용히 말한다.
"김 교수, 나 항상 응원해 줄 거지!"
순간 그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그녀가 조용히 하는 말이 어딘가 애처롭기도 하고 뭔가 강요하는 듯해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그럼, 난 항상 예쁜 인형 팬이야. 그래 언제나 응원할게!"
"고마워, 참! 그리구 다음 주 행사 날 11시에 춘천역으로 그를 마중 나가야 돼, 그날 한 두세 시간 비워도 괜찮겠지?"
"시에서 웬만한 건 다 해주고 이 사장님이 준비만 잘해준다면 별일 있을라고, 내 쪽에선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할 거야. 참! 그리고 애들 하루 숙박은 인형 집에서 보내야 하는데, 그분 오면?"
혹시 모를 차질이 있을까 봐 그가 얘기했지만 혜영은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그의 호의에 감사하며 고맙다는 말을 하고 일어서서 그에게 안겨 등을 토닥이며 우정을 표시했다.
카페 밖, 청량한 하늘에 호수 건너 산 아련한 풍경은 물감을 퍼부은 듯 단풍이 들어가고 있고 들판에는 오후의 햇살을 잔뜩 머금은 벼가 사소한 일에 무관하듯 가볍게 흔들거리고 있다. 자연이 자연을 바라보는 풍경은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듯 범주를 벗어난 더 이상 창조, 만들 수 없는 무한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