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이는 글 Re: ‘발해통보(渤海通寶)’가 진품일 가능성에 대한 고찰과 그것의 모양이 지닌 뜻에 대한 고찰

[잉걸]

이 움직그림에는, 서병국 교수가 공개한 중기 고리(‘발해’)의 동전인 ‘발해통보’가 나온다. 이것들은 진짜일까? 나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이 ‘돈’들은 금화(金貨)이기 때문이다. 중기 고리 시대에도 금은 귀금속이자, 화폐로 쓰일 만한 가치가 있는 물질이었다.

둘째, “천통 팔년”이라는 연호를 새겼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중화민국 ‘한족(漢族)’이 만든 위조품이라면, 제하(諸夏) 역사서에 “천통”이라는 연호가 8년 이상 쓰였다는 기록 자체가 없으므로, “천통”을 8년으로 적지 못한다(만주국에서 일한 만주족 학자나 근대 왜국[倭國]학자라도, 이런 물건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당시 – 서기 1930년대 – 만주족은 중기 고리의 직계 후손이었던 태씨들의 족보에 “천통”이라는 연호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고, 왜국 학자들은 제하 역사서에 나온 “발해” 관련 기록만 알았기 때문이다).

셋째, 이 유물은 지나(支那) 정부가 동북공정을 밀고 나가기 예순 해 전인 서기 1930년대에 나왔으므로, 이른바 ‘다민족 통일국가론’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짜일 가능성은 낮다.

넷째, 이 유물은 ‘만주’ 흑룡강성에서 나왔는데, 그 땅은 중기 고리가 차지해서 다스리던 곳이었다. 그러므로 그 유물은 중기 고리 사람들이 만들어서 쓰던 돈일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이 움직그림을 보았다면 알겠지만, 이 유물은 마치 돈자루나 곡식자루나 비단 주머니의 모양을 단순하게 만든 것처럼 생겼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네모난 몸에, 마치 곡식 자루나 비단 주머니의 윗부분 같은 장식물이 붙은 모양이다. 

이는 제 1 당(唐) 왕조(이연 ~ 이치)/무주(武周) 왕조/제 2 당 왕조(이융기 ~ 당 애제)/5대 10국 시대에 쓰였던 제하(諸夏) 동전인 ‘개원통보(開元通寶)’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개원통보는 동그란 몸에 네모난 구멍이 뚫린 형태(그러니까, 진[秦] 제국의 동전인 반량전과, 신[新]나라의 동전과, 한[漢]나라의 동전인 오수전의 형태를 이어받은 동전이다)라서, 발해통보와 계통이 같은 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중화민국의 ‘한족’이나, 만주국의 만주족이 ‘발해’에서 쓰였다는 가짜 돈을 만들려고 했다면, - 그들은 개원통보같이 생긴 동전에 익숙했으므로 – 굳이 개원통보와 모양이 다른 ‘발해 동전’을 만들 리가 없으며, 그들이 만든 가짜 동전은 모양이 개원통보와 비슷했어야 한다는 점도 내가 발해통보가 ‘후세 사람이 만든 가짜 돈’일 리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게다가, 재료도 개원통보는 구리인데, 발해통보는 금 아닌가? ‘한족’ 위조범이 ‘중국의 신하 나라’로 여겼던 나라의 돈을 ‘종주국’인 당나라의 돈보다 더 좋고 귀하며 비싼 재료로 만들었을까?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하지 않나?).

(참고로, 개원통보는 당 고조 이연 때인 서기 621년[무덕 4년]부터 만들어서 쓰기 시작했다)

(덧붙이자면, 발해통보는 자루의 윗부분 같은 부분에 네모난 구멍이 뚫렸는데, 거기에 새끼로 꼰 끈이나 줄을 꿰어서 돈 꾸러미를 만들었고, 그런 식으로 돈을 보관/관리하거나 돈 꾸러미를 자루/주머니 안에 넣어서 갖고 다닌 게 아닌가 한다)

(개원통보의 모양을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주소로 들어가 보라 : 

https://blog.naver.com/f14dkrak/221756230003

동전 수집 당나라 개원통보

)

그래서 나는 발해통보를 진품으로 판단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하지만 그렇다면 왜 돈에 ‘발해통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건가요? ‘발해’가 바른 이름은 아니라면서요? 그리고 왜 그 돈이 당나라의 동전처럼 ‘통보’로 불리죠? 그리고 왜 대씨들은 그런 ‘이상하게 생긴 돈’을 만든 거예요?”하고 물으리라.

나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먼저 ‘발해통보’가 만들어진 때와, 개원통보가 맨 처음 나온 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자에 새겨진 명문에 따르면, 전자는 천통 8년, 그러니까 서기로는 705년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후자는 그보다는 여든 네 해 전인 서기 621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 왕조보다 예순 해 뒤에 세워진 걸걸중상(대중상)의 나라가 당 왕조에서 쓰이던 ‘통보(通寶)’라는 명칭을 받아들여 돈의 이름을 정한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통보[通寶]’는 “통하는[通] 보배[寶]”, 그러니까 “한 나라 안에서 보배/보물로 통하는 물건” → “화폐”라는 뜻이다)

제 1 당 왕조와 치열하게 싸우다가 무너진 나라의 유민들이 세웠고, 무주(武周) 왕조와 싸워서 이긴 사람들이 세운 나라(중기 고리)가 적국의 낱말을 받아들인 것을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나, 적과 싸우면서도 적의 문물을 받아들인 사례는 세계사에서 흔히 나타나고(한 예로, 튀르크/몽골 계통 기마민족들의 침략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병기[잠기]인 굽은 도[刀]를 받아들여 군도[軍刀]인 ‘샤벨’ 을 만든 폴스카[흔히 ‘폴란드’로 불리는 나라의 바른 이름] 사람들의 예를 들 수 있다), 중기 고리도 그 법칙에서 예외는 아님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중기 고리 사람들은 ‘통보’라는 낱말은 받아들였지만, 대신 모양을 개원통보와는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고, ‘개원’ 대신 ‘발해’라는 이름을 넣어, 그 돈이 제 1 당 왕조나 무주 왕조의 돈과는 다르다는 것을 드러냈다.

(따라서, 이것은 중기 고리 사람들이 적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자기 식대로 바꾸고, 그 특색도 드러낸 사례지, 결코 ‘사대주의’와 관련된 사례가 아니다! 나는 그 때문에라도 중기 고리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지나[支那] ‘한족[漢族]’ 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지방정권’이 중앙정부와는 완전히 다르게 생기고, 이름도 다른 돈을 만들어서 쓰는가? 그걸 허락하는 중앙정부도 있는가?)

덧붙이자면, 나는 ‘발해’라는 이름이 ‘고리(高麗)’와 함께 쓰였고, 그래서 중기 고리의 돈에 ‘고리’ 대신 ‘발해’가 들어간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실제로 일본 기록과 목간에도 ‘발해’와 ‘고리’라는 이름이 같은 시대의 같은 나라를 일컫는 말로 함께 나오며, 오늘날 ‘한국’과 ‘코리아’라는 두 이름이 함께 쓰이듯이, 이 두 이름이 한 나라 안에서 같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이 가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살펴볼 생각이다). 

기록에 따르면, 고왕 대조영은 한때는 신라에도 사신을 보내 우호관계를 유지했고, 비록 무주 왕조와 대립하고 제 2 당 왕조와도 대립했으나, 어떨 때에는 대화를 시도하거나 외교관을 보내 교섭을 했다고 하니, 만약 그가 ‘천통’이라는 연호를 쓸 때 교섭을 하는 등 잠시나마 온건 노선을 유지했다면 그의 나라에서 만든 돈에 ‘고리’ 대신 (무주/제 2 당나라가 갖다 준 이름인) ‘발해’가 나오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비록 그의 후계자인 무왕 대에는 완전히 노선이 바뀌어서, 제 2 당 왕조에 대한 강경책으로 돌아서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이 때문에라도 발해통보는 중기 고리의 돈이자,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 발해통보의 모양은 왜 개원통보와는 다를까? 그 모양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나는 그 모양이 ‘곡식이나, 소금이나, 금/은을 담은 자루’를 본뜬 것이고, 자루나 주머니와는 달리 네모난 까닭은 ‘논밭’을 상징하는 ‘네모난 땅’을 본떠 그 모양을 자루/주머니와 합쳤기 때문이며(만약 그렇다면, 돈에 ‘밭 전[田]’ - 전근대사회에서는 ‘땅’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 자가 들어간 것도 이해가 된다), ‘재물을 담은 자루/주머니’의 모양과 그 자체가 곡식/나무/임산물을 만들어내는 ‘부의 원천’인 ‘땅(밭)’의 모양을 하나로 합쳐서, ‘재물/부’를 상징하는 물건인 돈을 만든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는 아사달(‘고조선’)과 연나라의 동전이었던 도전(刀錢)이 칼의 모양을 본뜬 돈이었고, 전국시대에 진짜 ‘중원’이었던 한/위/조나라에서 쓰였던 동전인 포전(布錢)이 농기구인 쟁기날의 모양을 본뜬 돈이었으며, 전국시대 초(楚)나라에서 만들어서 쓰던 동전이 물고기나 조개껍질의 모양을 본뜬 것이었던 사실과 같다. 그 나라들이 물물교환 수단이자, 그 자체가 재물이었던 것들의 모양을 본떠 동전을 만들었듯이, 중기 고리 사람들도 재물이나 그것을 담는 물건이나 재물의 원천을 본뜬 동전을 만들어서 쓴 것이다.

나는 발해통보 또한 한국의, 아니 온 누리의 『 역사 』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아가 그것은 중기 고리가 스스로 돈을 만들어서 쓸 정도로 발전한 나라였다는 증거로, 그리고 돈을 쓸 정도로 상업이 발달한 나라였다는 증거로, 연호 사용과 마찬가지로 중기 고리가 자주적인 독립국가이자, 남의 문화를 무작정 따르지 않고 자기 식대로 바꾸어서 받아들인 뛰어난 나라였다는 증거로 내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 글을 맺는다.

- 단기 4355년 음력 9월 20일에, ‘명도전과 동옥저의 돈과 신라의 돈과 발해통보만 놓고 보더라도, 배달민족은 근세조선 이전에도 돈을 만들어서 썼고, 상업이 발달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