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모르테 델라모레> Cemeter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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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공포영화의 세계는 매혹적이다. 특히 마리오 바바의 영화는 똑같은 피범벅 살육을 벌이더라도 그만의 아름다움이 녹아 있었다. 그렇게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르네상스를 가져온 바바의 죽음 뒤 다리오 아르젠토의 존재가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그 뒤의 인물이 없다는 것이 이탈리아 영화계의 불행이다. 하나 한순간 빛나는 재능을 과시했던 인물이 있었다. 아르젠토의 후계자로 언급되던 미켈레 소아비다. 그는 <아쿠아리스>로 전세계 공포영화 팬들을 열광케 했고, 최고 작품으로 손꼽히는 <델라모르테 델라모레>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게 다졌다. 그리고는 그저 그런 몇편의 공포영화를 내놓더니 브라운관의 세계로 잠적하다시피 떠나버렸다. <델라모르테…>는 자기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우울한 묘지기가 벌이는 폭력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프란체스코 델라모르테는 한 시골 마을에 자리잡은 무덤을 돌보는 남자이고, 그가 하는 주된 일은 죽은 자를 땅에 묻는 것이다. 따분한 일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델라모르테는 남편을 잃고 묘지를 찾은 한 미망인을 보고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기괴한 취향을 가진 두 사람은 보름달이 뜬 밤, 남편의 무덤에서 운우의 정을 나누다 변고를 당한다. 되살아난 남편이 미망인을 물어뜯어버렸고, 그로부터 델라모르테의 생활이 꼬이게 된다. 땅에 묻은 시체들이 좀비가 되어 미친 듯이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명성을 떨치고 있는 다른 이탈리아 공포영화들과 비교해 <델라모르테…>는 확연한 드러나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비주얼은 강렬하지만 스토리가 부실한 여타 이탈리아 공포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이야기부터가 흥미진진하다. 왜 땅에 묻은 시체가 좀비가 되어 부활하는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이유가 있지만,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식이다.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매력은 논리적인 짜임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속출하는 전개에 있다. 여기에 강도 높은 고어의 미학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폭력의 수위는 높지만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고어와 유머의 결합이 유연한 까닭이다. <델라모르테…>의 재미는 성공적인 캐릭터 묘사의 힘이 크다. 죽은 자와 벌이는 사투에서도 묘지기는 전혀 동요가 없다. 그에게 죽은 자가 살아서 돌아오는 상황은 일상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죽은 자를 파묻고 다시 살아나면 처참하게 죽여서 또 묻으면 그뿐이다. <델라모르테…>는 묵묵히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묘지기의 액션에서 폭발하는 폭력 묘사와 그 속에서 꿈틀되는 유머가 선사하는 재미가 환상적인 영화다. 여기에 진한 에로성까지 겸비했으니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기존에 보던 이탈리아 공포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델라모르테…>는 절단과 피범벅을 이루는 고어의 미학과 유머, 그리고 로맨스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