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
햇빛을 접어 날린다
몸에 새긴 선들 사이
바람이 스민 종이비행기
날다가 고꾸라지는 흰 빛을
다시 주워 날리는 아이들
휘어지는 손끝에서
빛이 날아간다
공기 속에 그어지는 날개 자국
종이를 접자
비행기를 날리자
나는 아직 접지 않은 하얀 빛
오늘 수집가
오늘 아침
눈도 뜨기 전 귀 옆에 떨어진
얼른 안 일어나냐를 제일 먼저 주워 넣고
밤새 게임하느라 배터리 바닥난
휴대 전화는 주머니에 찔러 넣고
속속들이 어지러운 내 방은 집 속에
구겨 넣고
이름 없는 나를 서둘러
교실에 집어 넣었다가 몇 개의 학원에
옮겨 담았다가
편의점 의자 위 밤을 깔고 앉아
삼각 김밥과 사과 맛 요구르트를
차곡차곡 배 속에 넣다가 본
마른 나뭇잎들의 시끄러움
오늘은 매일매일 있고
내가 주워 담은 것들이
바래지는 시간
바다를 신다
바닷속 발을 넣는다
촉촉하게 신기는 바다
내 발끝은 대서양에 맞닿고
물고기들이 뱉어 낸 숨 방울들이
간질간질
무플까지 끌어 올렸다가
발목까지 내렸다가
신었다가 벗었다 하던
바다를 두고 간다
다리에 남은
바다 자국
소나기
바닥에 비가 쌓인다
바짓단을 타고
비가 올라온다
사람들 다리마다
비가 자란다
택배
끝도 없이 자라는
도로를 달립니다
트럭에 꽉 찬
상자들을 한 개 두 개
떼어 냅니다
얼음덩어리처럼
뭉쳐 있던 상자들이
집집마다 풀어지는 동안
아빠 몸에
물기가 번집니다
등 뒤의 상자들이
덜컹입니다
마지막 남은 아빠가
집으로 배달되어 옵니다
카페 게시글
♤ 추천하고싶은 동시
오늘 수집가 / 김물 / 창비
박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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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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