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홍남근씨(45)는 오랜 정신 분열증으로,어머니 박순옥씨(39)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10년이 넘도록 시달리고 있는 탓에 이들은 부모님
대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책임을 맡았다.
특히 학교급식 지원이 끊기는 방학엔 직접 끼니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
까지 추가되기에 또래 친구들과 달리 개학이 애타게 기다려진다.
이들 자매의 이번 겨울방학 식비는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한 10만원권
농협 상품권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나마도 동생 미라가 받아온 것. 언
니 미선이는 결식아동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상품권을 받지 못했고 지난 여름방학까지 도움을 받았던 구청의 조/석식 지원 명단에서도 예
산부족으로 인해 빠졌기 때문이다.
미선이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지난해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
되면서 미선이는 온식구를 위한 밥짓기와 설거지 담당이 되었다.
아직 어설픈 솜씨로 부모님과 동생의 아침식사를 마련한 뒤 미라를 성
내사회복지관 공부방으로 보내고 나면 오전 11시가 가까이 다가온다.
점심식사는 간단하게 라면 등으로 때우거나 굶기가 일쑤이다. 구청에
서 지급되는 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 월 80만원과 농협 상품권으로 구
입한 쌀이 벌써 바닥을 드러냈기에 밥짓기를 할 때는 최소한의 양만
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매끼니마다 줄어드는 쌀통은 복지관 컴퓨
터 교실을 마치고 저녁식사 설거지를 끝낸 밤 10시까지 어린 미선이
를 한숨짓게 하고 있다.
이밖에 가족 4명 가운데 3명이 병치레를 하고 있지만 치료에 나설 수
없는 현실도 자매를 가슴 아프게 한다. 정신분열증 치료가 끝나지 않
은 아버지는 보훈병원에 빈 자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고,병원비가 없
는 어머니 역시 치료를 위해 외가인 전북 군산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또 `왼쪽 눈에 이상이 생겨 사시가 됐다`는 미라는 50만원의 치료비
를 급히 구해야 하지만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 가족에겐 너무
나도 큰 금액이다.
자매를 돕고 있는 성내종합사회복지관 강소영 사회복지사는 `구청
등 관공서의 힘만으로 결식아동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
이라며 `따스한 온정을 지닌 독지가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의 도움
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