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코로나까지,
주민들은 더욱 힘들어하는데
복지관이 휴관하겠다니요.
말을 바꿔야 합니다.
오늘 논현복지관 최장열 관장님께서 보내주신 문자 메시지에
복지관이 '임시대응 운영'한다고 하셨습니다.
'임시대응 운영'
이런 표현이 좋습니다.
다른 좋은 표현도 많을 겁니다.
알려주세요.
재난 지원금과 재난 소득
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힘들었을 때,
정부는 전 국민에게 생활비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누구는 이것을 ‘지원금’이라 했고, 또 다른 이는 ‘소득’이라 했습니다.
지원금이든 소득이든, 많이만 주면 그만일까요?
지원금과 소득에는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국가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용어 선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
국가의 주체를 국민으로 보았기에 ‘소득’을 사용했습니다.
국가의 주체인 국민이 행정 대리인인 국가에게 요구하는 모양이기에 ‘재난 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이루는 과정으로 이번 일을 기회 삼을 수 있습니다.
반면, 국가의 주체를 정부로 본다면 국민은 객체입니다.
정부가 펼치는 사업의 대상이 됩니다.
사업 주체는 정부요, 사업 대상은 국민입니다.
정부가 진행하는 구제사업의 대상이 되어 어느 정도 예산을 지원받는 일입니다.
시혜적 의미입니다.
또한, ‘지원금’이니 지속적 의미보다 일회성 사업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적 지향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겁니다. 말은 다분히 이념과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와 언론이 사용한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은 조심스럽습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라는 건 사회적인 관계에 놓인 사람들과 소통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자주 안부를 묻고 살뜰하게 챙기는 ‘사회적 거리’는 긴밀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사회사업가로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약자 곁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로서 그나마 남은 사회적 관계가 많지 않은 이들에게
이마저도 내려놓게 하는 말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들에게 사회적 고립은 생존 문제입니다.
이런 때, 반가운 표현을 만났습니다.
‘잠시 서로 떨어져 있기’
물리적 거리는 멀어도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하자는 주장이 와닿습니다.
말에 힘이 있습니다. 말이 쌓여 의식을 만들고, 의식이 행동을 결정하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말과 글을 쓰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양상이 달라집니다.
서울·경기지역 코로나 상황이 다시 나빠졌습니다.
복지관 시설 사용은 잠시 중단합니다.
당분간 임시대응 운영으로 전환합니다.
무더위에 코로나까지,
더욱 힘들어할 지역주민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이럴수록 더 가까이 달려가겠습니다.
이런 안내는 어떨지 생각했습니다.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기관입니다.
사람 사이 관계를 생동하는 지원기관입니다.
사람 사이 관계가 멀어지면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습니다.
감염병보다 무서운 게 외로움이란 분들이 많습니다.
이름답게, 우리답게 나아가는 가운데
코로나 속 실천의 길도 보일 겁니다.
첫댓글 복지관 휴관이 아닌, '임시대응 운영'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물리적 거리두기'
우리가 쓰는 말에는 의식과 힘이 있기에,
마지막에 쓰인 안내문구가 와 닿습니다.
승철 선생님, 고맙습니다.
강감찬관악복지관 귀한 이야기 많이 나눠주세요.
실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세요.
구나 시에서 '휴관'하라고 하니 휴관이라는 말을 써야 할까요?
구나 시는 복지관을 어떤 곳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렇다면, 구나 시가 복지관을 건물로만 보고, 사회복지사를 건물 지킴이 정도로 보았다면
그런 이미지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누가 뭐라 해도 상관 없습니다.
하나씩 이뤄가고, 하나씩 바꿔갑니다.
이름을 바르게 정의하고, 이름대로 실천합니다.
복지관은 물리적 공간을 가리키는 '건물 정체성'도 있지만,
지역사회를 더불어 사는 곳이게 하는 '조직 정체성'도 있습니다.
휴관의 의미는 건물 정체성만 보고 하는 말입니다.
복지관 건물을 이용할 수 없을 뿐이지,
복지관 조직은 더욱 활발히 지역사회에서 사람 사이를 생동합니다.
코로나 속에서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어떤 활동을 어떻게 펼칠지 궁리합니다.
변화는 나부터, 나에게서 한 걸음.
저희는임시휴관에서전환운영이라고변경했는데..임시대응운영더좋네요
"감염병보다무서운게외로움"
사회복지관의본질을생각해보는문구인것같습니다
엄선영 선생님, 반갑습니다.
'전환운영'도 좋아요. '임시대응운영'도 좋습니다.
'휴관'은 아쉽죠.
고맙습니다.
오산복지관은 '전환운영'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괜찮은 말이지요?
휴관 대신 사용하는 좋은 말들, 알려주세요.
말이 의식을 만들고, 의식이 행동을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