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1 <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 –드들강 솔밭유원지>
혼자서 어디든지 떠나려할 때 남편은 늘 똑같은 곳, 기찬묏길을 추천한다. 자동차를 끌고 멀리 나가는 것에 대한 염려일 것이다. 그러나 내 여행의 이유는 낯섦을 만나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마다 잘 정비해두고 꾸밈으로 불러일으키는 관광지에도 관심이 많을뿐더러 날마다 젖어 사는 일상의 환경에서 벗어나 에너지만큼 달려가서 힐링하고자 하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일요일에 오일장이 들어있다. 오늘이 장날이 끼어 든 주일이라서 오전에 문을 열어두었다가 이른 점심을 먹고 나서기로 한다. 반나절은 특별한 일정이나 약속이 없어서 동행하겠다는 아들아이와 함께 가까운 나주 랜드마크로 손색없는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를 다녀오기로 한다. 이곳은 2010년 여행예능의 전설인 1박2일 시즌1에서 소개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곳이다. 이곳 메타세쿼이아길은 10년 넘게 나주 여행의 중심을 지키고 있을뿐더러 특별히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향나무길이 유명한 곳이다. 이는 1974년 광주-목포간 고속도로를 확장하면서 그곳에 식재된 나무를 옮겨왔다고 한다. 35m에 이르는 높이의 메타세쿼이아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여름에는 짙은 푸른 잎과 곧게 솟은 메타세쿼이아가 쭉 뻗은 길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탄성이 나오는 풍경이다. 인터넷에서 만나 사진으로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곳을 훌쩍 찾아온 것이다. 근무 중인 남편을 찾아 자연스레 외식을 하고 반나절이라도 걸어볼 생각이었다. 물론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지만 도착해보니 주차공간도 넓어 생각보다 어려움은 없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메타세콰이아와 향나무길이 향기는 물론 늘푸른나무의 에메랄드 그린이 차분한 흥분으로 하여금 아기자기한 매력까지 선보인다. 무작정 걸어도 길이 있고 그늘이 좋아 우리는 되도록 긴 동선을 잡아 걸어보기로 하였다. 이렇게 멀거나 가깝거나 여행 중에 아들아이와 걷는 동안은 늘 함께이면서도 궁굼한 이야기들을 나누는가 하면 서로의 생각과 그 차이를 알아가는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주변에서 산책을 즐기러 오시는 어르신들도 눈에 보일만큼 빛가람 치유의 숲이라 불릴만 하다는 생각이다. 산림자원연구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디든 길이 생겨있으며 식물자원이 전시된 시험포지와 생태숲이 어우러진 경관이었다. 이렇게 식물원이나 자연 속으로 들어와 보면 숲과 자연이 주는 에너지는 늘 옳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곳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으면서 음이온·피톤치드가 풍부해 산책하면서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치유의 최적의공간이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는 것과 어르신들의 쉼터가 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아이들과 산책을 해도 다양한 나무들의 특징을 설명해주는 팻말이 있어 재미도 있을 듯하였다. 이처럼 일상의 틈은 삶에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 힘이 들수록 아니면 지극히 평화로울 때 바로 일어나 신발 끈을 고처매고 세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사잇길을 걸어볼 일이다. 그래서 주변과 자연을 외우고 적응하며 세월과 함께 나란히 가야할 일이기에 틈새의 시간도 소중하고 귀하다. 우리는 반나절의 산책이지만 1만보의 걸음은 채우자는 마음으로 가까운 드들강 솔밭 유원지를 잠깐 들러 가기로 하였다. 드들강 솔밭 유원지는 남평읍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끔 지나치는 곳이었지만 오늘을 솔밭까지 들어가 볼 계획으로 나섰다. 산림자원연구소에서 약 10km 떨어진 드들강변은 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솔밭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솔밭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평화롭게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물멍을 즐기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아들과 낙시를 즐기는 아빠의 모습은 더할 수 없는 아름다운 그림이고 솔숲 끝 지점에는 조그마한 호수(습지)도 조성되어 있어 연둣빛과 녹색으로 어우러진 잡풀도 낭만이다. 특히 드들강은 높은 소나무 군락이 잘 조성되어 있고 강이 흐르는 중앙에 산책로가 나있다. 소나무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멋진 풍경을 만들고 노송들의 아름다움에 마음까지 차분해질뿐더러 그곳 유원지 소나무들은 늙은 용처럼 꿈틀대고 강물은 더없이 맑은 빛을 품고 있었다. 솔밭 끝자락쯤에는 안성현 선생님의 < 엄마야 누나야> 노래비가 있다. 안성현 선생은 이곳 나주 남평 출신으로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를 고향의 그리운 노래로 작곡했다고 한다. 마음이 쉬어가는 순간 풀어짐이 여유가 되고 충전이 되는 여행은 그야말로 울퉁불퉁한 일상의 생각에서 해방되는 힐링의 수채화이인 것이다. 오늘 철새들도 쉬고 노는 드들강 솔밭유원지에 오기를 잘했다. 푸르른 솔밭 길을 걷는 것과 가끔씩 고개를 들어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산림자원연구소와 드들강 솔밭유원지의 사잇길이 받드는 유월 오후의 빛깔을 품고 여유롭게 귀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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