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생각하면 무조건 걸어야 하는데..
근 일주일.. 아니 더운 여름이 오면서 걷는 게 뜸해졌다.
오늘은 토욜.. '걷자.. 만 보 이상을 걷자'는 다짐으로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니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고 있다.
'일기예보에는 비 소식이 두어 시간 뒤에 있던데?.. 오락가락하다 말겠지'..
설사 비가 오더라도 오랜만에 비 좀 맞으면 좋이 않아?^^
하는 맘으로 우산도 없이 그냥 걸었다.
백 보 이상 걸었는데.. 비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빗발이 조금 더 세진 것 같다.
"우산을 갖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우산을 갖고 나선 짝이 걱정이 된다는 듯
혼자 소리로 말을 한다.
슬쩍 폰으로 다시 일기예보를 확인하지만..
비가 온다 또는 올 거라는 예보는 없고 구름 낀 날씨만 보여준다.
'오다 말겠지^^' 하는 맘으로 그냥 걸었다.
심상치 않은 비는 멈출 기세는 보이지 않고 더욱 세지고 있다.
네다섯 블럭을 걸어왔는데.. '이제 돌아가?.. 가려면 그전에 했어야지'..
은근한 오기가 생겨 오히려 걸음을 재촉하며 걸었다.
그런데.. 비는 폭우로 변해 사정없이 퍼붓기 시작한다.
넓은 등산용 챙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비님은 모자 속으로, 반팔 웃 옷 속으로, 얇은 바지 속으로 스며들었다.
'잘난 척하더니.. 속 팬티까지 다 젖겠다' 우산을 쓴 짝님은 뒤에서 걸어오며 또 혼자 말하듯이 말을 한다.
'만 보 이상 걷자고 나섰는데.. 만 보는커녕 2천 보도 안 걸었는데.. 그냥 돌아서?!..
최소한 공원 입구까지는.. 왕복 6천 보.. 가야지'.. 하며 고집대로 비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또 그런데.. 비는 무정하고 자비가 없었다.
보다 못한 짝님은 "자기가 한 말은 있어 말은 못 하고.. 이제 돌아가요!. 비는 금방 멈출 것 같지 않으니!!"
나도 더 이상은 고집을 피울 수 없어 공원이 저만큼 보이는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고 말았다.
돌아서 집으로 걷는데도 비는 노래를 하듯..
아주 쎄게 그리곤 약하게 또 중간 정도로.. 변화를 주며 계속 퍼 부우니..
야속하다 못해 얄미워졌지만.. 어쩔 건가.. 집에는 가야 하는데..
'저렇게 비를 맞으며 감기 걸릴지도 모르는데'..
짝은 평소 옹고집을 부리는 나를 걱정하는 척하며 꼬소하다는 듯 나무라고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빗속을 뚫으며.. 짝님을 버리고 홀로 빨리 걷기 시작했다.
금강산 구경이나 예의범절도 식후경이라고.. 내가 급해지니 보이는 게 없다.
'아임 쏘리, 맴.. 그래도 당신은 작은 우산이지만 쓰고 있잖아요'..ㅠㅠ
한 블럭.. 두 블럭.. 정신없이 재촉해 집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보니 짝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지금 내 모습은 어떨까?..
그려만 보아도 미소가..^^..
테라스에 서서 장대비를 바라본다.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건 낭만..
봄비를 맞으며 우산 없이 걷는 것은 천진..
가을비를 맞으며 우산 쓰고 걷는 것은 사색..
여름비를 맞으며 우산 없이 걷는 것은 도라이..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나.. 짝이 보인다.
말없이 안으로 들어왔지만.. 젖은 우산 속에서 '이그~ 저 텅구리 짓하곤!'.. 하는 것 같다.^^.
"샤워 먼저 하세요"
샤워하고 나온지 얼마 안 있어.. 하늘은 저렇게 웃고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