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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金壐)는 관서(關西) 지방 영유(永柔)사람이다. 젊었을 때 희천(熙川) 향교의 교생 곽치허(郭致虛)에게 배웠는데, 곽생은 환술을 잘 해 때때로 기이한 일이 있었다. 8월에 향교에서 석전(釋奠)을 거행하는데, 곽생이 그 일을 맡았다.
향교의 여러 유생들이 모여 의논하여 말했다.
곽생은 요사스런 사람이다. 마땅히 일을 맡기지 말아야 하며 문묘(文廟)에서 내쫓아야 한다.
곽생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당신네들이 나를 괴롭히면, 나 혼자서라도 당신네들을 괴롭게 하지 못할 것 같소?
잠시 뒤에 큰비가 갑자기 쏟아져 뜰에 물이 가득 넘쳐 향교가 물에 잠겨버렸다.
유생들이 모두 배나무를 잡고 오르다가 배나무 가시에 찔려 살갗에 피가 흐르니, 드디어 사과를 하고 화해하자고 애걸했다. 그러자 곧 비가 개고 향교에는 물에 잠긴 흔적조차 없었다.
김새는 그 술서(術書)를 전해 받아 배우고자 했는데, 첫째 장이 불에 타서 그 문자를 가지고는 술법을 다 터득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이를 속이는 말이라고 여겨서 그 술법을 말해 보라고 시키니 그가 말했다.
세 번 이를 마주쳐 두드리고 북두칠성 자루를 그리며 우보로 들어 갑니다.
내가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요?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앞쪽, 왼쪽, 오른쪽으로 세 번 이를 두드리고 칼을 빼어 땅에다 북두칠성을 그립니다. 우보라는 것은 두 발을 붙이고서 북두칠성 자루의 구부러진 곳을 지나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법식대로 하면서 경을 외며 나아가면 온갖 귀신들이 다가와 그 사람의 몸을 가려 주어 다른 사람은 볼 수가 없습니다. 마침내 숙달된 경지에 이르면 일곱 걸음 이내에 몸을 숨길 수 있고, 만일 신묘(神妙)한 경지에 들면 움직이거나 경(經)을 외지 않고서도 앉은 채로 몸을 숨길 수가 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김새가 요사한 술수로 남의 첩을 도둑질했는데, 처음에는 몸을 숨기고 들어갔으나 이미 정기가 흐트러져 몸이 감추어지지 않자, 주인에게 발각되어 결박을 당하고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
이거야 말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는 우리 나라 속담대로 너무 자신의 잔재주만 믿고 까불다간 언젠가는 패가망신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