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외 4편
글가람(본명 안태희)
글을 저울에 달아보았다
저울은 글의 무게를 달지 못했다
무게를 몰라 답답하던 차에
영국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가 말했다
세계 공통어로 수출한 나라 영국 국왕이
새로운 알파벳을 만들어도 한글 같은 우수한 글은 만들 수 없다고
세종대왕 눈을 빌려
환하고 밝은 세상을 사는 우리
인류발전에 이바지할 무언가를 찾으라고 만든 글
이 한글로
생태계를 살릴 경전을 쓰라는
맞지요?
세종대왕님
21세기 집현전역
지구 살려
魂 창조하는 훈민정음 발전소
글 길
말 길
숨 길
지구 길잡이 글
세계문자올림픽 대회 27개국에서
1위 소리 문자 한글
세종대왕 혼이 우주를 환하게 밝힌다.
금관총
글가람
돌이 금이고
금이 돌이다
성역 문 두드리고 들어서니
천년 서라벌 뜰
부귀영화꽃 도환생꽃 만발한 뜰
금빛어리표범나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봉토 사이로 달빛이 길을 내고
갓난이의 옹알이가 열리고
서둘러 불 지피는 부엌 아궁이
매콤한 연기 밥 짓는 소리
달그락달그락
숟가락 소리
개 짖는 소리
달
미리내 강에 쏟아져 내리는 소리에
강물은 잠 못 들어 뒤척인다
금관총 금밭에 시 밭 일구면 금 나올까?
나무와 사슴뿔을 달고 천인지(天人地)를 호령하고
새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던
살아 천 년을 지나 죽어 만년을 기다리는 금관총
잡념雜念
글가람(안태희)
무성하게
떠도는 빈 바람
쉴새 없이 들락거리는
생각타래
물레처럼 돌고
실없는 생각끈
끝없이 길어지고
젖은마음 널어 말리는 빛살에
심술 가득한 빗줄기
쏴 / 쏴/ 쏴
골목길은 사람들 뜀박질 끌고 가고
산다는 것
꿈으로 엮어진 잡념의 바다
마음 벽 깔고 누우면
쉴 새 없이 조아리고 있는 생
이 잡념 접고
삼매경에 들어야 하는데
주소가 없다
잡생각 헛간엔 늘 야단법석
구구 장천 날개 없는 날개 타고
잡념 잡념에 돌려주자
생명 그림자밟기
고대광실 집 짓는 허황
비의 지문
글가람 (본명 안태희)
연못에 비의 지문이 가득하다
조약돌 하나 던져보면
금세
모습을 드러내는 지문
물맴이 맴맴
지문을 따라 돌면
지구도 따라
빙글빙글 돈다
어지럽다
이 고요한 한낮에
지문들의 소란스러움이라니
저 소란은 어디서 왔을까?
지문 사이로 피어나는 천지조화
어지럽다
이 멀쩡한 대낮에
지문들의 실루엣이라니
지문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 추임새
물비단 짜고
구름꽃
만발한 향기
물방울 돌리고 있다
돌멩이로 연못 때리면 자지러지는 몸통
빈 산
글가람
푸른노래 가득하던 산이
까맣다
차창에서 밀려나는 허 멀건 민둥산
가뭄 홍수 막아줄 방패
모두 사라졌다
무성했던 숨소리 천지에 묻히고
하늘과 나무 머리 경계 무너지던 날
까슬까슬한 구름그림자 검은무덤에 앉아
소갈머리 뽑힌
주변머리 뽑힌
머리처럼 덩그런 민둥산 어루만지고 있다
귀곡자 푸른절규에
산천 휘휘 돌리며
나무 위령재를 지내는지
웅웅 곡소리가 산을 까맣게 덮는다
저, 긴긴 곡소리에 산이 텅 빈다
빈 산지기
달 지나가다 제 몸빛 내려놓으니
발광체들 대머리 산 경작하겠다고
모여드는 빈산 혼(魂)들
글가람 시인 약력
*강원도 평창 출생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산문집‘첫눈위의 발자취’
*수필집‘하늘로 문난 집에 시집보낸다’
*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