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해외 유수의 상을 받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자연문학가 박수용이 시베리아호랑이와 나눈 경이로운 우정을 담은 기록 『꼬리』로 다시 돌아왔다.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이후 10년 만이다. 저자는 밀렵과 굶주림의 위협에 시달리는 왕대(王大) 꼬리를 지키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분투한다. 시적인 묘사, 단단한 문장, 그리고 생생한 화보가 어우러져 탄생한 독보적인 자연문학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같은 이야기는 종과 언어의 간극을 뛰어넘는 애틋한 생명애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생명이란 무엇인지, 인간과 호랑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에둘러 묻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1. 소금절벽
2. 숲속의 편지
3. 습격
4. 용의 등뼈
5. 안개
6. 백두산 사슴
7. 밤하늘의 불꽃
8. 시간이 흘린 낙엽
9. 강물 너머
2부
10. 겨울의 시작
11. 갈등
12. 갈림길
13. 회색지대
14. 양봉장
15. 건초창고
16. 함박눈
17. 용의 등뼈
에필로그: 물 맑은 숲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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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박수용
자연의 내면을 기록해 온 자연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자연문학가. 1964년 경남 거창 출생.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EBS에 입사했다. ‘긴 시간과 광막한 미지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끌려 자연 다큐멘터리스트가 되었다. 생명 하나하나의 일상을 내밀하게 담아낸 수십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11년에 국제 NGO인 ‘시베리아호랑이보호협회(STPS)’를 설립, 시베리아호랑이 보호 및 연구 활동에 힘쓰고 있다.
1997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야생 시베리아호랑이를 처음 관찰한 이후,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시베리아에서 보내며 시베리아호랑이를 연구하고 기록한다. 그 결과, 이전까지 세계에 한 시간도 기록되어 있지 않던 시베리아호랑이를 1,500시간 넘게 영상으로 담아낸다. 27년의 추적과 20,000시간의 잠복, 그 외롭고 혹독한 시간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초인적인 인내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 있는 자연을 포착한 박수용의 작품들은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 나아가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영혼을 가지고 살아감을 보여준다.
1998년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 7부작으로 제11회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수상했다. 2003년 〈시베리아호랑이-3代의 죽음〉으로 프랑스 쥘 베른 영화제 관객상, 블라디보스토크 국제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최한 ‘세계 호랑이 보호를 위한 정상회담’의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2013년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제작·방영된 자전적인 다큐멘터리 〈시베리아호랑이 탐사(Siberian Tiger Quest)〉가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 및 작품상을 받았다. 그 외에 제1회 삼성언론상, 제8회 도쿄국제지구환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제32회 백상예술대상 대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자연문학의 고전이 되어 마땅한 작품(타임즈)”이라는 찬사를 받은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이 있다.
책 속으로
그들도 나와 같이 배가 고프면 먹고 싶고, 잠이 오면 자고 싶고, 한 번 나면 한 번 죽는 존재들이다. 내가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든 이름 모를 생명들이든 한결같은 연민을 느낀다.
--- p.17, 「소금절벽」 중에서
야생호랑이가 늙어서 일인자의 자리를 내준다는 것은 이인자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위엄과 권위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냉혹한 생존 투쟁의 정상에서 바닥으로 곧바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 p.45, 「습격」 중에서
꼬리는 그때의 인간이 지금의 인간이라는 것을 알까? 그 인간에게 적의가 없음을 느꼈을까? 나는 그가 나에게 적의를 느꼈기를 바랐다. 그것만이 그가 죽음의 선을 밟지 않는 길이었다. 눈보라가 조금씩 누그러져 고요한 함박눈으로 바뀌어갔다.
--- p.112, 「밤하늘의 불꽃」 중에서
물러설 때 물러서더라도 마지막까지 삶에 미련을 가진 생명들은 삶이라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너무 절실한 의미를 두고 있어서, 언젠가는 그 삶이 끝난다는 생각마저도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을 방해하지 못한다. 꼬리는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 지탱해 낼 힘을 짜내고 있다. 꽃들은 졌고 흩어졌던 새들이 모이고 있다. 이제 겨울이 밀려올 것이다.
--- p.132, 「강물 너머」 중에서
나에게 커다란 적의를 가지더라도 그 적의보다 더 큰 공포를 꼬리에게 주어서, 굶주림보다 더 무서운 죽음이라는 공포를 주어서, 그래서 다시는 마을로 내려오지 못하게 착탄하고 쏘고 착탄하고 쏘고 발걸음을 서두르며 미친 듯이 공포탄을 쏘았다.
--- p.153, 「갈등」 중에서
뼈는 삭고 근력은 쇠했는데 싱싱한 사슴이 뛴다면 그건 쾌락인가 고통인가? 그럴 땐 자연에 순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 p.167, 「갈림길」 중에서
굶주림은 흐르는 물결 같아서 어김없이 밀려와 지나간 모든 포식을 덮어버린다.
--- p.171, 「갈림길」 중에서
모르는 척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끈이었다. 결국 혼자 가야 하며 그것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길이기 때문이다.
--- p.173, 「갈림길」 중에서
목초지는 사람의 것이면서 자연의 것이다. 사람이 가축의 알과 우유를 가져가듯 호랑이도 가끔 개와 소를 가져가는 것이다. 그 날갯짓과 울음이 대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들의 섭리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꿀벌이나 호랑이나 사람이나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 p.206, 「양봉장」 중에서
현실은 본질보다 늘 가까이 있고 그것이 풍기는 향기는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
--- p.211, 「건초창고」 중에서
배고픔이 증오를 불렀고 증오가 죽음을 불렀다. 이미 죽어 엎어진 주검이나 아직 살았지만 죽음으로 몰리고 있는 삶이나 참혹하긴 마찬가지였다.
--- p.250,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다큐멘터리스트 박수용, 10년 만의 신작!
인간과 호랑이가 나눈 경이로운 우정의 연대기
자연과 문명 사이, 생명의 길목을 찾는 독보적인 논픽션 자연문학
“생명이란 무엇일까? 산다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들이 서슴없이 찾아오고, 책장은 쉼 없이 넘어간다.
문득 처음에는 둘이었던 인간과 호랑이가 하나로 느껴진다.”
_김연수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정혜윤 피디, 남종영 기자 추천***
종과 언어의 경계를 넘어선 365일의 동행
다큐멘터리스트와 호랑이의 만남, 우정, 그리고 이별의 기록
해외 유수의 상을 받은 세계적인 자연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자연문학가 박수용이 시베리아호랑이 왕대(王大) 꼬리와 보낸 마지막 1년을 담은 기록 『꼬리』로 다시 돌아왔다. 전작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2011년, 김영사)에서 저자는 시베리아호랑이의 생태와 그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이 책은 해외로 번역 출간되며 “자연문학의 고전이 될 경이로운 작품”(타임즈), “나를 숨 막히게 만드는, 호랑이에 관한 황홀한 산문”(영장류학자 제인 구달) 등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 후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 『꼬리』에서 저자는 생태를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카메라를 줌인하듯 한 호랑이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와 내밀한 우정을 나눈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서사와 다큐멘터리보다 더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삶과 생명을 곱씹어보게 만드는 문장이 촘촘하게 직조되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자연문학의 걸작이 탄생했다. 시베리아의 대자연과 그 땅에서 살아가는 야생호랑이들을 촬영한 화보가 본문에 추가 수록되었다.
『꼬리』는 종과 언어의 간극을 뛰어넘는 애틋한 생명애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생명이란 무엇인지, 인간과 호랑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에둘러 묻고 있다.
숨 막히는 잠복, 영하 30도의 혹한, 밀렵총과 지뢰……
삶의 갈림길에서 꾹꾹 눌러 적은 야생호랑이의 현실
“이 책은 한국에 자연 논픽션이 도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문학적인 증거다.”
_남종영 기자, 『북극곰은 걷고 싶다』 저자
저자 박수용은 27년간 시베리아호랑이를 추적하고 20,000시간 넘게 잠복하며 전례 없는 영상을 담아낸 세계적인 자연 다큐멘터리스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대에 걸친 시베리아호랑이의 일생을 관찰하면서 저자는 “야생호랑이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의 애환도 알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그 마음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카메라 바깥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일로 이어진다. 저자는 마치 운명에 이끌렸다는 듯이 담담히 고백한다.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다큐멘터리 제작은 가욋일처럼 여겨졌고 그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그만두고 (…) 2011년 시베리아호랑이보호협회를 설립했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이 단체를 지원하며 야생호랑이 보호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5쪽)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멸종위기종인 시베리아호랑이가 처해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라조 자연보호구에서 살아가는 야생호랑이의 70~80%는 자연사로 죽지 못한다. “덫과 올가미, 사냥개와 밀렵꾼의 총구, 심지어 발목 지뢰나 무인 밀렵총 같은 살인 병기들이 소리 없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현실은 겨울이면 더 가혹해진다. “밀렵은 겨울철에 더 기승을 부린다. 겨울이 오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꼬리는 과연 폭력과 굶주림이 엄습하는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저자는 노쇠한 호랑이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을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때로는 덜컹 내려앉게 만드는 이야기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순간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어떤 지구를 지켰고 어떤 생명을 살렸을까
자연의 심장부에서 던지는 생명의 물음
“유한한 생명에 깃든 무한한 사랑의 이야기.”
_정혜윤 피디,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저자
지구를 지키고 생명을 살리자고 주장하며 자연과 환경이 그동안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를 수치를 제시하는 논픽션은 많다. 그러나 정작 자연 깊숙한 곳에서 생명의 참모습을, 또 생명과 내밀한 교류를 담아낸 문학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 『꼬리』에는 저자가 혼신을 바쳐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을 지키는 모습이 담겨 있다. 문명과 자연의 서로 다른 입장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한편, 한 명의 인간으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들을 이렇게 읊조리기도 한다.
“아프리카 어딘가에선 이름을 붙여주면 그를 돌볼 책임이 생긴다는데, 나는 그저 숲속에 버리고 온 그의 발자국들이 하얀 눈으로 덮여 사라지듯 자기 종족의 방식대로 그가 삶을 자연스럽게 마감하기만을 바랐다.”(220쪽)
책에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나 경각심을 촉구하는 구호가 적혀 있지 않다. 한 인간으로서, 나아가 한 생명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을 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분투는 거대한 자연을 보호하는 데는 미약하고 사소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절실함이 역력히 묻어나는 문장들은 읽는 이의 마음에 더없이 거대한 생명애를 싹트게 만든다.
선명한 울림을 일으키는 경이로운 문장들
모든 생명에게 가닿을 단 하나의 이야기
“카메라마저 내려놓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문장들은 더없이 경이롭다.”
_김연수 소설가
카메라에 담기고 미디어에 비치는 호랑이의 모습은 ‘영물(靈物)’이거나 ‘호환(虎患)’이다. 그러나 카메라 바깥에서 그려지는 호랑이의 모습은 “나처럼 태어나 살기 위해 고민하다 사라지는 존재”였다. 저자는 호랑이가 “인간을 잘 파악하고 인정할 줄 아는 동물”이며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함부로 대하지도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이야기 내내 저자는 호랑이의 모습을 재단하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부단히 사색한다. 생명을 대하는 진심 어린 마음은 시적인 표현으로, 심지 곧은 의지는 단단한 문장으로 승화되어 이 책에 녹아들었다. 작가의 경이로운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깊고 선명한 울림을 전한다.
저자가 영하 30도 안팎의 혹한에서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호랑이 한 마리를 지키려는 이유는, 희귀한 종을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과 호랑이의 경계는 없기 때문이다. 논픽션 자연문학 『꼬리』는 읽는 이의 마음에 단순명료한 진실을 읊조리고 있다. 생명의 길은 하나뿐이라는 진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