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살아있다.
마을 형님 이름들을 쭉 흩어내려가다가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형님의 이름에서 정지를 했다.
한 동안 주위를 맴도는 형님의 아련한 모습이 전화기의 이름을 다시금 확인해 보게한다.
이승을 벗어난지 열흘이 지나 지금쯤은 끈겨있으려니하고 시험하고 삭제를 하려고 확인을 해 본 것이다.
그런데 전화벨이 두어번 울리고 세번을 울리며 이제는 끝어야지하는데 전화를 누군가 받고 있다.
지난주 전화기 주인의 부음을 알려주고자 전화를 했던 딸이었다.
딸은 전화를 한 동안 그대로 두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도 아직 어머니를 보낼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와 연결을 해주는 전화기가 아직 살아있지만 그 전화와 연결하고자하는 이는 세상에 없다.
그를 잊지못하여 전화를 거는 나, 어머니 전화기를 없애지 못하는 딸이나 아직 보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이다.
통화를 한 것이 반가워 할말을 찾는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손님이 찾아와도 정승이 죽으면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서울내기의 그집은 이곳에서 삼사십년을 살았어도 서울사람이고 이방사람이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도시정서의 삶에 길들여 있는 사람으로 반생애 이상 후반기를 시골에서 이곳 사람들과 이웃하며 살아도 생활방식이나
정서가 걷도는 것은 어절 수 없는 것 아닌가 회의가 오기도 한다.
나 역시 시골서 어릴때 살다가 도시에 가서 살다 온 사람이라 도시 정서의 사람이고 농촌의 정서와 잘 어울려지지를 못한다.
살아있을 때 주변인들과 나쁘지 않게 지냈을텐데 막상 몇해를 사이로 부부가 다 돌아가시니 이네 빈집이 된 그 곳을 딸 셋이 어떻게 관리하게 될지 모르지만 생전에 무척 검소하고 알뜰한 분이었는데 아들없이 딸 셋을 무던히도 공들여 키우셨는데 지식과 학식이 있는 집안이니 잘 마무리 되겠지만 부지가 많아 남은 재산이 화가 되지 않길 바란다.
전화기가 살아있다.
전화기에 입력된 이름
사람을 대신하여 불리나
이생을 떠난 사람은
불러 낼 이 없건만
마음이 보내지 못하고
이름 못 지우고
만지작 만지작
보내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정겨운 목소리 들릴듯하여
무심결에 눌린 전화에
받는이가 있었다.
지우지 못하는 나와 같이
전화기를 살려놓고 있었다.
전화가 살아있다.
전화기에 입력된 이름
이생을 떠난 사람
불려 올리 없건만
보내지 못하여
만지작 만지작
망설이다가
눌러본 전화
받는이가 있었다
전화가 살아 있었다.
나와 같이
없애지 못하는 이
그 역시 놀라고 있었다.
(마을생활에 도움을 주던 형님이 돌아가셨다.
이제는 볼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전화기에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있던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