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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송죽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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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정보/맛집 스크랩 사람은 젓갈을... 세월은 곰삭은 맛을 만들더라~
41기 전영일 추천 0 조회 19 07.11.27 12: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강경젓갈기행①

 

 


후읍~ 기차에서 내려 숨을 들이켰다. 젓갈 특유의 비릿함과 쿰쿰한 풍취가 코끝에 전해온다. 젓갈의 고장 강경에 왔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다. 개찰구를 빠져 나오자 대합실 한쪽에 보이는 젓갈매장, 강경은 사람보다 젓갈이 먼저 이방인을 맞이한다.

 

 

강경역

 

역사를 빠져나오자 어둠이 몸을 감싼다. 순간... 낯선 지역에 왔다는 설레임보다 쓸쓸함이 가슴 한켠에 파고든다. 역을 등지고 걸었다. 젓갈시장을 알리는 펼침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이곳이 젓갈시장 맞나요?"
"재래시장이에요. 젓갈도 팔고 채소나 생선도 팔고..."


찾고자 하는 젓갈전문거리는 아닌듯했다.
"그럼 젓갈시장은 저쪽으로 가면 되요?"
"거긴 젓갈만 팔아요. 근데 어디가 젓갈시장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어요.
읍 전체가 젓갈시장이라고 보면 되요."

 

그랬다. 강경은 어딜 가든 젓갈 매장부터 눈에 띈다. 식당, 다방보다 많은 게 젓갈집이다. 황해도젓갈집의 이현달씨에 따르면 강경 ‘맛깔젓’이란 브랜드를 쓸 수 있는 정회원 업소만 해도 80여 곳에 이르고, 미등록 업소까지 포함하면 14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만하면 단일품목 업소로는 전국 최다이지 싶다.

 

발길... 젓갈거리는 강경역에서 걸어 10여분 못 미치는데 있었다. 황산리를 시작으로 염천리 염천교 일대와 서창리를 거쳐 옛 강경의 번화가였던 중앙리까지 뻗어있었다. 20여년 전만해도 3집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젓갈 산지로 급부상한 셈이다. 한집 두집 늘어나던 젓갈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건 불과 4~5년 남짓 만의 일이다. 원조집 중에 한곳인 함열상회의 최순덕(51세)씨는 말한다.

 

“진짜 그때(20년 전)는 세집 있었어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2~30집 있었을 거예요.

여기가 온통 젓갈동네로 급부상한 건 얼마 안됐어요. 한 4~5년 사이에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황산리부터 염천리 서창리 중앙리 일대에 걸쳐 젓갈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강경은 젓갈로 알려진 소래포구나 곰소항처럼 직접적으로 바다를 끼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젓갈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때를 거슬러 올라가본다. 강경은 예로부터 평양, 대구와 함께 3대 시장에 들 정도로 번성했다. 1원산 2강경으로 불리던 1920년대에는 1일 상인만 2~3만명이 활동했다고 한다.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였던 강경은 모든 농수산물의 집산지였다. 금강하구를 끼고 있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서해에서 해산물을 가득 실은 돛단배가 황산나루에 몰려들었다. 배가 들어올 때면 돌산(독산)의 등대에서는 불이 반짝반짝 거렸다. 해산물은 포구바닥에서 즉석 경매가 이뤄졌다. 상인들은 팔고남은 조기나 새우 같은 것들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염장을 했다. 강경 젓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옥녀봉에서 바라본 금강, 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백마강과 맞닿으면서 공주에 이른다

 

 

강경읍 서쪽에 자리 잡은 옥녀봉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금강 건너 부여에서 이사 온지 60년이 넘었다고 한다.

 

“60년 전에도 젓갈집이 많았어요?”
“세집밖에 없었어요. 신진상회, 형제상회, 함열상회. 그때는 젓갈장수가 돈 많이 벌었죠.”
“그때요?”
“예! 돈 많이 번다해가지고 젓갈장수가 많이 들어왔죠. 강변에다 집을 지었다 하면 다 젓갈집이야.“

 

포구를 중심으로 젓갈집들이 즐비했을 테고, 밥집 술집마다 사람들로 번잡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옛 모습을 거의 찾아볼 길 없다. 포구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많은 젓갈장사가 떠났고, 또 철거되면서 겨우 몇 집만이 염천교 근방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할 수 있었었다. 현재 황산나루는 세련된 공원으로 탈바꿈되어 있다. 포구를 드나들던 배 몇 척 만 젓갈전시장이 있는 둑에 설치되어 있어 그때의 기억을 더듬고 있을 뿐이다. 할아버지는 당시의 활기찼던 금강포구를 떠 올리며 그리워한다.

 

“강경에 배 들어올 땐 참 좋았어. 그땐 사람들도 많이 오고, 강경읍내 있죠. 사람들이 못 댕겼어요. 걸려서.“
“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구요?”
“예! 배 한참 들어올 땐 해산물 싸죠. 큰 홍어 있잖아요. 지게에다 지고 손으로는 질질 끌고 갔어요.”
“홍어도 이리 들어왔어요?”
“예! 많이 들어왔죠. 강으로는 생선이란 생선은 다 올라오고 그랬습니다.
복쟁이(황복), 메기. 뱀장어 많이 올라왔죠.“
“어디에서요?”
“저 바다에서 바다. 그랬는데 장항 군산 금강하구둑 땜시 갇힌 물 때문에 고기 안 올라와요.

다 썩은 거 아녀요. 쌔카맣게.”

 

옥녀봉에서 바라본 금강은 침묵의 강처럼 느껴졌다. 강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황산벌을 휘감고 있지만 하구둑이 생긴 이후 움직임을 잃었다. 강에서 서글픔이 짙게 묻어나는 건 포구에 넘쳐나던 사람들이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 때 젓갈문화를 꽃피웠던 금강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져 가고 있었다.

 

 

 책속의 나뭇잎처럼 오래전에 생명을 다한 강경포구. 다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움과 아련함만 흐른다

 

 

강경은 젓갈로 다시 살아나고...

 

 

 새우젓의 왕, 육젓

 

 

새우젓 사진을 찍자 찍으려면 육젓을 찍으라고 한다. 새우젓 중에 육젓이 으뜸이라는 얘기다. 새우는 잡는 시기에 따라 오젓, 육젓, 추젓 등으로 나뉜다. 6월 산란기에 잡히는 새우는 크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껍질이 얇고 살이 통통히 올라 가장 맛이 좋다. 그래서 육젓을 최고로 칠 뿐만 아니라 가격도 가장 비싸다.

 

 

 강경젓갈의 맛은 넉넉하게 담아주는 덤에 있다

 

 

매장 내 전화벨이 시끄러울 정도로 쉼 없이 울린다. 전국에서 걸려온 택배주문 전화이다. 젓갈 판매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그 시절에는 손님들이 들통이나 그릇을 들고 직접 사러왔다. 그 후 비닐봉지가 나오고 마이카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국에서 강경을 찾았다, 현재는 택배가 대세이다.

 

중앙리 뒷골목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서리태를 말리고 있다. 가던 걸음을 잠시 멈췄다. 젓갈에 대해 물었더니 자기 고장 젓갈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목포, 여수 사람들이 여기다 팔고 다시 사간다니까유.”
원료인 새우나 조기를  팔고 다시 젓갈을 구입해 간다는 얘기이다. 강경젓갈은 ‘맛깔젓’이란 상표로 팔리고 있다.
“왜 맛깔젓이에요?”
“맛을 내는 젓깔이잖아유.”

아저씨는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젓갈에 대해 많이 설명해줬다고 하자 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한마디 던진다.
“새구(우)젓 장사나 하셔야겠네.”

 

 

젓갈 원조집을 찾아서

 

 

55년 넘게 한 자리에서 터를 닦아오고 있는 함열상회 외관

 

염천교 근방에 있는 함열상회는 주택과 옆 건물을 터서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매장을 늘려갔음을 알 수 있다. 시원스럽게 뻥 뚫린 다른 매장에 비하면 답답해 보일 정도이다. 이곳이 신진상회, 형제상회와 함께 강경젓갈의 모태가 된 집이다.

 

“떡 드세요. 잡숴보세요. 우리 할머니 생신 떡이에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내 놓는 떡을 집어 들면서 물었다.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됐어요?”
“75세, 55년 된 데예요. 이자리가.”
“스무 살 때부터 시작했네요.”
“예 맞아요. 최고 원조집이에요.”
“저 집에 가도 원조라고 하던데요?”
“형제, 신진, 세집은 원조예요. 강경에서.”

 

지금이야 함열상회라는 상호를 달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그런 것도 없이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함열에서 강경으로 시집온 심은섭(76)여사의 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이 방에서 수도 없는 사람 밥 먹고 갔어요. 우리들 점심시간 때 손님들이 안녕하세요? 식사하시네요 그러면, 식사안하셨으면 같이 와서 비벼요 이러면 아이고 그래도 되요? 하고 들어오는 양반도 있고. 옛날에는 없이 살고 어려웠잖아요. 밥 한 끼 같이 드시자고 하면 얼마나 고마워하면서 그분들이 그 집 참 인심 좋다고 소문내요. 그럼 다른 사람들도 함열에서 살다 이사 온 집 어디요? 그 집 인심 좋다는데 어디요? 물으면서 찾아와 어쩔 수 없이 함열상회를 붙이게 된 거예요.”

 

함열상회 인심은 밥 한 끼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골 할머니들이 농사지은 거 감자 고구마 가지고 와요. 당신들은 그거를 장에 가서 팔아가지고 돈을 만들어야 김장젓갈을 사가지고 가요. 하루 종일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지 말고 물물교환을 하자고 와요. 당신이 이거 받고 젓갈로 달라고, 어느 집도 그걸 안 바꿔줘요 귀찮으니까. 왜, 거기에 사람하나 딸려야죠. 물량이 얼만지 재야죠. 시세가 얼만지 서로 맞춰야지. 이래다 보니까 한 사람이 그 사람에게 붙어있는 시간도 그렇고 인력이 낭비가 되는 거예요. 여러 가지손해예요. 그러니깐 다들 다른 집에선 안 바꿔 준다고 그래요. 그래도 우리 엄마는 아버지는 바꿔줘요. 그럼 그분들 너무 고마워가지고 가서 그 집 인심 좋다. 인심 좋다. 그래서 나중에는 뭐 바꿀게 있으면 줄서가지고 있는 집이 이 함열상회 앞이에요. 그렇게 맥을 이어온 함열상회라는 거죠.”

 

그런 마음가짐으로 젓갈을 삭혀와서인지 함열상회는 2~30년 된 단골은 기본으로 많다고 한다. 중간에 다른데 가서 사면 쌀까.. 좀 더 나을까 싶어서 가셨다가도 결국 다시 함열상회를 찾는다고 한다. 이날 두 아들과 함께 젓갈을 사러 온 할머니 연세는 족히 일흔은 넘어 보였다.

 

  

 강경젓갈의 맥을 이어온 함열상회의 심은섭(75세)여사.

한 평생 맛좋은 젓갈을 만들고자 하는 장인의 고집과 후덕한 인심이 엿보인다.

아직, 이윤보다는 젓갈의 질과 단골을 먼저 생각하다보니 그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날로 발전하고 있는 강경젓갈, 그들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입맛이 변해 요즘 사람들은 짠맛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거기에 맞춰 자꾸 싱거워지는 젓갈에 대해 함열상회는 젓갈은 짜야 정상이다라고 못 박는다.


“짜고 오래 절궈진 게 변하지 않고 있어야 하거든요.”

 

요즘사람 입맛에 맞추기 위해 염도를 줄인 젓갈은 오래 절일 수가 없다. 쉬이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곰삭은 젓갈 특유의 맛도 없다. 대신 여러 가지 약품을 첨가해 맛을 내고 변질도 막는다. 천일염만 들어간 짠 젓갈과 여러 가지 화학약품이 들어가 짜지 않는 젓갈, 어느 것이 몸에 더 해로울까? 어쩌면 짠 게 더 해롭다는 생각도 편견일지 모르겠다. 젓갈은 시간이 만들어 낸 발효음식이다. 최승범의 <풍미기행>에도 ‘젓갈은 삭아야 맛이다.’ 라고 나온다.

 

 

 

 (함열상회의 조개젓, 이 맛에 맛객이 그만 반해버려 한통 구입해와 아껴먹고 있는 중이다. 조개의 형체가 살아있으면서도 전혀 비리지도 않다. 느끼하지도 뒷맛이 텁텁하지도 않다. 지근거림도 없다. 불쾌한 잡내도 없다. 조갯살의 질감과 독특한 풍미는 고대로 살아있다)

 

 

김장 특수를 덜 누리는데 젓갈 집들은 갈수록 더 생겨나고 있다. 원조집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니까 더 많이 생겨도 그게 그거인 셈이 되는데 세집만 있다고 해봐요. 전국에서 몰려오는 이손님을 어떻게 다 해결해요. 못 해결해요. 그리고 세집만 있으면 이렇게 유명해 지지도 않고. 자꾸 생기고 서로 공존하면서 그러다보니 더 유명해지고 하는 거죠. 좋은 일이지.”

 

(2007.11.22 맛객& 맛있는 인생)

 

 <강경지도>

 

<찾아가기>
자가용: 경부고속도로-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 논산 IC -지방도68호- 강경 (약 20분소요). 서논산 IC-강경(약 10분소요). 연무 IC- 강경(약 10분 소요)

 

버스: 서울강남터미널-논산시외버스터미널 (06:00~ 19:50, 50분 간격. 2시간 40분 소요)

 

기차: 용산역(호남선) - 강경역(06:05-23:50, 50분 간격, 2:30분소요)

KTX고속철도: 용산역-논산 (06: 35~19: 35, 50분간격. 1시간 30분 소요) 

 

<문의>

시장상인회(041-745-2228), 논산시청문화관광과(041-730-3224), 강경전통맛깔젓협의회(041-745-1985), 황해도젓갈(041-745-5464, www.jgal.co.kr), 신진상회041-745-4516, www.ggsfood.com), 형제상회(041-745-4444). 함열상회(041-745-4134)

 

다른기사 보기 → 젓갈백반, 역시 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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