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2-12 2 석로釋老 12 시학매示學梅 학매에게 주다 2首
1
운정풍한월미단雲淨風寒月未團 구름 조촐 바람 차고 달 아직 둥글잖아
신년경상부호단新年景像富毫端 새해 풍경 붓끝에 푸짐하게 써 있네.
권렴적설명빙헌捲簾積雪明氷巘 발[簾] 거두니 쌓인 눈은 얼음 봉우리에 환하고
입야계성요탑단入夜溪聲繞塔壇 밤 들자 시냇물 소리 탑과 단을 돌아드네.
시흠가인통재궤詩欠可人筒在樻 시詩야 좋은 사람 없어 대통 그대로 궤 속에 있고
기무적수자장반碁無敵手子藏槃 바둑은 적수 없어 돌이 통에 고이 들었네.
차허축항수장반嗟噓縮項誰將伴 어허! 탄식하며 목 움츠리니 누가 장차 동무해 주랴!
지장매화자세간紙帳梅花仔細看 종이 휘장에 쌓인 매화만 자세히 들여다보네.
►‘봉우리 헌巘’ 봉우리. 낭떠러지. 작은 山
►‘말채나무 궤(귀)樻’
말채나무(층층나뭇과의 낙엽 교목) 영수목靈壽木(대나무 비슷하고 마디가 있음)
2
학매곤자학시서學梅髠者學詩書 학매學梅라는 까까머리가 시와 글을 배우는데
가재소양강상려家在昭陽江上廬 집은 소양강 위 초가집 그것일세.
단직유친신근도斷織有親新覲到 짜던 베 끊은[斷織] 어미 있어 근친 갔다 갓 돌아왔는데
론문무지이참여論文無地已參余 글 논할 자리 없어 내게 벌써 참예시켰네.
송여취개운여서松如翠蓋雲如絮 소나무는 푸른 日傘, 구름은 솜뭉치 같고
상사경미월사소霜似瓊糜月似梳 서리는 경옥瓊玉가루, 달은 얼레빗 같네.
점이여오증유숙點爾與吾曾有夙 점點아! 넌 나와 전부터 인연 있는 사이라
청산온처필종거靑山穩處必從渠 청산 좋은 곳이면 꼭 저를 따르게 됐네.
►‘머리털 깎을 곤髠’ (나무의)가지치다. 승려僧侶
►단직斷織 짜던 베를 끊음. 공부를 중단하는 것은 짜던 베를 끊는 것과 같다는 말.
후한後漢의 낙양자樂羊子의 처가 남편이 힘써 공부하지 않자
베틀의 천을 잘라 중도에서 그만 두는 것의 옳지 않음을 충고한 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로 단련된 맹자가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를 하다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베틀을 짜던 어머니가 물었다.
“공부는 어떻게 끝을 마쳤느냐?”
“끝을 마치다니요. 어머님이 뵙고 싶어 잠시 다녀가려고 왔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는 칼을 집어 짜고 있던 베를 잘라버렸다。
북이며 바디며 잉앗대가 와르르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맹자가 너무 뜻밖의 일에 깜짝 놀라、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머니?”
어머니는 태연히 말을 했다
“네가 공부를 도중에 그만둔 것은 내가 짜던 베를 다 마치지 못하고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맹자는 분발하여 성인의 반열에 들었다.
원문은 ‘단직斷織’으로 되어 있는데 뒤에 ‘단기斷機’로 되어 斷機之敎가 되었다
►‘죽 미/문드러질 미糜’ 죽粥. 싸라기. 기장(볏과의 한해살이풀)
►‘얼레빗 소梳’ 얼레빗(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 (머리를)빗다
►점點 공자의 제자 증석曾贊의 이름.
<論語 先進>편의 마지막 章인 25章[浴沂章 또는 吾與點也章]은 <論語>에서 가장 긴 문장인데
孔子와 그의 제자인 자로子路(前542-前480) 염유冉有(前522-?)
공서화公西華(前509-?) 증석曾晳(?-?) 사이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의 품은 뜻을 말해보라는 공자의 제안에 세 제자는 현실의 문제와 직접 연관된
정치적 포부를 밝혔으나 증석만은 전혀 다른 종류의 대답을 하였다.
(공자께서) “점아! 너는 어떠하냐?”라고 하시자
증석은 비파 타던 속도를 늦추다가 뎅그렁하는 소리를 내면서 타는 것을 멈추고는
비파를 밀어 놓고 일어나서 “세 사람이 말한 것과는 다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께서
“무슨 상관이 있느냐? 또한 각기 자기의 뜻을 말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시자
“늦은 봄날에 봄옷이 마련되면 어른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며 읊조리면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말하니
공자께서 크게 감탄하시며 “나는 증점을 허여하노라”하고 말씀하셨다.
►‘이를 숙夙’ 이르다(앞서거나 빠르다) 빠르다. 삼가다. 조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