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누구나 시인입니다
정영숙
가을은 시인입니다.
먹구름 없는 파ㅡ란 하늘만 바라봐도 감사의 시를 씁니다
갈바람에 물결치는 노란 들판을 바라봐도
감사의 시를 씁니다.
빨갛게 불타는 단풍과
유리같이 맑은 계곡에
떠내려가는 낙옆 한 잎을 봐라보면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게 하여서 감사의 시를 씁니다.
가을은 시인입니다.
더위바람 쫓아버리고 산들바람 환영하는 산의 입김만 맡아도 시를 씁니다.
밤하늘에 치자 꽃 같은 하얀 얼굴로 내려다보는 무언의 고독한 달을 봐도 시를 씁니다.
지평선 넘어 수평선 넘어 어딘가 가고싶은 낭만에 시를 씁니다
그리움과 추억이 한편의 드라마로 가슴을 설레게 해서
시를 씁니다.
가을은 누구나 시인입니다.
가을은 누구나 시인입니다.
2015.11.5
단풍, 너처럼 가고싶다
정영숙
너처럼 가고 싶다
너처럼 가고 싶다
마지막 잎사기 떨어질 때까지
푸른 잎 세월의 벌레먹어 검버섯 점점히 붙어 미워지고 힘 떨어져도 활활 붉게 타다가 붉게 타다가
너처럼 가고싶다.
너처럼 가고싶다
너처럼 가고싶다
마지막 호흡이 멈추는 때까지 노란 잎 붉은 잎 순간순간 떨어져 밟히고 밟혀 서글프고 곧 아려와도 활활 붉게 타다가 하늘 따르며
너처럼 가고 싶다.
사진은 어제 주왕산 여행가서 찍었어요.
코스모스
정영숙
풀잎에 싸여 수줍은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바람의 손이 흔들어 주는대로 오갔다 하고
길 가는 나그네의 손짓이 닿는 사랑이구나.
바람에 하늘거린다고
나그네의 사랑이라고
방향없이 흔들린다고
뿌리가 뽑혀지는 순정 잃은 꽃은 아니네.
연한 줄기에 뿌리의 액이 흐르는 강한 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