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 생명보험 회사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두달전 있었던 교통사고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도 생각하기 싫은 사고였지만 하는 수 없이 떠올려 보도록 한다. 그날 딸의 아이를 봐주다 급히 어디로 데려가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택시를 타고 가고 싶지만 시간이 급해서 하는 수 없이 내차를 운전했다. 그날따라 차가 많이 막혔다. 그래도 딸과 손주가 타고 있는데 마구 운전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앞에서 버스가 일단 멈춤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비상등을 켰는데 딸이 여기서 내려 걸어가겠단다. 그리고 딸은 내리기 위해 뒷문을 열었다. 그때 뒤에서 오토바이가 들이 받았다. 내차가 급정거한 뒤 바로 문을 연것이 아니고 비상등을 켜고 정지한 뒤 적어도 아이를 안고 내리려고 5초 정도가 경과해 문을 연 것인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그냥 받은 것이다. 놀라서 내려보니 도로옆 화단에 오토바이는 넘어져 있고 운전자도 쓰러져 있었다.
상태를 보니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오토바이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운전자가 동시에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별거 아니데 병원은 무슨 병원이냐고 말한다.오토바이 운전자도 곧 일어나 보험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몸을 이리지리 움직여 보더니 손에 찰과상을 입은 것 같고 오토바이의 핸들부분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분위기도 아니고 뒤에 차도 너무 많아 일단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보험회사 직원이 10분만에 도착하고 인적사항과 당시 사고 경위를 간략하게 묻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그런데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정도면 큰 것도 별일도 아니니 그냥 가라고 한다. 뭔가 잘잘못을 가려야지 나중에 보험정산에도 좋을 것 같았지만 보험회사 직원이 가라고 하고 또 딸과 손주를 데려다 줘야하니 그냥 가던 길을 갔다.
하지만 어제 보험회사의 연락을 보니 보험금 지급내역이 기록돼 있었다. 대인 부상 보험금이 4백6십만원이며 대물 지급 보험금이 2백십만원 나왔다고 돼 있다. 그러니까 운전자의 치료비가 4백6십만원이고 오토바이 수리비가 2백십만원이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그리고 내 판단 착오임을 깨닳았다. 사고 당시 경찰서에 갔어야 했다고 말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오토바이를 친 것도 아니고 내가 정차한뒤 문을 여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들이친 것 아닌가. 사실 그날 나의 딸과 손주도 팔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고 심적 타격도 상당했다. 그런데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보험회사 직원 말만 들은 것이 너무 후회가 됐다.
무슨 손의 찰과상 치료하는데 5백만원 가까이 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오토바이 수리비 2백여만원 그 정도면 오토바이 하나 살 정도 아닌가. 물론 새 오토바이는 비싸겠지만. 화가 나서 보험회사에 연락했더니 보통 다 그런단다. 설마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사고 나길 기다려 몸에 있는 이런 저런 부분 다 고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병원의 경우 보험환자일 경우 이런 저런 이유로 치료비를 부풀린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오토바이 수리센터의 경우도 보험처리 한다면 이런 저런 부품 교환하면서 수리비를 뻥튀긴다는 말도 들은 바 있다. 보험 회사측도 일일히 캐낼 수도 없어 달라는 데로 다 준다고 말한다. 자신들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한다. 그 댓가는 물론 내가 올해 낼 보험료에 그대로 포함된다. 물론 버스 떠난뒤에 손들어봐야 무슨 소용 있겠냐 마는 이런 오토바이의 횡포에 분한 마음 금할 길 없다. 한때 택시기사들이 조그만 접촉에도 아이구 하면서 나 죽네 그러면서 가짜 환자 이른바 나일론 환자 노릇하며 많은 보험금 타낸 것과 다를 바가 무언가.
혹시 이글을 읽는 자동차 운전자분들은 특히 조심하시라. 요즘 코로나 사태라면서 오토바이들의 난폭 운전이 기승을 부린다. 오토바이들의 난폭운전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런 꼴 한 번 당하면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 그날도 오죽하면 이런 곡예운전을 하다가 내 차와 부딪힌 것일까 생각하면서 정상적인 청구를 하겠지 했다가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던가. 경찰서 가서 엄격하게 조사받고 쌍방과실로 해야 하는데 다시 한번 그날 내 판단이 잘못됐음을 심각하게 깨닳는다.
그리고 최근 더욱 극성을 부리는 오토바이의 횡포에 왜 경찰을 손을 놓고 있는가. 코로나로 힘들지 않는 사람 어디 있는가. 오토바이를 몰면 더 서민적이고 중고차를 몰면 더 부유하고 그런가. 자동차에 대해서는 눈에 불을 켜고 잡으면서 오토바이는 왜 그냥 놔두는지 의아스럽다. 그리고 사고나면 자동차 운전자가 온팡 다 뒤집어 쓰고 오토바이는 이래저래 빠져 나가고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제대로 된 교통행정이 아쉬운 시점이다. 아니 이런 시스템으로는 선진국 어디가서 말도 꺼내지 말아라. 제발.
2021년 2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