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이사를 했습니다.
6식구의 살림을 옮기는 일이니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이사짐 정리는 한창입니다.
끝없는 일거리를 보며 저는 한숨이 나오는데
우리 집 예찬이와 예서는 이사가 좋답니다.
이사를 해서 좋데요....
집도 이렇게 어수선하고 정리하느라 이렇게 힘든데, 이사가 뭐가 좋아? 물었더니
짜장면도 먹고 치킨도 먹고, 피자도 먹고... 진짜 좋아요...
듣고보니 이번 이사가 우리 아들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사를 마치고도 한 동안 가스렌지 연결이 안 되서 몇 번 음식을 사 먹었거든요.
그러나 저에게 이번 이사는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살고 있던 집이 나가는 것부터 마음 고생을 많이 했구요.
이사갈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마음이 어려웠고
이사짐 센터 정하는 문제로는 거의 2일을 머리 싸매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때가 우리 딸들 수능 보기 전날과 수능 당일이었는데
딸들 시험 잘보라는 기도보다,
하나님. 이 많은 짐이 정해진 그 날짜에 옮겨질 수 있게 해 주세요. 하는 기도가 더 간절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했는데
이사 당일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살던 집 잔금을 받던 부동산에서 마지막 순간에 가슴 철렁한 일이 있었고,
새로 들어갈 집 잔금을 치를 때는 은행 이체가 안 돼 모든 사람을 한 시간동안 긴장 시켰고,
저희가 들어갈 집 이사짐 빼는 것이 늦어져 저희 집도 연결하여 이사짐 푸는 일이 늦어지면서
대충 쑤셔박아 놓고 가버린 이사짐을 보며 지금까지 한숨 쉬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아무 걱정도 안 했던 가스렌지가 설치가 안 되어
이사 한 당일부터 꼬박 4일간 음식을 못해 먹었다는 것....
전기 밥솥에 밥하고 전자렌지에 데우고,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먹었지만
밥을 제대로 못 먹으니 마음까지 덩달아 가난해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살림이 정리되고 정상화 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문영길 선생님이 오셔서 손수 저희 정수기 설치를 해 주셨습니다.
물이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기쁨...
-물론 사놓은 생수가 여러 병 있었지만 그와는 또 다른 기분...
그리고 월요일 저녁 늦은 시간 삼천리 가스에서 가스렌지를 연결해 주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가스 연결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 잠시 어찔했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쓰던 20년도 넘은 저희 가스렌지 가스줄이 굵기가 다르고 길이는 짧아 배관에 연결할 수 없으니
한국 제품을 사라고 그럼 연결해 주겠다고 했는데
토요일 친정 아버지의 자문을 얻어 남편이 월요일 철물점에서 연결 쇠붙이를 하나 사왔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 가스 설치 기사께서 방문하시어
원칙은(법을 따르자면) 도시가스의 경우 이렇게 관을 연결하면 안 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이 연결해 준다 하시며 연결해 주었습니다.
가스렌지 불이 켜졌을 때의 기쁨이란!!!
독점기업 삼천리 가스에는 감정이 좀 생겼지만 연결해준 기사분은 천사처럼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가스렌지가 연결될 때까지 저희 가족은 짜장면과 치킨과 피자를 사 먹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권현수 선생님이 차려준 뜨끈한 순대국밥을 먹었으나
토요일은 밥과 사온 음식을 섞어 먹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희 가족이 먹은 주일 교회 점심은 얼마나 특별하고 맛있었는지는 아무도 상상 못하실 것입니다.
이제 뒤죽박죽인 이사짐을 제자리에 정리해 놓는 일과
묵은 먼지와 더러움을 제거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12년이 넘은 집이라 고장나고 부서진 곳도 많아서 시간을 들여 손 보고 있습니다.
어른 한 명 몫 이상의 일을 했던 예림이가 어제는 몸살로 드러누웠습니다.
예솔이와 예찬이도 목이 부은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잠을 깊이 잘 못 잡니다.
- 이사짐 정리할 생각에 잠이 잘 안 오는구나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이사한 집이 아직 내집이라 여겨지지 않고 남의 집처럼 여겨져서 그런 거라고 하더군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온 식구가 조금씩 이사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들 둘은 짜장면과 치킨의 추억 덕분에 아직도 대단히 행복해합니다.
이런 기회가 다시 생기지 않을 것도 알기에 무척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도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 집에서의 복된 삶을 누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