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쁜 지휘자' 김대진
수원시향 '베토벤 시리즈' '토요콘서트'도 지휘·해설
직접 협연에 제자 교육까지 내년엔 피아노 음반 계획
서울 예술의전당이 야심 차게 시작한 '토요콘서트' 첫날인 16일 지휘자 김대진(48)은 아이패드를 들고 무대에 나왔다.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협력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손가락으로 단말기에 '콘체르토, 협력'이라고 쓴 글씨가 오케스트라 뒤쪽 스크린에 비쳤다. 김대진은 피아노에 앉아 이날 연주할 협주곡의 독주 부분을 치면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교감을 설명했다.
김대진이 지휘한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이진상 협연)과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리허설을 서너 번밖에 거치지 않은 새내기 오케스트라답지 않게 현(絃)의 음색이 풍성했다.
김대진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음악인이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베토벤 시리즈(총 8회) 지휘를 통해 수원시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금호아트홀 체임버뮤직 소사이어티를 이끄는 등 실내악을 비롯한 연주 활동에도 바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진상·손열음·김선욱을 키워냈고, 차세대 스타들을 길러내는 일에도 바쁘다.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듯한데 매달 해설까지 겸하는 콘서트를 떠맡은 이유는 뭘까.
- ▲ 늘 무대 위에 섰던 김대진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객석에 앉았다. 그는“베토벤 시리즈를 통해 수원시향과의 진정한 교감이 이뤄지기 시작했다”면서 또 한번의 도약을 예고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클래식 전도사 김대진
19일 만난 김대진은 "관객들이 음악에 맛들어서 표를 사 콘서트를 보러 오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음악은 특별할 때 먹는 별식이 아니라 매일 먹으면서 진가를 못 느끼는 백반 같습니다. 음악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쉼터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음악을 쉽게 접하려면 음악의 구조를 조금은 알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지휘자 김대진
베토벤 시리즈는 이제 두 번 남았다. 김대진은 이번엔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한다. 베토벤 3중 협주곡(11월17일)은 김민재(바이올린)·김민지(첼로)와 함께 하고, 코럴 판타지(12월 9일)는 합창단·오케스트라와 함께 한다. 관객들은 즐거운 구경거리이겠지만 북 치고 장구 치는 1인 다역(多役)이 괜찮을까. 그는 "연주자는 몰입이 중요한데, 지휘에 신경 쓰다 보면 연주가 산만해질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특히 잘 모르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없이 협연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 이상 함께 한 수원시향은 익숙하기 때문에 덜 부담스럽다고 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개)을 지휘한 그에게 협연자들에 대한 평가를 주문했다. "임동민의 4번은 시적(詩的)인 접근이 돋보였고, 손열음의 5번 '황제'는 파워풀했다. 김선욱에겐 '일부러' 잘 안 맞는 1번을 맡겼는데 힘들어하면서도 생기발랄하게 쳤다. 벤 킴의 2번은 가벼운 터치가 잘 어울렸고, 김규연의 3번은 감성과 이성이 잘 어울린 연주였다."
김대진은 수원시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2월 베토벤 시리즈를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오케스트라가 됐다.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교향악단으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다." 그는 지난 5월 수원시향 상임 지휘자로 4년 계약을 다시 맺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김대진은 지난 봄과 가을 슈베르트 중기 소나타 2곡과 독일 무곡(舞曲)을 녹음했다. "피아노 연주자로서 게을러지지 않기 위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내년에는 자기 이름을 딴 레이블 음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어차피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닌데 레퍼토리도 자유롭게 고르고, 음반 제작도 좀 단순하게 하고 싶고…." 김대진의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