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런 말은 속 된 얘기라 하며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계속 이런저런 일들이 연속해서 꼬이면서
지칠 대로 지쳐 우리 가족도 결국 망해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나오면 꼬인게 잘 풀릴 줄 알았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저승사자가 나를 잡으러 온다며
나를 찾는 사람이 오면 무조건 없다고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버지 말대로 어떤 처음 보는 남자가 집에와
아버지를 찾았고, 아버지는 방에 숨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하얗게 질려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나 없다고 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남자가 돌아 가면 "아휴 이제 살았다"하며
긴 안도의 한숨을 내시곤 하셨습니다.
그 남자는 한달 넘게 매일 같이 우리 집을 찾아와
아버지를 찾았고 겁을 먹은 아버지는 야위어만 갔고
창백한 얼굴로 방에 숨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어느날 오후!
그 남자는 우산도 없이 비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찾아와
새파래진 얼굴로 아버지를 찾았는데
어머니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얼떨 결에
집으로 들어 오라 하셨고 그 남자가 방으로 들어가서
"자네 집에 있으면서 이렇게 사람을 고생시키나?
우리 나가서 식사 하면서 술이나 한잔 할까?"하며
아버지와 함께 나가셨는데 그 남자는 차갑게 웃고 있었고
그 뒤를 따르는 아버지는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소의 모습이었습니다.
몇 시간 후 아버지가 돌아오셨는데 배가 아프다며
이불을 펴고 드러 누웠으나 의식을 찾지 못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셨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 오지 못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내 명에 못 죽고 저승 사자에게 끌려 간다."며
어머니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애들이 너무 어려 어떻게 눈을 감냐"며
시름시름 앓다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짧은 기억은 내 기억 여덟 살 로 마감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더욱 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던 오빠는 당시 중학생이 었는데,
정신병자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코가 옆으로 밀려가
바로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가 잘되지 않아
중화담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근심스러운 어머니는 "중화담엔 약도 없다던데"
혼잣 말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귓가에 "고양이가 약이야"라는
아버지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더라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고양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약을 달여
오빠에게 먹였는데 거짓말처럼 완치가 되었습니다.
그 일 이후 아버지는 늘 어머니 곁에 머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이래라! 저래라! 일러 주었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