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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꽃차 모임 날>
2024년 3월 23일 토요일- 봄 햇살 아래 다온 기운 가득한 날
‘목련 꽃차’ 모임 날이다. 혹시 오늘 비라도 오면 실내에서 손님을 맞을 준비로 어제부터 시골집에 들어와서 집 안 청소를 하고 황토방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어제 있던 비 소식이 다행히 사라져서 오늘, 정원에서 숯불 피워 고기 굽기 딱 좋은 날씨다. 아침을 대충 먹고, 남편은 부추랑 달래를 캐와서 씻어 부엌에 들여놓고, 정자랑 파라솔 밑 차 탁자를 청소하러 갔다. 나는 부엌에서 상차림 표를 펼쳤다. 상차림의 주제는 시골 향토성이 건강한 맛을 돋우는 유기농 식단으로, 우리 집 텃밭에서 키운 <봄나물 한 상 차림>으로 정했다.
연밥을 준비하고, 텃밭에서 4년 키운 명이나물잎 지 담은 것부터, 4칸짜리 찬합 도시락을 채웠다. 뚝배기 청국장, 잡채, 숯불 바비큐거리, 두부, 묵 미나리무침과 더덕, 달래 무침, 채소 전, 견과류(아몬드, 마카다미아, 캐슈넛, 피칸) 등을 칸막이 통에 담고 배, 오렌지, 천혜향, 귤, 망고, 사과, 토마토는 박스에 담아 잘라 낼 쟁반과 칼을 한 세트로 챙겼다. 준비가 거의 끝나고 전을 부치고 있는데 노주희 원장, 양동엽 교수가 먼저 도착했다. 아침도 안 드시고 오셨다고 해서 반가워서 얼싸안았다. 뒤늦게 조성희 교장, 박찬명 교장이 도착했다. 오늘 목적은 <목련 꽃차 만들 꽃 따러 오기>이지만, 모여 얼굴 보고 밥 먹고 놀기가 더 큰 목적! 꽃차 만들 꽃은, 오늘 비 올 것을 예상해서 남편이 어제 미리 따 놓은 걸로 가져가기로 하고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봄나물은 모두 달보드레한 맛이 나요. 음미하면서 잡숴 봐요!”
모두가 각자 앞 접시에 놓인 연밥을 풀어 헤쳐서 ‘머위’ ‘명이’ ‘방풍’ ‘울릉 취나물’ 이름을 익히며 나물이랑 달게 먹었다. 우리 님과 양 교수가 숯불 앞에서 돼지고기를 굽자, 청하지 않은 집파리들이 찾아와 제 먼저 음식 위에 돌아다니며 흥겨운 춤을 춘다. ‘파리도 이 봄의 따스한 기운을 즐기려고 태어난 건가?’ ‘훠이 훠이’ 손부채질에도 떠나지 않는 파리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밖에. 양 교수가 손전화기 최신 버전을 설명해 주었다. 자세히 듣고 싶었는데 나중에 무슨 교수가 강의했다는 파일을 보내주면 그걸로 공부 좀 해야겠다. 따스한 햇살 쬐며, 영남지역 다도회 회장인 조 교장이 준비해 온 목련차를 마셨다. 그뿐인가? 목련 꽃망울 벙근 봄날, 박 교장이 들고 온 기타로 ‘별빛 같은 사랑’과 ‘공’ 노래를 들었다. 생음악으로 온몸을 감싸며 차를 마시니 다온(좋은 일들이 나에게 찾아온다는 뜻의 순우리말) 기운이 우리를 편안하게 안아준다. 양 교수는 사진작가 실력을 발휘하여 동영상을 촬영하고, 회원들은 오랜만에 봄날의 여유에 담기는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파크골프도 함께 치고 싶었지만 바쁜 걸음들이라 세 시쯤에 떠나갔다. 박 교장한테는 5월 8일 어버이날 전후해서 우리 시골 동네 어른들 모시고 어버이날 행사할 때 기타 들고 봉사활동 하러 오시라 부탁했다. 내 부탁에 응답하는 말까지 동영상 촬영에 녹음되어 있어 잊을 수는 없으리라. 조 교장은 그때 함께 와서 차 봉사를 하겠단다. 노 원장, 양 교수 부부도 함께 오겠다고 했다. 좋은 정보 나누고 좋은 공부 하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헤어질 수 있는 것!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있어 누리는 호사 아닌가?
손님 보내고 돌아서 들어오니 부엌 앞 목련나무에 달린 벙근 꽃들이 생색을 내며 웃는다.
“우리가 아니면 이 집에 저 손님들이 오셨을까요?”
“맞아요. 손님들께 꽃 내어주고, 집안 분위기까지 환하게 살려준 은공! 알고말고요.”
오늘의 무공은 목련나무에게 돌려야겠다. 방에 들어와서 베나의 집 방명록에 네 사람 이름만 적었다. 1323번째 손님이다. 그러면서 최 교장이 밥맛없어 밥도 못 먹고 오늘도 병원 갔다 왔다는 신 교장 말에 신경이 쓰여 연밥이랑 주섬주섬 담아서 갖다 줄 가방을 챙겨 대구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오늘의 멋진 분위기를 촬영한 동영상을 신교장에게 카톡으로 보내며 우리는 잘 놀았다며 음식을 좀 챙겨간다고 전화했다. 우리 집 지나는 길에 들러라고 일렀더니 가져가더니, 저녁에 그것들을 사진에 담아 다시 보내면서 문자를 보냈다.
[신숙자] [오후 6:12] 사진.
최상만은 복도 많다. 친구가 이리 정성껏 장만해서 보내니 감동이다. 저녁에 한 상 차려서 잘 먹을게~~~고마워. 찬명씨 연주가 멋져서 조 교장께 톡 보냈다. 멋진 연주 잘 들었다고 ㅎ
[오후 6:58] 우린 지금 넘 잘 먹고 있다. 댕큐~ 밥 맛 없다는 사람이 잡채를 잘 먹네. 잡채 소리에 얼른 갔더니 효과 만점-
하나라도 최 교장 입맛에 당기는 게 있다니 다행이다. 이 또한 우리 함께 건강하게 살아있어 고마운 봄날 아닌가? (12쪽)
(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