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에 침묵하며……
오!
고난의 예수님, 아! 이런 날이 있으리라 눈꼽
만큼이라도 생각한 적이 있는가?
미사가 멈춰지고 교회는 고뇌하며 침묵
속에 있다.
관상
수도자인 나는 TV로 매일 미사와 신령성체를 하며 기도와 희생과 보속으로 사순절을 지낸다.
이 시간 안에 예수님의 희생·고뇌·보속의
빛깔과 힘이 나를 이끄신다.
광야로 더 깊고 넓은 광야로, 침묵으로, 깊은 슬픔의 고요함으로……
온 세상이 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모두 경계하고 입국 제한·정지를 하면서
열린 마음이던 나누는 손길, 친절한 미소였던 얼굴이 거절로 일그러지고 있다.
환영(Welcome)이라는
우리 정신의 빛이 어둠과 우울함으로 번져가는 바이러스 같아서 온 마음이 씁쓸하고 외롭다. 예수님은 엷은 미소를 띄우며 말씀을 건네신다.
“함께 침묵하고, 함께 고뇌하며, 함께 기도하자. 그리고
나의 십자가 나무에서의 얼굴, 핏방울로 흘러내리던 참된 희생의 얼굴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그 상처를
너의 마음에 심어 두어라.” 고.
그러면 어느 날, 희망의 날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깊이 새겨진 상처를 나는 듣고 보게 되리라.
“평안하냐?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나의 주님! 나의 예수님!”
영원한 생명의 노래로 머무르시는 나의
하느님을 찬미하며 흠숭하게 하소서.
매일의 고난과 고통이 침묵의 열매로
맺어져 온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이들, 고통 속에
있는 이들 안에 계신 당신께 경배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