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통고의 어머니
겨우내 움츠린 마른 수풀에
때가 되니 싹이 돋아
싱그러움을 마음껏 뽐내고
어여쁜 꽃망울로 향기로움 곱게 그리며
바람결에 영글은 씨앗 어느덧 날리나요
가까이든 멀더라도
그 생명 어찌 된다 한들
저들은 훌뿌릴 뿐인가요
이미 정은 남기지 않아
아픔도 내 일 아니라네
차라리 영혼 없는 산천으로
이처럼 살았더라면
한낱 풀숲에 붙은 무딘 숨결이라면
아! 그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은 어둠이 내리며
가슴은 쿵쿵거리고
신고의 시간들 숨도 쉬지 못해
떨리는 심정으로 받아 안은 사연들아
어느 시절에 이렇게 깊은 슬픔 될 줄이야
정 두지 말아라 유행가 한 토막이라도
얼마나 이별이 서글프면 그리 읊었을까
어머니! 어떻게 그 자리 지키셨나요
눈물도 마르셨어라
얼굴은 핏기 잃어 창백하고
갈라진 입술 꽉 물으셨는가
누구나 보내는 마음 사무치더라도
한 떨굼 두 줄기 쉼 없이 흐르는 선혈
닦아주지도 못하는 서러움 비할까요
통고의 어머니시여!
고단한 눈 가늘게 뜨고
그래도 엄마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길
그마저 다가서지 못해
발끝이라도 만져 보고파라
날 선 칼로 심장 마구 찌르는가요
돌아보아 꿈처럼
안고 누이던 기쁨이여
젖 물리는 애틋함
어엿한 풍채에 기대어 뿌듯함이라
아무것도 필요 없어
저 아이의 고통 대신할 수만 있다면
지난 모든 기억도 바꾸련마는
아! 사랑이 쌓이나요 헤어짐이 두려워라
연륜의 정이 넘치는가 혼자 어찌 살아요
그래도 사랑을 하여라 하시는가요
어머니! 주님께서 다시 오시면
아멘 하시나요 물러서실래요
오! 수난이 예정되더라도
어이 사랑을 밀어내리
삶이 고달프더라도
인연을 나몰라 하느냐
골짜기에 홀로 숨어 살아도
생로병사 비껴갈 수 있는가요
사랑으로 영혼은 아름다워지고
널리 사랑하여 자비로워지며
하느님 사랑으로 영원한 생명 구하거라
주여! 살아있는 것 같지 않게
그리 망가지더라도
사랑으로 지나온 날들 감사드리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LNAz6KIGx4
출처: 주님의 느티나무에서 원문보기 글쓴이: 서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