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는 마드리드 북서쪽 6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인구 5만 정도의 작은 도시다. 로마 시대에 만든 수도교와 알카사르, 대성당 등 오래된 건축물들이 많아서 톨래도와 함께 마드리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당일치기 여행지라고 한다.
# 2023년 1월 20일
세고비아 역시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이 많은가 본데 우리는 오늘도 기차를 탔다. 솔에서 렌페를 타고 북쪽으로 두 정거장 가면 차마르틴, 여기서 세고비아까지 한 번에 가는 고속 렌페가 있다. (왕복 22유로. 27분 소요) 단. 세고비아 시내와 가까운 세고비아 역이 아니라, 교외에 새로 지은 세고비아 기요마르Segovia Guiomar 역에서 내리므로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역 앞에 대기 중인 11번 버스를 탔더니 로마 수도교Acueducto가 종점이다. (현금 2유로, 20분 소요)
버스 안에서 슬쩍 보일 때는 저게 로마 수도교라는 건가? 했는데, 버스에서 내려 다가갈수록 어마어마한 모습이다. 로마 시대에 저렇게 돌을 높이 쌓아서 물을 운반했다고? 더 대단한 것은 20세기까지도 실제로 사용했다는 사실.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다음에 찾아간 곳은 세고비아 대성당. 멋진 외관을 감상하다가 문을 들여다 보니 마침 종탑 투어가 출발하는 시간이다. 서둘러 표를 사고 (7유로) 한국어 오디오를 받아 가이드를 따라갔다. 종탑까지는 뱅글뱅글 좁은 계단이 190개라는데, 중간 중간 쉬면서 종탑의 역사를 보여주는 짧은 영화도 상영하고 종지기의 방과 작업실, 작업 방식 등을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해 준다. 스페인어라 우린 못 알아듣지만 제대로 된 오디오가이드가 있으니 걱정 없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음과 재미있는 설명이 정글의 법칙의 윤도현 수준이다.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 종이 왜 이렇게 많아?
종마다 사연도 많다는데 자세한 설명은 건너뛰고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전망을 즐기느라 바빴다.
종탑에서 내려와 성당 내부를 구경하다가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들어가 보니 이 성당의 성물실이다,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들이 상당히 많았고 문외한의 눈에도 수준이 높아 보였다.
세고비아 특색 음식인 코치니요(새끼돼지 통구이)를 먹어보려고 근처 식당을 검색해 보니 Bar el Sitio라는 식당이 나온다. 4천명이 넘은 사람이 평점 4.6을 줬으니 분명 맛집일텐데...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넥타이를 맨 할아버지 웨이터들까지는 훌륭했는데, 결정적으로 코치니요에서 돼지 냄새가 심하게 났다. 40유로나 주고서 실패! 구글 후기에는 (한국 사람 포함) 냄새 안 나고 맛있다고들 하던데, 뭐가 잘못된 거야? 검증된(?) 수도교 옆 식당으로 갔어야 했나?
다음 목적지는 종탑에서 내려다 보였던 알카사르. 가는 길에 작지만 나름대로 예쁜 성당을 만나 사진을 찍고
그러나 예쁘기로는 알카사르를 당해낼 수가 없다.
알카사르 입장권을 (아무 생각 없이) 올 인클루디드로 샀는데 (외관에 취해서? 알카사르+탑 투어 인당 10유로. 거기에 오디오가이드 하나 추가 3.5유로, 총 23.5유로), 들어가면서 표를 자세히 보니 알카사르는 3시 입장(지금이 3시니까 문제가 없는데), 탑 투어는 3시 45분이다. 기차 시간을 역산해 보니 탑 투어는 무리다. 알카사르 건물 내부(물론 알카사르답게 화려한 장식들이 있고, 특이하게도 무기 박물관 비슷한 것도 있다.)와 뒤편 정원(절벽 쪽이라 그런가 규모가 작다.)만 구경하고 탑은 올라가지 않았다.
3시 반에 알카사르를 나와 수도교까지 (처음에는 천천히, 나중에서 서둘러) 걸어가서 4시 10분 출발하는 버스를 겨우 탔는데, 그거 놓쳤으면 스트레스 좀 받았을 뻔했다.( 기차 시간은 4시 59분인데, 4시 35분 출발하는 다음 버스는 4시 55분에 기차역 도착)
기차를 타고 세고비아 기요마르 역에서 차마르틴 역으로, 다시 솔 역으로, 그리고 언제나처럼 수퍼마켓 들러서 숙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