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마을 방송 멘트 들리는 것 같아서
얼른 서둘러 창문열고 귀기우려 듣어도 잘들리지 않아서 밖에 뛰어나가 듣고 들어왔다
마을 통장이 하는 방송 멘트 내용은
큰마을에 사시는 동네분이 돌아가셨다고 비보 소식 알리는 방송이다
돌아가신분 연세는 팔십이 훨씬 넘었지만
갑자기 들리는 비보 소식에 놀라서 한참 동안 정신 멍하니 실감이 잘나질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는 누구나 한번씩은 다가야하는 길이지만 너무나 멀고먼 길이다
어쩌다 들리는 비보 소식을 접할때마다 아무리 연세가 많아도 충격이다
한 세상 태어나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힘들게 살아온
인생 짧은 여정을 한순간에 생을 마감하는 것은 그리쉬운 일은 아니기에 영 남의 일같지 않다
누구나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나이 세월에 등 떠밀려
살아온 세월 만큼이나 마음속에 묻어둔 추억도 많고 그리움도 많은데 그래도 머나먼길을 가야한다
지인 들중에 한 사람 두 사람 세상 떠날 때마다 세월 이기지 못하고
자꾸만 약해지는 마음이지만 오늘은 왠지 유독 마음속에 외로운 찬바람이 불고 춥게 느껴진다
황혼길 접어들었지만 오래 살기보다는 질적으로 적당이 살기만을 바랄 뿐이다
누구나 태어날때 복을 타고 태어나듯 이세상 소풍 끝나면 조용한 가벼운 발걸음 복도 타고나야 한다
비보소식 전하는 방송이 끝나고 한참후 오전에 전화벨 울려서 받았더니 아들 훈이 전화다
엄마 장청년회에서 누가 돌아가셨다는 문자 보내왔는데 000 씨가 누구예요?
타 지역에 나가 살아서 잘모르고 묻는 훈이에게 시훈이 어머니 돌아가셨다는 구나 바쁜 네가 참석 하려면 힘들겠다
수고 하라고 전화 끊고 생각하니 세상에 태어나기도 힘들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더막중한 일이다
2015년. 3월 26일. 글 : 천 사 은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