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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여기는 우리들 양식장여. 우리가 종패도 뿌렸구, 허가두 내서 세금도 내고 있어? 캐지 말라하면 하지 말아야지!”
이번엔 상대가 남성인데다가 바로 옆집 사람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을의 선배 되시는 분입니다.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가로림조력댐 촉구 집회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무척 인상적인 모션을 취하며 대단히 적극적이란 얘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그의 말과는 달리 그곳은 허가를 낸 적 없고, 종패도 뿌리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자기네들의 ‘것’이라고
표시해둔, 그 이외의 지역에서 봄과 여름 내내 전문가적 솜씨로 씨를 말리려고 작정한 듯이 바지락을 채취해왔습니다. 기껏해야
양념으로 쓸 정도의 양을 채취하는 저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무 양심천지가 따로 있겠습니까?
“제가 불법을 저지른 거 라면요, 저를 고발하세요! 경찰서에서 법정에서, 저 할 말 무지하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저는요,
2009년 7월부터 지금까지. 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내 돈 쓰면서, 이 바다 막지 못하게 노력해온 사람입니다? 저한테 바다
출입하지 말라고, 그렇게 지시하신 분 제 앞으로 모셔오세요?”
젊은 시절 제가 고향에 머무르던 때와는 다르게 바지락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아마도 몇 년 전, 마을 사람 한 분과 외지인이 합작으로 이곳 펄에 수천만 원 대의 종패를 뿌렸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역시도 무허가였는데, 마을어촌계 사람들이 그 바지락어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어촌계원이 아닌 사람이 어촌계 허락 없이 종패를 뿌렸기 때문이었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가로림 조력이 추진되면서 마을 사람들, 바다 여기저기에 일종의 자기 영역표시로써 갖가지 어구들을 설치하는 붐이 일어났었습니다.
귀향한지 십여 년 된 누군가는 근처에 통발 하나 설치했다가는 기겁하는 일도 벌어졌다 했습니다. 마을지도자이며 어촌계원인 어떤 분의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 꽂는 짓을 한다!”는 말과 더불어 그 험악함에 즉각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또한 수십 년 지기 배꼽친구 사이가 뭐하나 결정 된 바 없는, 미래에 다가올 가로림만 개발 보상금의 꿈으로 인해 소원해져 얼굴마저도 외면하고 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10 년을 살았건 20 년을 살았건, 더 이상 어촌계원 가입이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촌계원이 늘어나면 날수록, 그 숫자만큼 개발보상금이 쪼개지기 때문이랍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바다를 쓰레기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인식하기에 이른 계기는 아마도 삼성의 태안앞바다 기름유출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제게 있어 가로림만 개발문제가 섬뜩하게 체감된 순간과도 일치합니다.
기름유출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을 방문해 보니 ‘어차피 오염된 바다, 조력발전소도 짓고 관광단지로 개발도 해야
한다’는 말들이 들려왔습니다. 어떻게든 어떠한 방법으로든 가로림만을 대기업에게 바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쪽에서 퍼뜨리는
말들이었겠지만. 마을 사람들은 덩달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아니 오히려 너무도 당당하게!
바다에서 사용하는 어구나 소모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틈만 나면 마을 사람들은 집에서 발생하는 온갖 쓰레기들을 부러 바다로
가져다 소각하거나 매립합니다. 생활용품과 가구는 물론이고 온갖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상화된 자동차를 이용해서 바다에 내다
버리지 않는 게 없고 태우지 못할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또 하나, 그물을 설치할 때 해안선 위쪽까지 설치하여 사람들의 통행을 막는 행위 역시도 삼성의 기름유출 사건이 터진 시기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마디로 ‘여긴 내 땅이니, 출입을 삼가라’는 암묵적 선전포고를 일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들이
지금의,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들어서기를 앙망하는 어촌마을 풍경입니다.
친애하는 환경 장관님, 환경부 공무원님들!
지금 가로림만 지역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게 무엇인지, 눈치 채셨는지요?!
회상하건대 제가 가로림만 조력발전 문제에 직접 개입하게 된 건 2009년도 8월이었습니다. 휴식을 위해 고향을 찾았다가, 참담한 심정이 되어 태안군청과 충남도청 게시판과 민원란에 세 종류로 나뉜 장문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로림만의 품이 그리워 찾은 고향마을, 누구 한사람도 조력발전소 건설에 이의를 갖고 있지 않은 현실과 대면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약간의 마찰이 있다면 단지, 수십 년 전부터 줄기차게 가로림만 개발을 추진해온 쪽의 ‘무조건 찬성’과, 기왕이면 ‘제대로 보상 받자’쪽이 경쟁적으로 각각 위임장을 접수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친애하는 환경 장관님, 그리고 환경부 공무원님들!
다시 한 번 청원하는 바, 대한민국 환경부는 환경오염보다 인간 마음의 오염을 더 심도 있게 고려하고 염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대기업재벌과 그들 기업에서 떡고물 깨나 주워 먹은 정치꾼들, 그들의 낚시 밥에 걸려든 어촌사람들의 마음!
부유한 자 가난한 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세금을 바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국민이 길을 잃고 어둠속을 방황할 때,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으로 진심을 다해 진정을 다해 주인(국민)을 모시고 빛 가까이로 나아가는 게 공직에 계신 공무원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환경부’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가로림만 입구에 방조제를 쌓아 댐을 만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수문 구멍 몇 개로 물이 드나들면
가로림만,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무수한 생명들이 탄생되어 살아 날뛸까요? 흐르는 강에 공구리를 치고 보를 설치하면 수질정화에
홍수예방 가뭄까지 해결된다던. 그 사대강에 고여있는 물, 지금 안전하게 잘 있답디까?! 잘 알고 계시다시피, 물의 흐름을 막으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기초상식이 아니겠습니까? 강바닥에 모래를 제거하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을 환경부는 당연히 알고
계셨겠지요?!
친애하는 환경 장관님, 그리고 환경부 공무원님들!
지금 충청남도 내에 전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충청권전체를 공급하고도 남아돌아 수도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수도권과 대기업에 전기가 더 필요하다면, 필요한 지역과 위치에 발전소를 건설하면 될 것입니다.
조력댐과 더불어 들어온다는 골프장이나 호텔 등의 위락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지만, 그러나 세상 사람들
모두의 소유였던 가로림만을 공짜로 넘겨받게 되는 대기업. 그 대기업들의 사업장(골프장, 호텔, 위락시설 등등)은 가로림만
주민들에게 기껏해야 싸구려 비정규직 일자리 몇 개를 놓고 이웃 간에 서로 경계 경쟁하는 일밖에 더 일어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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