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향기로운 삶을 위한 시 한 모금 아침마다 시 한 편씩 고르고 감상하며 시란 무엇인가 묻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감동하는 좋은 시 만나면 이리 하찮은 일상 살아내는 나라는 사람도 도대체 어떤 깊이가 있기는 한 존재인기를 묻고 또 묻고 있습니다. 원래 하나였다 이제는 헤어진 너와 나의 안타까운 거리, 그리움이 시를 낳습니다. 우리네 꿈과 이상과 이제 더 이상 동일한 것일 수 없는 구차한 현실에서 세계와 우주 삼라만상과 온몸으로 만나 다시 하나 되고픈 마음이 시를 낳습니다. 실체와 이름이 하나였다 이제는 서로 겉도는 슬픈 너와 나의 안타까운 언어의 표정이 시 아닐지요. 너와 나, 꿈과 삶, 이상과 현실,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 어느 한쪽에 편안히 살지 못하고 그 사이에서 양쪽을 근심과 연민으로 살피는 것이 시입니다. 그런 연민과 그리움의 정갈함으로 너와 나를 온몸으로 이어주며 감동으로 떨리게 하는 언어가 시입니다. 그리하여 독자와 우주 삼라만상은 물론 신과도 감읍(感泣),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시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시에 드러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품위, 위엄, 그리고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신비스러울 정도로 끝간 데 없이 깊고 넓은 우주 일원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존재, 그것으로서 이 황막한 시대의 위안과 함께 인간 존재의 깊이와 위의(威儀)를 지키는 것이 시 아닐지요
이경철 출처: 이경철 엮음 [시가 있는 아침](서울:책만드는집,2009).PP.214-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