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때 장령(오늘날의 검사)을 지낸 내암 정인홍은 서산 정씨로 경남 합천 태생인데 기록에는 레이저빔같이 쏘아보는 눈빛과 백옥같은 하얀 얼굴의 날카로운 인상은 상대방을 압도하여 그가 현직에 있을 때는 벼슬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의 불법을 저지르는 공직자들 한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답니다.
그는 법대로의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위법한 자들 한테는 절대로 관용이 없었고 어떠한 뒷배의 청탁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일처리를 한 강골 검사였기에 그가 검찰에 있을 때는 관리들이 모두 숙연했고 시장의 상인들도 허가받지 않은 물건은 감히 내놓고 매매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시골에서 올라 온 어떤 사람이 "장령 정인홍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이길래 그 위풍이 멀리 지방까지 퍼져 행세깨나 한다는 지방의 벼슬아치들도 두려워 조심하지 않는 자가 없다고 하니 그는 진짜 사나이다" 했습니다.
그런 인홍이 모친을 뵈러 잠시 휴가를 내 고향으로 내려가자 서울의 방종한 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이제는 잠시나마 어깨를 펴게 되었다고 기뻐할 정도였답니다. 이런! ㅎ
※오늘날 내암의 후배들은 어떻습니까? 물론 지금도 내암정신을 이어가는 훌륭한 검사들도 많겠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아쭈(?) 친절하고 팔은 안으로 굽어 식구들한테는 너그럽고 현직을 그만두면 말로는 다들 아니라는데 어떤이들은 예외로 손가락만 툭 하고 건드려도 자판기의 커피처럼 돈이 쏟아져 벼락부자가 되는 전관들과 관객인 국민을 위해 늘 지루하지 않게 타이밍을 맞춰 스크린 체인지의 서비스까지....그저 고맙다고나 할까요.
요즘 국회의원들의 친인척 채용 영화가 전 국민의 눈과 입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데 사실 이게 위법이나 불법은 아니거든요. 다시 말해 최소한의 법대로 내에서 멋대로 한 짓거리의 염치없는 관행이었다니 이제라도 법을 고치면 될 일이고....추호도 그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문제는 직전, 다른 걸로 실정법을 위반하여 더 큰 죄를 짓고 지탄을 받던 방종한 자들이 살 판 났습니다. 살짝 조명이 비켜간 틈에 어둠 속에서 하얀 송곳니를 들어내며 웃고 있을 거라는 말이죠. 저는 이게 더 못마땅하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