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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연말을 쓸쓸하고 외롭게 보낸 당신이기에, “이제 2005년에는 반드시, 기필코, 꼬~옥 따뜻한 연말을 보내리라~” 다짐하며 연애 혹은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지? 그러나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일이란 왜 이리도 어려운 건지, 첫 데이트 약속 잡는 것도 힘든데, 그 데이트를 성공으로 만들기는 백배 어렵게만 느껴진다. 고민 끝에, 누구나 흔쾌히 승낙할 것만 같은 영화 감상을 생각해내긴 했는데, 혼자서는 절대로 가기 싫은 극장도 한번 가보고 어두컴컴한 곳에 들어가 은근슬쩍 어깨도 닿아보고 싶은 마음에 영화를 선택하고 보니, 어떤 게 좋을지 알쏭달쏭하다, 이 말씀! 그렇다면 혈액형을 사수하라!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만큼 2004년에는 혈액형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혈액형 유형별로 성격, 취향, 연애 패턴, 궁합, 직업, 심지어는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컨텐츠들이 홍수를 이루었다. 과연 이런 혈액형 이야기가 정말 딱 들어맞는 것일까? 의문이 넘쳐나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제안은 질문 내용을 바꿔보자는 거다. 맞나, 안 맞나를 떠나서 ‘어떻게 하면 실전에 응용할 수 있을까?’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가져보자는 거다. 그게 솔로를 탈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자세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나와 네가 다른데 혈액형이 같다고 해서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이 살 수 있겠는가? 혈액형 이야기들은 통계적으로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을 분류했을 뿐이므로, 수많은 행동경향, 심리적 패턴들 중 한두 가지는 맞을 수도 있고, 또 한두 가지는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과 직접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만 지금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누구나 대체로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자고 할 때, 상대방이 직접 콕 찍어 무슨 영화를 보고 싶다고 제목을 말해주지 않는 한, 그 사람의 마음에 쏙 드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다. 길어봐야 120분 남짓 되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영화가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 그냥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졸 수도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악몽 같은 시간이 되기도 쉬운 것이 극장 데이트인 법. 이럴 때, 아주 조금의 기초 정보가 될만한 것이 혈액형이다. 혈액형 컨텐츠들에 따르면 피가 땡기는(!) 영화는 따로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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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형 여성 -
기본적으로 만사에 대해 신중하고 용의주도적인 A형은 확신이 선 후에야 마음의 문을 여는 편. 차분하고 이해심이 많은 반면, 신경이 예민해서 실수한 것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가지고 있게 된다. 이런 A형들에게는 뭐니뭐니해도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최고. A형은 약속 시간을 엄수하고, 그 날의 계획을 세워놓고서 데이트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A형들에게는 부드럽고 친숙하게 일상적인 공감을 얻어 대화거리가 될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이왕이면 아주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을 준비해도 좋겠다. A형 여성은 대화가 끊기는 것을 소름 끼치도록 싫어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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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도 잘 어울린다. 윌 스미스, 로버트 드니로, 안젤리나 졸리 등 초호화 목소리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드림웍스의 <샤크>가 개봉한다. <슈렉2>의 기록을 깰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샤크>는 여성스럽고 차분한 A형 여성을 명랑하고 쾌활하게 분위기 전환을 시켜줄지도 모르겠다. 다양하고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 대한 얘깃거리들로 극장을 나선 후에도 화젯거리가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 |
- A형 남성 -
엄격하고 자존심이 강해보이지만 마음속은 부드러운 A형 남성. 늘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안정을 추구하지만 자존심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하다. 기본적으로 연애에는 부끄러운 편인데 결코 흥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확실하게 스탭을 밟아서 신중하게 사랑을 진행하는 것이 A형 남성의 방식이라는데 마음으로 정한 여성에게는 세심하고 성실하게 사랑을 베풀려고 한다. 못생긴 건 용서해도 센스 없는 건 죽어도 용서 못한다고 떠들어대는 부류가 많다. 귀여운 타입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는데, 데이트 시 센스 있는 깜찍스타일을 연출한다면 후한 점수를 얻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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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은 A형은 어떤 영화라도 싫은 내색을 안 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은 스스로가 유머스럽지 못하므로, 즐겁고 가벼운 풍의 영화를 고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성재의 변신이 돋보이는 <신석기 블루스>나 전편 <오션스 일레븐>에 캐서린 제타 존스가 합세해 다시 돌아온 <오션스 투웰브> 가 어떨까? | |
- B형 여성 -
호기심 왕성한 행동파. 적극성과 실행력이 풍부해서 두려움 없이 맞서는 모험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사람을 웃긴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도 소질이 있고, 싫고 좋음이 분명한 B형 여성은 상식을 벗어난 태도를 취하거나 심술궂은 면도 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뛰어난 센스와 유머로 커버하곤 한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일이 이상하지만은 않다. 다만 제 기분대로 살고 싶어하는 것이 상대방과 부딪칠 소지가 되기도 한다. 외모에 상당히 맘을 빼앗기는 집단이므로 외모가 안되면 꾸준히 자주 얼굴 도장을 찍으며 무조건 맞장구를 쳐주거나 호응을 해주면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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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남자 연정훈과 하지원의 랑데부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촉촉한 로맨스는 분위기에 민감한 B형 여성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혹은 인디애너 존스의 니콜라스 케이지 버전이라 불리는 <내셔널 트레저>로 서스펜스가 가득한 모험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 | |
- B형 남성 -
지난 크리스마스 때 같이 보내고 싶은 혈액형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독창적이고 유니크한 계획을 세울 것 같은 B형 남자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개성이 강하고 패션 센스가 뛰어난 B형들은 사고 방식이 독특해서 때때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같이 있으면 B형만큼 재미있는 혈액형도 드물다. 호기심이 왕성해서 여자들은 색다른 남성에게 잘 끌리기 쉽고, 남자들은 흥미를 갖게 되면 끝장을 봐야 하지만, 구속되는 걸 싫어한다. 남자 혈액형 중 가장 공략하기 어렵다는 B형 남자는 느낌이 통해야 하는데 사전준비를 많이 해서 서로 통하는 것이 많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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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이 통해야 하는 B형 남자들을 위해서는 취향을 치밀하게 조사해두는 것이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독창성이 뛰어난 시리즈 <큐브 제로> 같은 영화는 어떨까? 아니면 <나를 책임져, 알피>처럼 B형 남자들의 성격을 녹여놓은 것 같은 영화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본인들은 절대 같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 |
- O형 여성 -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서는 우두머리 기질을 갖고 있다. 스케일이 크지만 정에 약해 끊고 맺음이 야무지지 못하다. 한번 정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밀고 나가야 직성이 풀릴 만큼 기본적으로 자신감에 불타는 정열가이다. 자기의 업적이 인정받으면 더욱 의욕에 넘친다. 성격적으로 조금은 보수적인 면도 있는데 상대가 좋아지면 접근도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기분을 표현하곤 한다. 경쟁심과 승부 근성을 부추기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는 혈액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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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범인인지 사건의 전말을 캐나가는 추리물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마침 <블랙아웃>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면 가슴 따뜻해지는 가족 영화도 괜찮을 것 같다. 세계 최초 카트레이싱 영화 <카트 레이서>로 속시원한 가족 화해 과정에서 눈물 찔끔 흘리는 그녀의 남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다. | |
- O형 남성 -
항상 앞뒤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실파이다. 득실을 재빨리 판단하는 상술 재간도 있다. 사람간의 이해 관계를 간파하는데 뛰어나고,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는 일을 선택해 간다. 항상 앞뒤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인 O형 남성은 주위에서 믿음직스럽게 여기고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데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데 모임에서는 언제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남성이면서도 로맨틱한 연애를 원하는 타입. 자신들이 남자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도 요조숙녀 타입을 선호하고 내숭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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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남성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들을 선호할 수도 있다. <알렉산더>와 같은 시대극의 장엄한 스케일도 좋고,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영웅담 <월드 오브 투머로우> 혹은 성룡의 신작 <뉴 폴리스 스토리>처럼 남자의 깊은 정과 의리를 느낄 수 있는 영화도 괜찮을 것 같다. | |
- AB형 여성 -
마음의 동요를 남 앞에서 드러내는 것은 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긍지가 높다고 할 수도 있다. 누구에 대해서도 늘 같은 얼굴로 대하고 얕고 넓은 교재로 시종일관한다. 불타는 듯한 사랑의 정열에는 좀 부족한 타입이다. 모든 것을 다 잊고 사랑에 몰두하는 일은 없고, 무드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좀처럼 허점이 보이지 않는 여자들 중 하나이지만 그녀들이 무너지는 건 감동이다. 감동 이벤트 혹은 깜짝 이벤트로 공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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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이벤트에도 약하고, 감동에도 약한 AB형. 송일곤 감독의 <깃>과 같은 깨끗하고 맑은 사랑의 감동이나, 실존인물 데레사 수녀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마더 데레사>의 사랑의 메시지로 벅찬 감동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 |
- AB형 남성 -
항상 냉정하고 침착할 뿐 아니라 치밀한 분석력과 정확한 판단력을 지닌 합리주의자. 남 앞에서 흐트러지거나 자기를 잃는 법이 없다. 누구와도 실수 없이 공평하게 사귈 수 있지만 좀처럼 자신의 본심을 보이려고 하지 않기도 한다. 신중하게 정말로 사랑하는 여성이 아닌 이상, 자신의 모든 것을 전부 다 내보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속을 뒤집어 보면 마음이 무르고, 사랑에 의한 상처를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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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를 알 수 없는 AB형과는 함께 보내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좋을듯한데 너무 무겁거나 의미심장한 영화보다는 <쿵푸 허슬>처럼 엉뚱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영화가 좋을 것 같다. | |
간략하게 나마 새해 개봉되는 영화 위주로 취향별 분류를 해보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짐작과 추측일 뿐이지 해답은 아니다. 가장 훌륭한 소통 수단은 대화이지만 대화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할지에 대한 아주 약간의 사소한 충고일 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같이 고르는 재미를 나누는 것 아닐까?
박경애 plus0015@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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