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1년 4월 5일, 식목일이다.
작년 가을에 잘 아는 형네 집에 갔었다.
형의 집은 단독주택이었다.
가보니 그 집 화단에 제법 큰 더덕들이 자라고 있었다.
줄기도 튼실했고 씨앗 주머니도 많이 달려 있었다.
"형, 나중에 씨가 익으면 이 씨앗들 좀 분양해 주세요"
"오케이"
형도 단박에 화답했다.
나는 그날 이후 이 더덕 얘기를 잊고 지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추운 겨울 어느 날.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시내에 나갈 일이 있는데 아우가 그리워 잠간 들르고 싶은데 시간이 되는 지를 물었다.
선약이 있어도 조율을 했을 것이다.
나는 형의 연락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형이 우리 사무실에 도착했다.
식사를 마친 다음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밀렸던 대화를 꽤 길게 나눴다.
형의 깊은 정과 배려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형은 진정으로 가슴이 따뜻한 남자였다.
미팅을 마치고 일어나면서 형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작은 봉지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에요?"
"자네가 얘기했던 그 더덕씨야".
"아아, 그래요? 잊지 않고 있었군요. 정작 부탁했던 나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나는 그렇게 형으로부터 귀한 더덕씨를 건네받았다.
형을 배웅하고 나서 그 씨앗들을 서랍 속에 잘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3월 하순.
일요일 오후에 우리집 베란다에 그 씨앗들 중 4분의 1일 정도를 파종했다.
우리집 베란다엔 크고 작은 화분들이 참 많았다.
빈 화분 몇 개에 부엽토를 넣고 씨앗들을 성글게 뿌린 다음 다시 살짝 흙을 덮고 물도 주었다.
녀석들이 순조롭게 잘 발아되기를 기도하면서.
나머지 4분의 3은 4월 중순에 고향에 가면 그때 선산에 뿌리려고 다시 보관해 두었다.
더덕은 최소 4-5년, 길게 잡으면 7-8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성장한 실팍한 놈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전문 농사꾼이 아니라서 대단위로 더덕을 경작할 순 없지만 고향 산자락, 사람들의 족적이 닿지 않는 후미진 곳에 작은 더덕 서식지를 조성해 보고 싶었다.
생각한 대로 잘 자라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뭔가를 키우며 그 생명체에게 미래의 작은 소망을 덧입혀 가는 과정도 살면서 체감하는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소중함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10년 쯤 후에 잘 자란 녀석들을 수확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듯하다.
향이 진하고 실팍한 더덕을 얻게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넓은 마당에서 더덕구이 파티를 하고 싶다.
오늘은 2011년 4월 5일이다.
산림녹화가 잘 되어 있어 지금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내가 소싯적엔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다.
식목일 전후에 민둥산에 엄청나게 많은 나무들을 심곤 했었다.
시골 출신들은 식목일에 얽힌 생생한 추억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4월을 예쁘게 모자이크 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더 자주 웃음 짓고 표시나지 않게 주변을 배려했으면 좋겠다.
회원님들 모두 행복이 충만한 하루로 모자이크 하시길 기원한다.
이 지면을 빌려 그리운 형에게 다시 한번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태준형. 사랑합니다"
2011년 4월 4일.
형을 그리며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