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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을지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펀치볼은 장엄하고도 기묘하다. 움푹 패인 모습은 마치 달의 분화구 내지는 제주 성산일출봉을 뻥튀기한 모습이다. 대한민국 좁은 땅덩어리에 이런 신비한 지형이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6.25때 외국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지형이 마치 칵테일을 담는 화채그릇(punch bowl)과 닮았다고 해서 ‘펀치볼’ 이란 영어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곳은 6.25때 최대 격전지로 남한과 북한만의 싸움이 아니라 유엔군, 중국군까지 새파란 젊은이들이 고지 하나를 점령하기 위해 뺏고 빼앗기는 공방전을 거듭하며 총검 뿐 아니라 주먹까지 동원한 백병전 혈투를 벌인 피의 현장이다. 스탈린 고지, 김일성고지, 모택동 고지 등 치열한 격전지마다 전쟁을 일으킨 주역들이 이름을 차지하고 있어 부아가 치민다. 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후반부 고지쟁탈 전투의 주 무대가 바로 도솔산인데 ‘귀산 잡는 해병’ 이란 별칭을 얻게 된 곳으로 해병대의 성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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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은 로마의 콜로세옷처럼 둥글게 성채를 이루고 있는데 'V'자 형태의 고개인 서희령 사이로 북한의 고지가 보인다. 반대로 말하면 북한에서 남측을 봤을 때 오로지 이 만대마을만 조망이 된다. 그래서 1956년 이곳에 북한 군인을 상대로 한 선전마을이 조성된다. 참전용사들에게 우선 입주혜택을 주었다고 하는데 체제우선을 과시할 목적이다 보니 몇 가지 재미난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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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남향이 아니라 북향이며 문과 창분도 북쪽을 향하고 있다. 북한 군인의 시선을 위한 북바라기집이다. 집 모양도 똑 같은데 한 집에 두 가구가 산다. 그래야 집이 커보일테니까. 거기다 다락까지 있어 2층집처럼 보인다. 민통선 지역이다보니 문패는 없고 1호, 2호, 3호~·등 호수가 적혀있다고 한다. 안성댁, 00엄마..이런 호칭보다는 2호댁, 4호댁...호칭이 더 익숙했다고 한다.
김여정을 비롯해 북한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남한을 찾았다. 서울역에서 평창까지 KTX를 타고 갔다고 하니 한강변의 빌딩과 아파트와 횡성의 별장 같은 펜션단지도 눈여겨봤을 것이다. 설마 만대마을로 치부하지는 않겠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남한을 보면서 남북한 사람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