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담빠쌍게를 만나다
미라래빠가 냐낭의 복부형 동굴에 머물고 있을 때 어느 이른 아침사자
의 모습을 띤 다끼니 천녀의 명징한 시현을 보았다.
"미라래빠님, 인도의 담빠쌍게님이 통라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를 뵈
러 가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천녀의 부탁을 듣고 생각했다.
'나의 마음속에는 제거해야 할 의심이나 불안이 없다. 그렇지만 담빠쌍게
는 성취자이다. 그러니 그를 찾아보는 것고 뜻 있는 일이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호흡을 멈춘 뒤 통라 마을로 날아갔다.
산등성이 고갯길에서 몇 명의 상인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방금 낮은 지대
의 평원에서 올라오는 중이었다.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물었다.
"인도의 담빠쌍게가 벌써 도착하였겠지요?"
"담빠쌍게가 누군지 우리들은 모릅니다. 하지만 간밤에 보니 까무잡잡하게
생긴 인도 늙은이가 여관에서 잠자고 있습디다."
그들의 말을 듣고 미라래빠는 생각했다.
'그가 담빠쌍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상인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구
나.'
미라래빠가 언덕 꼭대기에 이르렀들 때 담빠쌍게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한편 담빠쌍게가 '자비의 객사'에서 하룻밤 묵고 있을 때 그에게도 또한 사
자 얼굴의 다끼니들이 나타나 미라래빠를 뵙도록 종용하였다.
미라래빠는 그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담빠쌍게가 초자연적인 신통력을 지니고 있다고들 말하는데 어디 한번 시험
해볼까?'
미라래빠는 길섶에 소복히 피어 있는 꽃무더기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켰
다. 비탈길을 올라오다가 화사하게 피어 있는 꽃무더기를 본 담빠쌍게는 눈
이 휘둥그래졋지만 알아차리지 못한 듯 그냥 지나쳤다.
이에 미라래빠는 생각했다.
'담빠쌍게는 눈이 휘둥그래졌지만 알아차리리지 못한 듯 그냥 지나쳤다.
이에 미라래빠는 생각했다.
'담빠쌍게의 신통력은 그리 완전하지는 못한 것 같구나.'
그러자 바로 그때 담빠쌍게가 뒤돌아섰다. 그는 꽃무더기로 다가와서 발로
툭차면서 말했다.
"실례가 되는 줄 알지만 이는 미라래빠의 변형(變形)이군."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꽃을 집어들고 말을 건넸다.
"당신도 다끼니들이 생명과 심장처럼 소중히 지니던 은밀한 가르침을 모두
노래하였기에 그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소. 살점을 뜯어먹는 다끼니들은 이리
하여 당신의 심장과 호흡과 영혼을 빼앗아갔소.
지난밤에 나는 그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피가 흐르는 당신의 삼장을 손에 들
고 왔소.그래서 우리는 성찬 의식을베풀고 그심장을 먹었기 때문에 당신은
단지 오늘 저녁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이오. 이에 죽음에 임하여 어떤
확신을 갖고 있는지 어디 내게 말해보시오!"
미라래빠는 이에 응답하여 변화한 모습에서 돌연 몸을 이르켜'죽음에 임하
는 여섯가지 확신'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극단으로부터 위대한 해탈은
송곳 같은 이빨을 겁 없이 드러내며
눈 위에 태평스레 누워 있는 늠름한 사자 같네.
이 같은 정견 속에서 나, 명상 수도자는 믿나니
죽음은 해탈의 길로 인도하리라.
죽음은 이 같은 정견 지닌 그에게 환희를 가져오리라.
조용하고 관대한 수사슴은
많은 가지 달린 '일미(一味)'의 뿔 지니고
지복 광명의 평원에서 평온하게 잠드네.
이 같은 수행속에서 나, 명상 수도자는 믿나니
죽음은 해탈의 갈로 인도하리라.
죽음은 수행하는 그에게 환희를 가져오리라.
열 가지 덕을 지닌 물고기는 황금 눈알 굴리며
끊임없는 체험의 강물에 뛰노네.
이 같은 정행 속에서 나, 명상 수도자는 믿나니
죽음은 해탈의 길로 인도하리라.
죽음은 정행의 그에게 환희를 가져오리라.
본래 마음의 깨달음이라는 암호랑이는
화려한 줄무늬로 장식했네.
숲속을 장엄하게 거니는 그는
무위 이타행(無爲利他行)의 영광이네.
이 같은 수련 속에서 나, 명상 수도자는 믿나니
죽음은 해탈의 길로 인도하리라.
죽음은 계율을 지닌 이들에게 환희를 가져오리라.
긍정과 부정의 형상인 종이 위에
'깨달은' 마음으로 나는 글을 썼네.
비이원의 상태에서 바라보고 응시하네.
이 같은 진리 속에서 나, 명상 수도자는 믿나니
죽음은 해탈의 길로 인도하리라.
죽음은 진리를 지닌 이들에게 환희를 가져오리라.
생명 에너지의 정화된 본질은
거대한 독수리와도 같나니
방편과 지혜의 두 날개로
비유(非有)의 성을 향해 날아가네.
이 같은 성취 속에서 나, 명상 수도자는 믿나니
죽음은 해탈의 길로 인도하리라.
죽음은 성취자에게 환희를 가져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