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시장은 당시엔 세계에서 제일 좋고 으리으리한 곳이었고, 먹거리와 좋은 옷이 깔려있는
롯데 백화점 이었습니다. 금정산은 가장 근사했고 부산대학 건물은 최고로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이 시장엔 나의 못이룬 소원이 남아있었습니다.
엄마 심부름으로 가끔, 아주 가끔 푸줏간에 가서 비계 반근을 사오곤 했습니다. 큰 솥에 무우를
넣고 끓여서 한 그릇을 받으면 생일날이었습니다. 동동 뜨는 기름이 먹기 아까워서 마지막에
입에 넣고 씹지 않고 빨아 먹었습니다. 저녁 파장때 쯤에는 빈 바게쓰를 들고 어시장 난전에
가서 고기 다듬고 난 후 버리는 내장과 머리등을 주워 담아왔습니다. 닭 사료로 쓴다고 했지만...
우리가 먹음직한 대가리는 빼 두었다가 엄마가 끓여주는 탕을 잘 먹었습니다. 시장안에는
항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 국밥집이 있었고 동래중 갔다오는 길에 들러서 침을 삼키고 냄세를
맞았습니다. 그 때 나의 결심은 언젠가 이곳에서 돈을 내고 국밥을 실컨 사먹는것 이었습니다.
추억을 더듬으며 온천시장에 갔습니다. 놀랍고도 기쁜것은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본것이었고
변하지 않은 국밥집이 주인만 바뀌었지만 그대로 정말 그대로 있었습니다. 긴의자와 마주보는
주방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밥과 막걸리를 두 병 시켜서 배터지게 먹고 마시고 쉽게 통하는
주인 아줌마와 대화가 즐거웠고 나오며 눈물이 났습니다.
40 년 전 소원을 성취했습니다. 가난한 소년의 꿈이 노인이 되어서야....
첫댓글 놀라운 기억력입니다. 나는 예것은 쉽게 잊는편이라 악감정도 선감정도 마음에 남아있는것이 별로 없는편이라서. 그때 국밥집에서 동행하는 벗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고향에는 언제 다시오나요? 오늘도 편한한 하루되시길를 나는 추석 준비차 시장에 다녀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