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은 곤충이 결코 코끼리처럼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없고, 돼지의 후손은 결코 날 수 없다고 단정한다.
Insects can evolve to be almost
microscopic, but never as big as elephants. Pigs could become aquatic, but
their descendants will never fly. (『The Social Conquest of Earth』, 21쪽)
나는 생물학자들이 외골격의 체격 한계에
대해 얼마나 확실히 입증했는지 잘 모르겠다.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돼지의 후손이 결코 날 수 없다는 말은
터무니 없다. 유전자 조작이나 인위 선택을 배제하더라도 이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이 책이 저명한 진화 생물학자가 썼으며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오류를 그냥 넘기기는 힘들다.
박쥐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러면 결국 쥐하고 비슷하게 생긴 포유류에 이를 것이다. 그 시절의
박쥐의 직계 조상을 보면 그 후손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박쥐의 직계 조상은 물고기다. 그 물고기의 경우에도 그 후손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아주 옛날에 물고기였던 생물이 한편으로는
조류로 진화해서 하늘을 날고, 다른 한편으로는 박쥐로 진화해서 하늘을 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래처럼 땅 위에서 다른 육지 포유류와 비슷한 체형으로 살다가 다시 바다에서 진화하면서
자신의 먼 조상인 물고기와 비슷한 형태로 체형이 바뀐 경우도 있다.
유전자 조작이나 인위 선택 없이 돼지의 1 천만 년 후의 후손이 하늘을 날도록 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어쩌면 1억년 후에 하늘을 나는 후손이 진화하는 것도 매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10억 년 후에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지난 10 억 년의 진화 역사가 얼마나 대단히 역동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살펴보라.
물고기의 후손 또는 공룡의 후손 또는 쥐처럼
생긴 어떤 생물의 후손이 하늘을 날도록 진화했는데 돼지의 후손만 그런 식으로 진화하지 말라는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진화를 평생 공부한 사람이 진화의 잠재력을
이렇게 과소평가한다는 점이 놀랍다. 그냥 말실수였다고 믿고 싶다.
이덕하
2012-10-10
첫댓글 기후 및 지각 환경 변화값을 입력하면 앞으로 어떤 종에 관해 어떤 방식으로 진화가 진행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매우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10만년 후 돼지 후손의 모습, 100만년 후 인류의 변화모습 등.... 비록 정확성 확보 자체가 힘들 수 있으나 흥미 자체는 굉장할 것 같습니다.
전 날 수 없을 거라 봅니다. 날개나 이와 비슷한 것이 생긴다 하여 모두 날지는 못한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듯 합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15kg 이상은 날개가 아무리 커도 날 수 없답니다. 그게 과학이라네요. 저도 오래전 읽는 거라.......
돼지의 후손이 몸무게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보셔야 합니다.
또한 “15kg 이상은 날 수 없다”라는 명제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