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은 ‘우리도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라는 말이다. 로마 황제들이 전쟁에 이겨 잔치를 베풀 때 전사한 적들의 시체를 잔치 마당에 늘어놓고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며 건배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 살아서 잔치를 벌이지만, 언제 저 해골 꼴이 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뜻으로 외쳤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지혜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인식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미운 사람이 있으면 “썩을 놈”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썩을 놈, 죽을 놈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한 말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삶을 대할 때 더 진지해 지기 마련이다.
신종 용어인 웰빙이란(well-being) 말은 한마디로 잘 산다는 것이다. 좋은 음식 먹고 잘 사는 것이 웰빙이다. 이 용어는 사람들이 하도 많이 써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웰다잉이라는 말도 있다. 웰다잉이라는 말은 잘 죽는다는 것이다. 웰빙도 중요하지만 웰다잉도 중요하다.
어떤 남자는 암에 걸려서 병원에서 2달 뿐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자식들은 병원 치료를 받을 것을 강권했지만, 자신의 마지막을 병원 침대에 누워서 주사나 맞으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나머지 시간들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죽었다.죽을 병에 걸리면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시달리며 남은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 그보다 더 좋은 죽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위 ‘웰다잉(Well-Dying)법’이 국회를 통과해서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된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질병 등의 급속한 악화로 사망이 임박했을 때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직은 연명 의료 중단이 불법 행위여서 중환자 실에 있으면 의사도 환자도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로 기소되면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대호라는 한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명포수가 자식을 죽인 호랑이와 함께 낭떠러지에서 함께 떨어져 죽기 직전 한 대사가 있다. 그는 같이 죽을 호랑이를 노려 보며 “갈거나.”라는 짧은 말 한 마디를 했다. 그 짧은 대사 속에서 주인공은 죽음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끝난 사람은 멋이 있다.